한서율 Poem
뉴욕의 진부한 예술가들은 소호로 도망친 걸까
소호의 사라진 호텔 파란 침대는 진실을 쓰게 했지
방금 문을 연 창녀와 시인의 낡은 섹스 소리는
거짓말을 모르는 걸까
지루한 포르노가 늘어지는 조명아래
나비가 한마리 날아 왔다
떠나자고 한 지가 언제인데 너는 여태 머물러 있니
필요없는 나비의 날개를 찢었다
찢어진 날개는 힘없이 떨어졌고
나비는 더 이상 날 수 없다
손목을 그어 떨어진 장미빛들은
예술이 될까
흐린날의 창밖은 비참함들이 내리고
쾌쾌한 곰팡이 냄새가 뒤 덮은
창가에선 날개짓을 못하는 나비가 죽어간다
수면제가 있어야만 잠들던 어느날
깊은 밤의 그림자들은 일그러져간다
술은 녹고 입김이 천장에 닿아 깨지는 밤
도망친 시인의 소호는 없다
픽션의 창작물
©️한서율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