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율 Poem
내가 죽이는 영화들은 언제나 워너브라더스였지
낡은 스크린 속 다 죽은 배우들의 무대
지금은 사라진 극장에서
나홀로 바라보던 장면과 장면들
언제나 우울했던
조커의 슬픔도
볼트모트를 무서워하던 어린 소녀도
모두 사라졌지
미쳐버린 감독의 찢어진 필름 속 잔상들
태엽 속의 오렌지도
데니얼 토니의 반짝임도
고담시티의 쓰러져가는 낡은 상점처럼
탄알이 박혀버린 머릿속의
출혈이 되었지
난 배우도 감독도 아니야
녹슬고 멈춰버린 작가 따위겠지
누가 날 기억이나 할까
내가 죽여버린 워너브라더스 처럼 말야
픽션의 창작물
©️한서율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