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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율 Dec 13. 2024

마담투소에 밤이 내리면

한서율 Poem

마담투소에 밤이 내리면


제 1막 1장

할리우드 마담투소


신경은 죽었고 혈관은 다 겉어 냈으니, 핏기 제거해요


밀랍인형1

가랑이를 벌린 채 뒤집힌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고 누운 나체

핏기없는 하얀 각선미가 힘없이 떨어진다  

'잠깐, 가슴에 조금 더 주입해요'

마릴린 먼노는 보드랍고 동그란 가슴이 포인트니깐

금빛 음모를 심으며 질이 없는 다리 사이를 바라본다

완벽한 밀랍인데?


밀랍인형2

다크써클 조금 더 깊게 수염은 살살 다뤄요

'오우 조심해요 잭 스패로우'

눈빛은 살짝 더 거칠게

잭 스패로우 입에서 피가 쏟구친다

길어버린 머리카락을 자르며 마담투소의 손길이 빨라진다

언제 깰지 모르니 조심히 다뤄요


밀랍인형3

What luck for rulers that men do not think*

심장을 잡아요

망치로 정을 박아 내려치세요

괜찮아요 심장은 생각을 못 하거든요

저는  독일인이 아니예요

유럽은 멸망하지 않았고 나치는 살아있죠

잠시 눈을 감아요 수염을 고쳐드리죠


제 1막 2장


마담투소에 밤이내리면

밀랍들은 서서히 살아난다


I wanna hold ‘em like they do in Texas plays**

포커페이스가 울려퍼지며


석고주형속에서 오랜 시간 굳어져간 밀랍들은 형태를 갖춰나갔고

마담투소는 생각에 잠긴채 담배만 태운다


수많은 심장을 내려치며 혈관이 끊어진 밀랍을 만들며

완벽한 영혼 없는 육신을 상상해본다


딱딱한 밀랍 사이

온전한 육체들은 영혼보다 더 실물 같아


수술대의 칼날들이 녹슬어 빛날때

굳을 수록 완벽해지는 그들을 매만져본다


영혼없는 육신이 온전해질때 까지

마담투소의 조명은 꺼지지 않는다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

**레이디가가(Lady GaGa)








픽션의 창작물

©️한서율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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