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서율 Dec 07. 2024

돌비극장에서 무명감독과 데이트

한서율 Poem


돌비극장에서 무명감독과 데이트


'돌비극장에서 만나요'


아무나 모르는 감독을 좋아했다

아무나 아는 감독이 아니라 아무나 모르는 장르

아무나 모르는 감독을 안다는 것


나만 아는 작가, 나만 아는 감독

나만 아는 소설

그것들은 나를 은밀하게 만든다


누군가는 보지 못하는 그 반짝임, 번득거림

깊은 영감을 가진

슬프고 깊은 눈동자를 훔친날을 기억한다


적어도 그 눈동자 속에 잠시나마 내가 머물렀지


기쁨과 슬픔, 그리고 고통을 목숨걸고 쓰는 자를 아는가


꿈과 미래를 좇는 일은 나의 관심 밖이지만

그의 작품을 보고 생각하고 한번 만나보고 싶단 생각


그도 내 글들을 읽고 내가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를 날아다니는 그사람이

우주에 던지는 소행성들의 조각들


흐린 날의 로스앤젤레스

웃고 있는 사람들 곁의 돌비 시어터


그의 영화는 잔혹하고 어렵기도했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이 한번이라도 만만했던가


돌비극장에서 마주한 그는 멋적게 웃었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건

돌비극장 명예의 전당에 걸린

오랜 영화들이 아니다


발밑에 그려진 별들 속의 엄청난 감독들이 아니다


아직 발굴되지 못한 반짝이는 원석

나만 잘아는 그분이다


때론, 누군가에게 '나만 아는  작가, 나만의 감독'

밤하늘의 별로 떠오르기전

그 반짝임을 간직한


그런 당신의 작가이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반짝임의 안목을  

가진 자 일테니







픽션의 창작물

©️한서율 202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