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율 Poem
'잃어버렸어'
내 가방
<3호선 교대역>
그는 나를 코코 마드모아젤이라 불렀어
나에게 그 향기가 나거든
넌 정확히 내 목덜미에서 그 향기가 난다했지
너와 헤어지고 오는 길
마드모아젤의 향기들은 깨지듯이 흩어져갔어
머리가 너무 아파 나는 주저앉았어
가방이 사라졌고 난 지금 어딜 가야할지 모르겠어
수많은 지하철 개찰구, 지친 그림자들이
스치듯 바스라져갔어
겹쳐져 가는 불빛 아래
쉴새없는 걸음들은 다 어딜가는 걸까
유령처럼 사라져가는 그들 사이
나는 길을 잃었어
지하철이 달리는 소리에 내 귓가는 낱낱이 찢겨가
아무것도 들리지도 않아
수 많은 생각이 눈덩이처럼 내려 앉아 나를 짖눌렀어
난 지금 말야
기분이 더러워서 빨간 하이힐 끝에 달린
긴장감 밖에 가진게 없어
나는 기억을 더듬었어
3호선 지하철역 어딘가
< 분실물센터>
'아가씨 가방에 무엇이 들었나요?'
코코 마드모아젤!
네?
향수요
카라멜
그리구요?
...............
콘돔이요
이 가방이 맞는 것 같은데
14번 출구 앞 분실물 센터로 오세요
코발트블루의 작은 미니핸드백
언젠가 친구가 열어보더니
넌 왜 더러운 걸 들고 다녀?
‘내 몸이 더럽혀지지 않으려구’
그것을 집어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렸다
코코 마드모아젤은 다시 또각 또각 빨간 하이힐소리를
내며 걷는다
카라멜은 달콤한데
입안에서 질척되어 뱉었다
픽션의 창작물
©️한서율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