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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율 Dec 17. 2024

윌리엄스버그의 오후 세시

한서율 poem


윌리엄스버그의 오후 세시


햇살 아래 나는 수십번 바스라져 찢겨나가

수천번 태어나 사라진 뒤 남은 건

한 여름의 햇살들


그 햇살들 사이를 걸으면 내 몸은 수천개로 갈라져


손끝에 번져나간 햇살들은

나의 입술에 닿아


풀냄새는 여름 소리에 번져나가고

코끝엔 좋아하던 코코 마드모아젤 향기가 나지


넌 언젠가 내 하얀 손목이 예쁘다고 했지

빈상자에 담긴 초콜렛이 다 녹아 내려 괴물처럼 번져가


언젠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른한 한 여름 윌리엄스버그에 가자했지


아무도 만나지 말고

끈끈하고 무거운 공기를 마시며

혼자 블루보틀을 마셔라고


숨통이 조여오는 한 여름의 윌리엄스버그를

걷고 있어


눈부신 푸른 잔디, 축구하는 아이들

망해버린 맥주공장


멋지지 않은 슈프림까지


윌리엄스버그의 오후세시는

늘어지게 나른해








픽션의 순수 창작물

©️한서율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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