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율 poem
햇살 아래 나는 수십번 바스라져 찢겨나가
수천번 태어나 사라진 뒤 남은 건
한 여름의 햇살들
그 햇살들 사이를 걸으면 내 몸은 수천개로 갈라져
손끝에 번져나간 햇살들은
나의 입술에 닿아
풀냄새는 여름 소리에 번져나가고
코끝엔 좋아하던 코코 마드모아젤 향기가 나지
넌 언젠가 내 하얀 손목이 예쁘다고 했지
빈상자에 담긴 초콜렛이 다 녹아 내려 괴물처럼 번져가
언젠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른한 한 여름 윌리엄스버그에 가자했지
아무도 만나지 말고
끈끈하고 무거운 공기를 마시며
혼자 블루보틀을 마셔라고
숨통이 조여오는 한 여름의 윌리엄스버그를
걷고 있어
눈부신 푸른 잔디, 축구하는 아이들
망해버린 맥주공장
멋지지 않은 슈프림까지
윌리엄스버그의 오후세시는
늘어지게 나른해
픽션의 순수 창작물
©️한서율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