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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별난 Sep 30. 2024

7화 푸른 눈빛

암흑 속에서 빛난 찰나의 빛

푸른 눈빛


'저 아기도 무언가를 이겨내려고 발버둥 치는데, 나는 대체 뭘 한 걸까? 후우.'


촛불을 들고 오는 점원이 출입문에 비쳐 몸을 돌렸다. 정전이 풀릴 때까지 손님들을 배려해 주는 것 같았다. 태어난 날도 죽는 날도 모두가 다른 사람들은 이 순간만큼은 다 생일인 듯싶었다. 언제 끝날지 모를 것만 같은 이 어둠을 밝히기 위해 점원이 다가와 테이블에 촛불을 놓았다. 푸른 물이 담긴 유리잔과 촛불이 놓인 원형 유리 테이블, 마치 지구 위에 한 생명에게 비춰주는 빛처럼 느껴졌다. 그 푸른 물을 바라보며, 나는 이 푸른 생명을 유리컵 깨듯 살았는지 모른다. 이제부터라도 나를 사랑하자며 두 손으로 유리잔을 감싸 잡으니, 촛불의 따뜻한 불빛이 나를 감싸고, 나는 더 이상 이 푸른빛을 사라지게 하진 않겠다고 다짐했다.


"아가야! 거기 가면 안 돼! 이리 와!"


순간, 카페에 짧고 강한 목소리가 퍼졌다.


'이 목소리는!'


너무나 익숙한 목소리에 정신이 아득해지며 호흡이 빨라지고 숨이 가빠졌다. 구석 자리 쪽이다. 황급히 고개를 돌려 일어나다가 유리잔을 놓쳤다.


'쨍그랑!'


바닥에 깨져 유리 파편이 사방에 흩어졌다. 유리잔이 깨지는 순간, 촛불이 흔들리더니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촛불은 꺼지고, 어둠이 더욱 깊게 스며들었다. 테이블 위의 불빛이 사라지며, 내 마음속에 남아있던 희망의 불씨마저 꺼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는 유리의 파편과 함께 어둠 속에 갇혀, 단 하나의 빛도 없이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유리를 치우러 점원이 오는데, 나는 엄마와 아기를 바라보며 꼼짝할 수 없었다. 유리잔에 담긴 푸른 물과 세상의 불빛이 깨진 듯 암흑으로 변했다. 그러나 그 암흑 속에서, 아기가 바닥을 기어 출입문 쪽으로 가고 있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어둠 속에서도 아기의 존재가 느껴졌다. 그 순간 아기가 걷고 뛰더니 어여쁜 성인이 되어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카페 문에 서있었다. 엄마처럼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듯 나에게 등을 보이며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손님, 제가 치우도록 하겠습니다. 위험하니 잠시만 비켜주시길 바랍니다. 손님, 손님!"


점원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이 암흑에 나와 그녀만이 존재했고, 나에게는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그녀만이 보였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기 시작할 때,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쿵쾅, 쿵쾅, 두근, 두근.'


고개를 돌린 그녀와 눈이 마주쳤고, 그 푸른 눈빛에 나는 주저앉고 말았다. 그 눈빛은 내게 "괜찮아"라며 따뜻한 미소를 짓는데, 내가 한때 원했지만 부숴버렸던 푸른 구슬, 지금 간절히 원하고 있는 이 푸른 지구의 빛이다. 나는 잡을 수 없는 그녀의 푸른 눈빛을 향해 손을 뻗으며 두 뺨에 흐르는 후회의 눈물을 느꼈다.


"지안아, 지안아~~!"


팟!


순간, 카페에 전등이 켜졌다. 찬란한 빛이 어둠을 밀어내며, 무엇이 현실인지, 무엇이 꿈인지 모르는 채로, 나의 의식이 아득하게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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