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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화 결석 게임 9

붉은 눈물 멎고... 푸르른 내 삶의 향이여...

by 이별난

엔딩까지......


삶으로 가는 길

내려놓기


이 게임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이 영상을 보려면,

나아가는 것 말고 방법이 없다.

아니면 보고 싶은 생각을 포기하거나,

안 보기로 선택하거나.


그러나 난 내 미래가 궁금하고,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진짜 인생의 주인공 같은 느낌이 뭘지, 주도적인 삶이 뭔지.

그곳에 가면 과연 어떤 느낌이고, 무엇을 만날지.

무슨 사유를 하게 될지, 어떤 통찰이 생길지.

그리고,

내가 나란 존재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그래서 난 중단할 수가 없다.


내려놓고 산다는 것, 포기하고 산다는 것은

내가 보는 세상 안에서이다.


난 꿈을 가져본 적이 별로 없었다.

늘 행하지 않는 헛된 욕심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꿈이라는 단어는

내 세상에 올려놓을 수가 없고,

없기에 내려놓을 수가 없다.


일단 가지러 가야 한다.

가져야 내려놓을 수 있다.


가지지 못한 걸 내려놓을 수 있다는 생각도

헛된 욕심이었던 것만 같다.


미래로 가는 길

감싸기


1문. 재래식 화장실

2문. 도박

4문. 가을 운동회+ 결별+ 444 사건


영상을 보고 나서 후회와 반성과 죄책감이 깊어졌다.

모두 내가 무엇인가로부터

숨고 회피하려다 피해를 준 지점들이다.


이런 내가 이 장면들에만 있을까?


아까 4문에서 보지 못한 구슬 파편들에 담겨 있을 것이다.

이제 내가 기억해내야 한다.


잘못된 방향으로 뻗은 과거의 뿌리를 더는 못 뻗게.

.

.

내가...,

.

.

감싸줘야 한다.

.

.

그래야 내가 가는 미래를 뚫을 것만 같다.


3(삶) 문 [___]

붉은 눈물 멎고... 푸르른 내 삶의 향이여...


3문 앞에 도착했다.


지나온 문마다

1문 [두려움], 2문 [반복], 4문 [도망]이라고 적혀있었는데, 3문에는 아무것도 안 적혀있다.

게다가 분명히 아까 지나칠 때 하나였는데,

옆에 반투명의 문이 하나 더 보인다.

늘 내가 [반복]하던 대로,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도망] 가라는 건가?

안내방송이 나온다.

플레이어 앞에 3(삶)의 문이 있습니다.

플레이어에게 몇 개의 문이 어떤 형태로 보일지, 저는 모릅니다. 문은 세 가지 형태로 보이게 됩니다.

1. 불투명: 지금의 당신을 있게 한 역사의 문이자 당신이 열었던 문입니다.
2. 반투명: 당신이 갈 수도 있었지만, 흐릿하게 보여 선택하기 힘들었던 길의 문입니다. 때론 숨겨있어 찾을 수 없던 문입니다.
3. 투명: 당신의 능력으로 볼 수 없는 문입니다.

플레이어가 여는 문이 당신의 3(삶)의 문이 됩니다. 방마다 내용은 다릅니다.

제한시간은 없습니다. 문의 손잡이를 잡을 때, 다른 문들은 모두 사라집니다. 그때, 잡은 문에 제목이 새겨집니다.


산책

문과 폴더 그리고 기억


지금 뿐만이 아니었다.


매 순간 내 앞에 많은 문들이 있었다.


보이지 않는 문, 보였는데 망각한 문

선명히 보이는 문, 잠겨있어 열 수 없던 문

문 너머, 보일 듯 말듯한 반투명 문

안 보여도 쑥 빨려 들어가는 문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마치 컴퓨터 화면 폴더의 형태와 같아 보인다.


숨긴 폴더, 숨겨놓고 나도 못 찾는 폴더

열었는데 내가 알던 것과 다른 폴더


때론, 삭제하려 한 폴더


휴지통에서 다시 복원하여 살려놓은 폴더 하나가

문서 작성을 수월하게 해 줄 때도 있다.

.

.

머릿속의 정리 안된 채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기억의 폴더들.

지나간 선택과 후회, 숨겨진 기쁨, 숨겨둔 아픔까지 뒤섞여 있다.


인생의 걸어온 길을 산책하듯 되돌아가다 보면,

지금 내 앞의 이 반투명 문처럼

아까 보이지 않던 길의 문이 보일 때가 있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후회할 때, 많이 던진 물음표였다.


그러나 이젠.

내가 안 연 문을 열거라 장담 못하겠다.


그때도 역시,

알 수 없는 미래를 두려워하진 않을까?


선택

단 하나의 소중함


앞에 3(삶)의 문 두 개가 있다.


결국 내가 들어갈 수 있는 문은 단 하나뿐이다.

내가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순간마다 주어진 선택권은 언제나 하나였다.

이제는 이것이 얼마나 소중한 의미인지 안다.


난 한 번에 하나밖에 못한다.


아직 만나지 못한 나,

아직 걸어가지 않은 길,

이 선택을 해서 못 만날 나,

그 순간 걸어가지 못하는 길,


이 모든 것들이 내 선택에 달려있다.


나는 잠시 멈춰 선다.

눈을 감는다.

숨을 고른다.


이제는,

붉은 눈물 멎고...


이제는 느끼고 싶다.


저 너머 펼쳐질 푸르른 내 삶의 향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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