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석 게임 12_마음이 걷는 길
이 길은 내가 보지 못했던 마음이 걷던 길이었다.
뜻대로 되지 않거나, 힘들 때마다
지금처럼 한 갈래 길 위에 멈춰 있었다.
두려움, 자책, 체념... 등에 붙잡혀 나아가지 못했던 순간.
어떤 길도 없는 것만 같았던 순간.
그런 순간마다 외길바닥에 주저앉은 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출구까지의 거리는 54걸음으로 멀어졌다.
암흑이 되어버린 지금처럼,
'저 출구에 희망, 꿈, 행복이 있을 거야.'
'나에게도 출구 앞에 데려다 줄 무언가 계기가 오겠지.'
'나만 그런 거 아니겠지? 괜찮아.'
가다가 잡히고, 가다가 잡히고...
난 또 제자리로 돌아와 지금처럼 주저앉아 있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고마운 이들이 얼어버린 내 마음을 들어주고
출구 앞까지 날 옮겨줄 때가 있다.
'드디어 나갈 수 있다. 문을 열기만 하면 된다.'
기뻐하며 손을 뻗어 손잡이를 잡지만,
'차갑다. 이제 손마저 얼어버릴 것만 같다.'
'문 너머는 더 추운 곳은 아닐까?'
보이지 않는 미래가 두려워 망설인
그 순간도, 다음 순간도...
여전히 술래에게 잡혀 다시 제자리로 간다.
소중한 사람들은 날 들다가 동상이 걸리고,
난 그들이 내일로 못 가게 손발을 얼려 버렸다.
내가 일어나 달리고 문을 열지 않으니,
내가 바라는 일은 당연히 일어나지 않았다.
이제 2라운드를 시작하면,
조명이 나를 비추면, 주위가 살짝 밝혀질 것이다.
눈을 뜨면 짙은 안갯속에서 하루를 시작했듯이 그럴 것이다.
한낮의 태양이 안개를 뚫고 들어와
옅은 빛이 되어준 것처럼...
그 빛마저 하루해와 함께 저물고 나면,
어김없이 어둠은 짙게 깔리고 밤은 날 덮는다.
하루 이틀 시간이 가고, 한 장 두 장 밤이 쌓여가면,
내 마음은 어느새 기나긴 겨울잠을 잔다.
'으아악'
밤새 시달린 악몽에 맺힌 식은땀이
'휘이잉'
매섭게 부는 겨울바람에 밀리고 얼면서 내 마음에 파고든다.
어딘가 씨앗처럼 깊게 박혀 고통을 먹고 자라더니,
어느새 차디찬 얼음꽃이 되어 피어오른다.
빛 한 점마저 들어오지 않을 것만 같은 이곳에서
이제는 더 이상 녹을 생각을 안 한다.
얼어붙는 내 마음은 한 걸음도 못 나가는데,
출구는 27걸음, 54걸음.. 108걸음...
자꾸 멀어져 가기만 한다.
술래들은 그 씨앗을 내게 더 심기 위해 날 붙잡는다.
도망, 회피, 합리화...
가끔 정신줄을 놓고, 새로운 씨앗의 향에 취할 때면,
내가 술래라 착각한 듯, 무언가를 끊임없이 잡으려 한다.
쾌락, 술, 여자, 폭력, 도박, 마약...
깰 수 없는 얼음 속에 갇혀 숨을 겨우 쉬지만,
그 숨마저 그대로 얼어 내 목과 폐를 서서히 파고든다.
이 겨울밤은 그렇게 더 깊어만 간다.
난 두껍게 쌓인 얼음이불속에서
밤새 외치다 깬다.
"대체 왜? 왜? 다시 여기인데? 나보고 어쩌라고?"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눈을 떠
질문을 하며 하루를 연다.
그 앞에 하루 종일 피어있을 꽃을 본다.
이 꽃은
세상 하나밖에 없는 나의 작은 숨마저도
빨아들여 말라비틀어지게 한다.
그러다 생전 처음 보는 술래를 마주한다.
술래는 또 내 어깨에 손을 살며시 올리려 한다.
그리고 귓가에 울리는 환청...
27초... 0초
마지막 술래는
마지막?
[죽음]입니다.
잡히면 이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아직 단 한 번의 기회가 남아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흐~음. 일어나자'
얼음은 언젠가 녹는다
첫 물방울이 흘러내리는 순간,
나의 해빙기가 올 때까지, 난 달려야 한다.
그 첫 땀방울만이 녹일 수 있는 것들을 녹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