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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멍청함 극복

by 온호 Feb 0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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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도서관 근로 단톡방 알림이 오지 않아 사서분이 멘션 한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사서분이 직접 자리로 오셔서 "왜 카톡 안 보세요."라고 짜증을 간신히 참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죄송합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얼른 책을 찾아왔다. 이런 일이 벌어져도 다행히 예전만큼 자책이 오래가지는 않는 것 같다.


전에도 근로 단톡방 알림만 계속 오지 않는 바람에 핸드폰을 수시로 눌러서 확인하는 방법으로 해결을 했었다. 당연히 정신 산만해지고 스트레스받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또 한동안은 알림이 왔었다. 그래서 더 이상 핸드폰 체크를 하지 않고 있었는데 어제 갑자기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이다.


알림이 정상적으로 오게 됐을 때는 스마트워치 설정에서 핸드폰 알림은 꺼놓도록 설정해 놓은 것을 해제했기 때문인 줄 알았다. 근데 이번에 그게 아닌 것을 알게 되고 너무 내 자신이 한심하고 답답해서 다시 스마트워치랑 핸드폰을 찬찬히 들여다봤다. 이상하게 그런 일을 해야할 때 나는 가장 참을성이 없다. 핸드폰이나 시계를 집어던지고 싶을만큼 화가 난다. 그걸 참으면서 최대한 차분하려고 애썼다. '뭘 어떻게 건드리면 될까?' 다른 학생들은 알림을 멀쩡하게 잘 받고 있는 걸 보면 분명 내 설정이 문제인 것 같은데 하면서.


그동안 알림이 멀쩡하게 잘 왔을 때랑 뭐가 다르지 하면서 보니, 와이파이가 켜져 있었다. 돈은 없지만 가족은 많은 나인 덕에 가족할인으로 데이터를 거의 무제한으로 쓸 수 있어서 와이파이를 아예 꺼놓고 다닌다. 그래야 이동할 때 인터넷이 끊겼다, 연결됐다 하는 귀찮음이 없기 때문이었다. 근데 아무래도 도서관 와이파이에는 카톡 알림을 제한하는 뭐가 있나 보다.


와이파이를 켜는 것이 원인이라는 것을 진작에 캐치했다면 멍청하게 핸드폰을 병적으로 터치하는 짓을 안 했어도 됐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여간 머리 못 쓰고, 쓰기 싫다고 몸으로 때우는 방식의 한계를 절감했다. 참고 또 참아서 머리를 쓰도록 하는 길을 들여야겠다. 특히 인터넷이나 각종 디바이스로 화면을 볼 때 그걸 읽는 능력을 기르고 싶다. 오늘도 학교의 새로운 통합앱이 있다는 걸 알게 됐는데, 그걸 모르고 있어서 그 동안 비효율적으로 에너지가 분산된 것이 억울했다. '왜 이런 것들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해서 알려주지 않고 분산시켜놓는 거지?'라고 생각했었는데 통합앱이 있었다. RSS 라는 걸 처음 들었던 때도 이런 좋은 게 있다니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디지털 약자 상태로는 하여간 생존에도 너무 불리하고, 줄일 수 있는 품도 못 줄이고 헛수고를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살아있으면 살아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배우게 되는 순간들이 찾아오겠지.  


기숙사를 떠난다고 생각하니 방에 들어올 때마다 현관에서의 시야로 보는 그 풍경에 애틋한 마음이 든다. 그런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었는데 커버에 남겨놓으면 언젠가 다시 볼 날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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