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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헤쳐나갈 수 있다

서울에 집을 사기까지 - 3

by 데이츄 Mar 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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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10월 2일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됩니다.


문제가 생겨버렸다. 내가 집주인에게 이사 가겠다고 통보한 날짜가 10월 2일이었으며, 이사를 하기로 한 날짜도 10월 2일이었다.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 임시 공휴일이 되면 은행이 문을 닫기 때문에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


나는 바로 양쪽 부동산에 전화를 했다.

혹시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이 돼서 대출이 안 나와서요. 10월 4일에 이사를 가도 되나요?


가슴이 마구 뛰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은 매일 세입자가 구경을 오더니 깨끗하게 썼다며 덜컥 계약이 잡힌 상태였고, 내가 이사 갈 집도 추후 이사 갈 집이 정해져 있었다.


은행 대출이 꼬리와 꼬리를 물면 모든 집 이사가 불가능해지니 문제가 없지만 어느 한쪽이라도 대출 없이 이사를 해야 한다거나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해당 일자에 무조건 이사를 해야 한다면, 중간에 자금이 막히는 상황이었다.


먼저 이사 갈 집주인은 OK였다.

한숨 돌리게 되었다. 이사 갈 집에는 조금 나이 드신 50대 후반의 아주머니가 사셨는데, 딸이 있는 집 근처로 이사 가신다고 들었다. 연신 마음속으로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하지만 10월 4일에 짐을 넣는 조건이었다.

이제, 현재 살고 있는 집에 들어올 세입자만 확인해 주면 되었다.


“당일에 이사해야 합니다”


돌아오는 소식은 슬픈 소식이었다.

나가는 날짜는 2일, 들어가는 날짜는 4일로 날짜가 차이가 났기 때문에 일단 예약해 둔 이사센터에 연락하여 취소했다. 계약금까지 입금해 둔 상태였지만, 아직 시간이 꽤 남아있어 무사히 환불받았다.


문제는 이제 그럼 어떻게 이사해야 할 것인가? 보관 이사라고 해서 며칠 동안 짐을 보관하는 이사가 있는 것 같았다. 인테리어 공사 같은 사유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 같았지만 일반적인 당일 이사보다 보관비 때문에 가격이 두 배 이상 들었다.


기존 대비 돈을 더 쓰고 싶진 않았고, 보관이사는 나에게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현재 나에게 있는 가구들을 대부분 다 당근 하기로 마음먹었다. 당근에 모든 가구의 사진을 찍고 올리고 가격을 저렴하게 내두었다.


어차피 대부분의 가구들은 새로 구매하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


야생의 당근거래는 거래 당일에 잠수를 타는 사람도 있었고, 산다고 했다가 안 산다고 하는 일도 있었다. 회식이 있는 날에도 당근을 하고 다시 회식을 갈 정도로 짐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 모든 짐을 버릴 수도 있었을 테지만, 대부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가구라 빨리 팔리기도 했고 쓰던 매트리스와 서랍만 동생과 함께 1층으로 옮겨 버리기로 했다.


주말에는 캐리어를 통해 지난 계절 옷들을 본가 집으로 옮기러 다녔다. 외국에 나가지 않으면서 큰 캐리어들을 들고 지하철을 타는 게 굉장히 기분이 묘했다.

‘다른 사람들이 외국에 오래 놀러 가는 줄 알고 부러워하겠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 남은 가구는 내 가구 중에서 제일 비싼 허먼밀러 의자와 데스크톱 컴퓨터, 전자레인지 정도였다. 이건 아빠차에 이틀 동안 담아두기로 하고 이사 준비를 거의 마쳐갔다.


그런데 인테리어 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여기 세면대에서 물이 새는데요?


”아니 이게 무슨 일이지? 하나를 해결하니 다음 문제가 터지다니.. “ 다음날 퇴근날에 바로 인테리어 현장으로 갔다.

분명히 부동산과 함께 집을 둘러볼 때는 새지 않았던 세면대 아래에서 물이 새고 있었다. 세면대의 팝업이 없는 거로 보아 누군가 고장 낸 모양이었다.

저예산으로 진행된 나의 인테리어는 마루와 도배만 했기에 화장실을 공사를 한 것도 아닌데 의아해하며 부동산에 전화했다.


부동산에서도 확인하러 오신 후 난감해하며 집주인에게 전화를 거셨다.


“아.. 물이 안 내려가서 수리해 보다 고장 났어요. 화장실 인테리어 하는 거 아니에요? “


범인이라고 하기엔 뭐 하지만 고장 낸 사람은 집주인이었다. 나는 화장실 수리는 안 한다며 부동산에게 고쳐줄 것을 요구하였고, 사실상 이런 적은 금액으로 집주인과 트러블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정 안되면 그냥 돈을 내자 싶었다.


사실상, 온전한 집을 건네주는 것으로 계약이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집주인이 수리해 주는 것이 당연하지만 인터넷에서 많은 후기들을 본 결과 진상 집주인들이 오히려 화내거나 할 경우도 있다고 들어서 겁을 먹었다. 최대한 더 이상의 여러 감정소모와 스트레스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부동산에서 조율을 잘해줘서 집주인이 수리해주었다. 그래도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고 깔끔하게 수리를 받아준 집주인이 너무 고마웠다. 나중에 작은 과자와 함께 감사를 전했다.


사실 집, 인테리어, 대출, 가전, 가구, 이사까지 너무 일이 많아서 더 이상 고민거리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이사하면서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된 건 항상 이거였다.

“돈이 대부분을 해결해 준다”


씁쓸한 마음을 한 채로 이제 이삿날이 다가왔다.

조금만 더 참으면 돼.


“그래도 나, 어떻게든 헤쳐나가고 있다.”



4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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