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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학이 Oct 22. 2023

TV 출연한 전국 1등 마냥

내가 벗삼은 것들


중학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친구는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본 옆 반 친구였다. 그 친구는 홍콩의 전설적인 액션배우 이소룡에게 푹 빠져 무술 운동에 진심이었다. 당시에는 이소룡 인기가 최고조에 달했고, 특히 절권도를 흉내를 내는 친구들이 많았다. 어느 날 복도에서 주말에 나와 무술 운동을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지나가는데 그 친구가 나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너는 뭐 하러 열심히 공부하냐고 질문하였다. 주말만 되면 학교에서 자주 보이니까 궁금했던 모양이다. 나는 ‘그냥 하는 거야’ 하니까 그 친구는 ‘그래 그 말이 맞다’라며 자기랑 친하게 지내자고 했다. 그러면서 윗도리를 벗더니 복근도 있고 근육도 있는 자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나의 몸과는 딴판이었다. 볼품없는 아이였던 나에게 너도 운동하면 나처럼 된다며 운동해보라고 권유하였다. 그러나 나는 관심이 없다며 거절하였다. 나는 도저히 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 친구는 집안이 어려워 공군사관학교 입학을 목표로 운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3학년 나이에 긍정적이면서 멋진 생각을 하다니, 나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자체로도 힘이 드는데 말이다. 그러면서 그 친구는 진심을 담아서 나에게 힘내라고 던져준 최초의 친구였다. 그 이후에 그 친구 집에 가서 놀기도 하고, 라면을 같이 끓여 먹기도 했다,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같은 반이 된 적이 없고, 각자 공부에 바빠 가끔 보는 친구로 지냈다. 그 친구는 그 이후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하지 못했는데, 사고로 몸을 다쳤고, 몸에 상처가 있으면 전투기를 탈 수 없기 때문이었다. 참으로 불운하고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나는 고등학교에 합격하자, 공고나 농고 가는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안 들리는 놈이 인문학 고등학교는 어떻게 들어갔냐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 친구들에게 TV에서 출연하는 전국 1등 마냥 “교과서와 참고서면 보면 충분하다”라고 답변해주었다. 당시 교과과정은 반복하고 암기하면 교육 점수를 잘 받을 수 있었다. 이해가 필요한 국어나 과학 분야 과목들은 암기해도 잘 안되는 게 있었다. 암기해도 까먹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이런 과목은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사고와 연계해서 추출하거나 풀어써야 하는 과목이니만큼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강의를 잘 들었으면 좋았겠다는 바람은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음악 밴드를 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음악을 잘 들을 수 있다면 나도 밴드 활동도 할 수 있겠다는 바람도 있었다. 그러나 잘 듣지 못함으로써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매몰되어 있었다. 음악 하는 친구나 운동을 잘하는 친구, 전교 일 등을 하는 친구들과 자꾸 비교하면서 내 자신에 대한 실망과 부끄러움을 항상 가슴에 담고 살았다. 내가 그들과 어울릴 수 없고, 그들처럼 돼서 특별한 사람이 돼서 부러움을 받고 싶은데 그런 존재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이 내 머릿속에 뿌리박혀 있었다.


나는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수업 시간에 잘 듣지 못하고 끙끙대면서 필기도 제대로 못 했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어쩌면 사실상 독학으로 공부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벅차고 힘들었다. 다른 친구들처럼 다른 새로운 세계를 경험해 보겠다는 용기나 행동은 전혀 생각해보지 못하였다. 단지 교과서와 참고서에만 매몰된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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