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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 폭탄

대체 난방을 얼마나 많이 틀었기에.

by Wishbluee Feb 25. 2025

아파트 우편함에 무심하게 거꾸로 고지서가 꽂혀있다. 슥 꺼내서 관리비를 확인해 보는 순간, 들고 있던 장바구니를 떨어뜨릴 뻔했다. 잠시 휘청, 하고 다시 전완근에 힘을 꽉 주고 아슬아슬 한 팔에 장바구니의 양쪽 끈을 매달고 자유로워진 양손으로 고지서를 다시 뜯어서 본다.


다시 눈을 비비고, 휘둥그레 크게 떠봐도, 믿겨지지 않는다.

동 호수를 다시 확인해 본다. 우리 집 맞아??


팔뚝에 장바구니 자국이 배이도록 팔을 달달 떨면서 고지서를 다시 훑어본다. 보고 또 봐도 믿기지가 않는다.

물론, 난방을 내내 틀어놓기는 했다. 하지만 온도를 높게 두지도 않았고, 별로 따듯하게 지내지도 못했다. 그래도 저번 달 난방비를 생각하며 뜨거운 물주머니를 껴안아가며 버텼다. 그 물주머니를 너무 데워서 전기세도 올라간 걸까. 


같은 아파트 단지 동생들, 카카오톡 단톡방에는 비상회의가 열렸다.


-다들 난방비 얼마나 나왔어? 난 망했어.ㅠㅠ

-언니, 우리도 망했어요. 언니 얼마 나왔는데요?

-아 뭐야 우리 집이 짱 먹었네.

-히익. 그 정도라고???


괜스레 남편한테 미안해진다. 퇴근시간이 다가오자,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걱정이 되었다. 다른 집 난방비를 보니 우리 집은 그나마 적게 나온 것이 맞는 같은데... 그래도 확인하면 확인할수록 신경질이 나는 액수다. 아껴본다고 수면양말도 사서 신고, 집안에서는 패딩조끼를 껴입고 있었건만. 


"여보, 우리 난방비... 어휴, 진짜 많이 나왔어. 역대급이야."

"어디, 얼만데????"


남편이 확인해 보더니, 나를 안방으로 끌고 가서 귓속말로 조그맣게 이야기한다.


"여보, 윗집은 우리보다 20만 원이 더 나왔어. 옆집도 우리보다 8만 원은 더 나온 것 같더라. 우리 집이 그나마 선방한 거야..."


우리 아파트가 대궐이나, 궁전이라도 되었나?

이게 말이 되나. 다른 집보다 조금 나왔다고 안심될 금액은 아닌 것 같은데...


https://www.youtube.com/watch?v=b_3H6yPQBss

인스타에도 심심치 않게 난방비 고지서 인증샷이 보인다.

조회수가 높아서 너무나 신난다.. 하며, 속상한 마음을 거꾸로 내비치는 글과 함께.


누가 누가 더 많이 나왔나, 전쟁하듯이 이야기를 하면서 오가는 한숨들.

그나마, 우리 동네는 지역난방인데. 개별난방인 지역은 더 처참하다.

관리비가 아니라, 난방비라고? 다시 한번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게 되는 금액들이다.


이제 겨우 1월 요금인데, 2월 요금이 벌써부터 두렵다.

대체 난방비가 왜 이렇게 오른 것일까? 뭐가 문제인 걸까?


난방비가 9.8프로 인상되었다고 한다. 아... 그런 데다가 너무 추웠던 겨울이라, 애썼다고 애썼어도 난방비 폭탄을 방지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래도 그렇지 정말 너무하다.

이렇게 오른 금액이 무서워서 아이들도 있는데, 여기서 더 춥게 지낼 수도 없고.


오른 게 어디 난방비뿐인가? 전기세도 올랐다. 정말이지, 안 오르는 것은 월급과 애들 성적뿐이라더니. 그 말이 정답이다. 


어쩌겠나, 서러운 서민인생. 

오늘도 전기포트 가득 물을 받아서 끓인다. 물주머니나 껴안고 자야지

반려 애완동물이 아니라, 반려 물주머니라고 불러야 할 지경이다.


내년 겨울이 벌써부터 두렵다.

전기난로를 집안에 들여야 하나. 아니면, 친구처럼 코타츠라도 사다가 거실에 놔둬야 하나. 골머리가 아프다.


잠시 환기하려 베란다 큰 창문을 열어본다.

2월 말인데, 아직도 바람이 매섭다.

겨울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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