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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겨울, 첫눈.

엄마와 딸의 '동상이몽'

by Wishbluee

2025년 12월 4일 6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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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눈 와.
- 에? 눈이 온다고?
- 밖에 봐.
- 정말이네? 눈이 오네!


2025년 겨울의 첫눈이다.

소리도 없이, 소복소복 눈이 내리고 있었다.


'어쩌지, 얘들이 모두 밖에 있는데...'


큰 애는 친구와 저녁을 먹고 있었고, 둘째는 줄넘기 학원에 있었다.

'에구. 뭐 모자 뒤집어쓰고 오겠지.'

하고 생각하는 순간,

눈앞에 번쩍, 섬광이 지나갔다.

'이게 뭐지?'

하는 바로 그때,


꽈르르르르릉!!!!


"깜짝이야!!!"

귀를 때리는 천둥소리.

나는 너무 놀라서 펄쩍 뛰었다. 그리고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얼른 옷을 주워 입고 우산을 챙겨 들었다.

급하게 큰 애한테 톡을 날렸다.

다행히 큰 애는 우산이 있다고 한다.

문제는 둘째였다. 곧 끝날 시간이다. 허겁지겁 서둘러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꽈르르르르릉!!!!


화들짝.


그 새 천둥이 또 쳤다.

소리가 너무 커다래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아파트 놀이터로 나왔다.

천둥이 쳤기에, 눈이 비바람이 되어서 몰아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눈은 여전히 소복소복 소리 없이 내리고 있었다.


바닥에는 하얀 눈이 쌓였다.

걸을 때마다 뽀득뽀득 소리가 났다. 미끄러질 것 같았다.

마음이 급했다.

'또 천둥이 치면, 집으로 오다가 깜짝 놀라 울기라도 하는 건 아닐까.

서두르자. 서두르자.'

입을 꼭 다물고 집중, 눈을 꼭꼭 눌러 밟으며 걸어갔다.


고등학생 아이들이 머리에 수북이 눈이 쌓인 채로, 걷고 있다.

상가 안에서 나갈까, 말까, 망설이며 주저하는 아이들도 보인다.


아이를 만나러 가는 길목에 붕어빵 노점이 눈에 띄었다.

'핫팩을 안 가져갔겠지. 갓 나온 따끈한 붕어빵을 사서 손에 쥐어주자.'


혹시 친구들도 같이 나올까 봐 넉넉히 사서 양쪽 주머니에 채워 넣고 아이를 기다렸다.


"엄마!!!"


아이는 반가움에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힘껏 꼭 껴안아 주었다.

"이리로 나가자!"

상가 뒤편으로 가면 지름길이다. 나는 서두르자며, 그쪽으로 가자고 아이를 끌어당겼다.

"엄마, 눈이 엄청 많이 와! 난 여기 말고 정문으로 나가고 싶은데~~"

"아냐, 너 화상영어 시간 늦어. 빨리 가야 해."

아이의 손에 붕어빵을 슬쩍 들려주며 어깨를 끌어안아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이는 붕어빵을 입에 물면서도 예쁘게 눈이 쌓이는 거리로 나갈 수 있는 상가 정문을 뒤돌아 보며 내 손에 이끌려 뒷문으로 나왔다.


"엄마, 눈이 너무 예쁘게 와. 어쩜 이렇게 예쁠까?"

"맞다, 너 신발! 아휴, 가만있어봐. 너 작년에 뭐 신었었더라? 그 신발 작았었니?"

"엄마, 저기 우리 작년에 눈썰매 타던 곳이야~"

"어휴, 뭐 이리 젖었어. 얘, 너 옷깃을 왜 안 여며."

"어! 00이다!!! 00아!!!"

"안 돼! 너 늦었어! 얼른 가자! 시간이 촉박하다고!"


집으로 가는 내내 아이는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내게 말을 걸었다.

"엄마, 너무 예뻐. 진짜 환상의 나라 같아."


하지만 내 눈에 보이는 것은, 비탈길에서 거꾸로 미끄러지고 있는 차량이었다.

낑낑 거리며 올라가려고 애쓰는 차를 보니 내일 아침 등굣길이 걱정되었다.

"어휴, 저 차 좀 봐. 어쩌니. 얘 저것 좀 봐라. 눈이 갑자기 오니 사고가 나겠어."


꽈르르르르릉!!!


또 천둥이 쳤다.

아이는 우산도 쓰지 않은 채, 바닥에 맨 손으로 눈을 쓸어 담고 있었다.

나는 천둥소리에 또 기겁을 하고 놀랬다.

"눈이 오는 날에 천둥이 치다니. 세상이 어떻게 되고 있는 거지!"

"엄마, 이렇게 알맞게 내린 눈은 너무 오랜만이야."

아이가 쓸어 담은 눈을 꼭꼭 손으로 누르면서 말했다.

나는 아이의 손 안의 눈 뭉치를 쳐냈다.

"너 손, 차가워져. 감기 걸려."


"엄마! 엄마 미워!"


엘리베이터 앞에서 아이가 토라졌다.

그제야 깨달았다.

아이의 말에 제대로 된 대꾸를 하나도 하지 않았다는 걸.


아이의 입이 댓빨 나왔다. 오리가 친구 하자고 할 만큼.

"엄마가 미안해~ 엄마는 걱정이 너무 많아서 그래."

"오늘 엄마가 데리러 와서 너무 좋았는데, 지금은 그냥 그래."

"그러게... 이렇게 이쁘게 오는 눈을 두고."


집에 들어오니 큰 애가 와서 소파에 누워 있다.

큰애의 볼을 살짝 만져본다. 차갑다. 발도 시리겠다. 또, 또 걱정이 고개를 든다.

"안아줘~"

큰애가 어리광을 부린다.

꼭 안아주면서 나도 모르게 또 중얼거린다.

"응~ 그런데 지금 동생 저녁밥을 얼른 해줘야 해. 그래야 수업에 늦지 않아서"

큰애는 '또 시작이네' 익숙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면서 나를 놔준다.


나는 재빨리 저녁을 차리고 둘째를 먹인다.

그리고는 신발장에서 작년에 둘째가 신던 부츠를 찾아본다. 둘째에게 신겨보고 넉넉함을 확인한다.

'휴, 내일은 이걸 신으면 되겠다.'


바로 이어서 허겁지겁 먹는 아이 옆에서 수업준비를 해 준다.

드디어 둘째가 밥을 다 먹고 화상수업을 시작한다.


'아...'


나는 짧은 한숨을 토해낸다.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몸을 뉘었다.

그제야 창문을 바라본다.


'눈이 참 소복이도 내리네. 예쁘다.'


하지만 내일 등교는 어떡하지.라고 생각해 보는 오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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