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쟁취한 자. 불금을 누리자!
그냥 그냥 소소하게 행복한 날
직장인들이 그토록 기다리는 금요일은 이른바 불금으로 불리우는 '불타는 금요일을 보내는 날'이다. 반 백수도 불금을 기다린다. 다음날 아침은 등교준비를 해야하는 아침전쟁을 치르지 않아도 되기에 한주의 긴장을 놓는 '불편하지 않은 금요일'의 불금이기 때문이다.
'자유'와 '나만의 시간'이란걸 열렬히 갈망하는 인생을 사는 나로선 이제 '참을만큼 참아서 더이상 견딜 배포따위가 없다'의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몇일 전 남편에게 엄포, 통보같은걸 했다. 그래놓고 그걸 잊고 있었다. 멋지게 선포하고 까먹는 나란 인간.
보통은 음식을 안주삼아 술을 마시는 꼬치구이 전문점에서 우리 네식구는 '저녁식사'라는 걸 한다. 그래서 안주로 먹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음식값이 많이 나오기도 하는데 단골의 낙인으로 사장님은 우리에게 자주 서비스 음식을 내주신다. 한동안 각자 바쁜 생활로 저녁식사조차 함께 하는 날이 없어지면서 일주일에 한번은 꼭 외식을 하기로 약속했는데 자주 가다보니 단골손님이 되어 있었다.
금요일의 특권을 선포하면서 이 날은 저녁식사가 아닌 술과 안주로서의 저녁을 네식구중에 나만 즐기러 가기로 한 아주 중요하고 위대한 날이다. 여차저차해서 잊어버렸던 기억을 소환하고 드디어 자유를 획득했다. 만세에 소리를 질러대고 싶었던 기쁜 날!
얼마만에 밤 시간에 알콜을 마주하던 날이던가. 들떠버린 마음을 들킬새라 빛의 속도로 나가주는 일은 진리나 다름없다. 애주가는 아니지만 불금을 불금처럼 보내는 일이야 말로 고귀한 일이지 않은가. 나로선 그렇다.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 자유를 쟁취한 날이기 때문이다.
저녁식사가 아닌 안주이기에 고상하게(?) 꼬치구이 딱 세가지만 주문하고 영롱한 빛깔의 맥주잔이 놓인 테이블이 이렇게 깔끔할 수 가.. 네식구의 밥시간때는 접시를 놓을 자리가 항상 부족했었는데 말이다. 여유있게 나의 수다를 해대는 이 분위기 또한 무엇인가. 그동안 입안에 고이 잠자고 있던 언어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자유를 획득한 자는 승리의 기쁨에 젖어 오늘 말이 좀 많다. 친구와의 대화에 과한 리엑션은 기본이고 감동에 마지않는 입꼬리 바짝 솟은 하회탈 저리가라의 미소 또한 이자리를 빛내주는 일등 공신이 아닐수 없다. 늘 저녁식사로 많은 음식의 결정장애를 일으켰던 날들과 달리 안주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해내는 단골손님의 능력발휘를 사장님은 알아채지 못한듯 했다. 당연했다. 여느때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른 사람이고 싶었을테니.
급격하게 추워져 어둠이 깔린 길을 친구와 둘이 걸어가는 일 또한 수다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반팔을 입은 친구에게 청자켓을 멋지게 벗어주었다. 안맞을까 고민하는 친구에게 시크하게 한마디 던지며.
"괜찮아 그거 오버핏이야"
매우 흡족해하며 '진작 벗어주지 그랬어 지지배야' 하는 것 같았지만 아무렴 어떠랴(ㅋㅋ)
자유를 획득한 자는 완벽한 불금을 보냈다고 한다.
평소에 술을 즐기지 않아 취기가 잘 가시지 않는다. 취기를 빌어 글을 써보는 나란 인간. 취중진작(?)쯤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