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은 이주준비를 즐겨보기로 했다

인테리어에 혼을 쏟는 자

by 소월
아침엔 우유 한잔 점심엔 패스트푸드
쫓기는 사람처럼 시계 바늘 보면서...
넥스트의 <도시인>중에서



패스트푸드를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빵은 너무 좋다.
아침엔 요거트 조금 점심엔 소금빵과 디카페인 커피
쫓기는 사람처럼 핸드폰시계를 자꾸만 들여다본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것처럼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거쳐갈 수 밖에 없는 빵집을 그냥 지나칠 리 없다. 어쩔땐 빵을 끊어 볼까. 헬스장을 옮겨 볼까 했지만 헬스장은 1년회원권이 아직 반년이나 남아 있었기에 빵을 끊는게 좋은 방법이다.

시각을 자극하는 빵들을 둘러 보느라 눈이 바빠졌다. 빵은 하나면 충분한데 소금빵을 담고 다른 맛있는 빵을 더 담을지 한참 고민중이였다. 사장님이 피식 웃으신다.

"마네킹인줄 알았어요. 고민을 오래하는거보니 빵에 진심이신가봐요"

그렇다. 빵에 진심이였다.
거의 빈속으로 레그프레스를 밀었더니 다리에 힘이 풀리고 당이 떨어지는 것 같은 기분 나쁜 현기증이 돌았다. 결국 점심을 해결해줄 소금빵과 스콘을 사면서 디카페인 커피까지 주문했다. 난 바쁜 도시인이니까..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한다.

아침엔 우유한잔 점심엔 패스트푸드.
아니 패스트푸드는 별로야. 빵이 좋다구!
아침에 우유한잔으로는 운동을 할 수가 없어.
난 오늘 그릭요거트 조금에 당이 떨어지는 경험을 했다구.

소금빵에 붙어 있는 소금알갱이들을 한개씩 떼어내면서 오늘의 일정들을 떠올렸다. 이 생각들을 흐트러뜨리는 녀석이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짠맛으로 방해공작을 펼친다.

"잘도 숨어 있었네 이 녀석"

오늘이 금요일이였다면 디카페인을 주문하지 않았을텐데 각성의 효과를 기대하고 산 커피인데 디카페인이라니.. 내가 그렇지 뭐.

이삿날을 한달 남짓 남겨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사택이라서 돈들이기 싫어하는 남편이 왠일로 인테리어 목록까지 만들어서 보내주었는데 생각보다 손볼때가 많아 갑자기 바빠지기 시작했다.

재택근무로 많은 시간을 보낼 공간이고 세상 재미없는 집안일을 할 공간이기에 이공간을 인테리어 하는 일은 나에겐 너무 중요한 일이였다. 의외로 적극적인 남편의 행동이 어디서 기인했는지는 조금 예상이 갔지만 어쨋든 저쨋든 인테리어를 할 수 있다는 기쁨으로 오래된 집의 아쉬움은 조금 보상을 받는 기분이다.

그리고 이토록 인테리어에 목을 메는 이유는 지난 날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사택에서 2년만 살기로 하고 인테리어를 하지 않고 입주했는데 무려 5년이나 살았다는 엄청난 사실이다. 그 5년이 얼마나 재미없고 머물고 싶지 않은 공간이였는지는 더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더더군다나 새집에서 이사가는게 아니던가. 이미 눈을 배렸으니 인테리어밖엔 딱히 방법이 없어 보인다.

진한 색의 몰딩을 페인트로 칠하기로 했다.
진한 색의 각 문들은 방수페인트로 칠하고 걸레받이 색상은 방문에 맞추기로 했다. 거실에 소파 뒷쪽 자리만 포인트로 회색벽지를 바르고 넓은 안방에 지금 있는 시스템장을 넣고 현재 거실에 있는 겉커튼으로 가림막을 설치할까 한다. 깔끔하게 붙박이장을 하고싶지만 얼마나 그집에 머무를지 모르기 때문에. 그리고 거실엔 속커튼만으로 충분할 것 같다. 베란다 바깥창문에는 단색 블라인드를 설치하고 거실, 방엔 강마루느낌의 데코타일을 깔고 현관, 베란다, 세탁실은 다른 무늬의 데코타일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세탁실은 페인트칠을 한번 더 해야하고 욕실 줄눈과 실리콘은 셀프로 해본다고 하는데,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주방 환풍기는 교체하기로 했고 타일은 시공하는게 좋겠다. 싱크대 실리콘 시공도 해야할 듯 하고 수전은 바꾸는게 좋을 것 같다. 인덕션과 정수기는 이전설치하면 되고 아이들방과 안방, 거실에 간접조명도 하기로 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공간이 남았는데 바로 나의 작업실이 될 공간이다. 시스템장이 안방에 들어가면 방이 하나 남기 때문에 피씨작업을 할 수 있고 글도 쓸 수 있는 작업실로 만들기로 했다. 지저분하게 보이는 것 없이 딱 책상, 피씨, 노트북, 책장만 놓으면 좋을 것 같다. 나의 시각을 방해하는 자는 출입금지 시킬 생각이다.

이 모든걸 한달안에 끝내야 한다.

도시인은 이제 다른 곳으로 떠날 준비로 분주해진 오늘과 또 다른 오늘이 될 내일을 즐겁게 헤쳐나갈 생각이다. 인테리어가 이렇게 신나는 일이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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