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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상안내자 지후 Oct 22. 2023

나도 가끔 잊어버려, 내가 그렇게 아팠다는 걸

대기업 퇴사 후 명상선생님이 되었다고요?


희망을 가져다준 그 섬광 같은 순간 이후로 내 증상은 조금씩 호전되었다. 통증은 계속 있었지만 몸에 힘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몸에 힘이 생기니 활기가 생겼다. 원하는 만큼 몸을 움직이고 살살 산책을 했다. 산책을 하면서는 천천히 걷기 명상을 했다. 그때는 내가 몸에 힘이 차오른 다는 사실이 얼마나 기뻤는지. 원하는 만큼 걷고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일상에 생기가 돌면서 맹렬했던 통증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사이 회사에 돌아갈 날이 가까워졌다. 그 때쯤 통증은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떨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 하던 일이었다. 하지만 회사에 돌아가면 또 극심한 통증의 굴레로 들어가게 되는 것은 아닌지 두렵고 불안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단순히 통증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을 내가 원하는 트랙으로 다시 되돌려 놓는 것이 아닌가. 나는 일단 부딪혀 보기로 했다


마음을 굳게 먹고 출근을 시작했다. 걱정이 되었지만 그 안에 일말의 자신감이 있었다. 내가 직접 나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내지 않았나. 결국 또 쓰러지더라도 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독려하면서 출근을 시작했다. 


회사에 돌아가니 역시 예상했던 것처럼 통증이 심해졌다. 하지만 예전과는 달랐다. 예전의 나는 통증 앞에서 무력했다면 다시 돌아간 이후의 나는 통증 앞에서 당당했다. 컨디션이 떨어지면 명상을 하고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내 상태를 계속 체크했다. 단순히 피곤한 상태인지 아니면 통증의 시작인지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세밀히 나의 상태를 관찰했다. 그리고 명상을 계속했다. 통증이 일어나는 빈도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그렇게 몇 달 후 나는 거짓말처럼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다는 사실을 완전히 잊어버릴 정도로 회복했다. 


내가 아팠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될 때는 주변의 선후배나 동료들이 요즘은 아프지 않은지 안부 인사를 할 때였다. 나의 좋아진 모습을 보고는 어떻게 좋아진 것인지 질문을 받고는 했는데 나는 늘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얼버무리곤 했다. 역시 휴식이 필요한가 봐요 정도의 뻔한 대답을 했던 것 같다.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한 이유는 지금으로부터 십여 년 전인 그때는 명상에 대한 인지가 없었고, 명상이 종교의식이라고 생각되거나 아니면 사이비스러운 무언가라고 여겨지기도 했던 때였다. 나는 사람들에게 '그런 것'을 하는 사람으로 인지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좋아진 비결을 이야기하지 못한 더욱 결정적인 이유는 나 조차도 내가 어떻게 좋아진 건지, 명상이 어떻게 나를 나아지게 한 건지 납득이 잘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나에게 도움이 되었기에 나는 계속 명상을 하고 명상에 대한 책들을 읽었지만 여전히 그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완전히 회복한 이후에 나는 그야말로 신명나게 일했다. 광고담당으로 내가 기획한 광고가 각종 매체에 온에어 되는 것이 뿌듯했다. 어려운 일들을 해결해 나가며 점점 더 일에 몰두하는 시간을 늘렸지만 나의 몸은 멀쩡히 건강했다. 나는 건강을 회복한 후 확실히 자신감이 붙었다. 그 자신감은 단순히 건강에 대한 것만은 아니었다. 시련을 겪고 스스로 방법을 찾아 이겨냈다는 사실은 나에게 어떤 시련이 와도 결국은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삶에 대한 자신감을 주었다. 나의 몸과 마음은 점점 단단해지고 있었다. 


그때쯤 나는 직무 전문성에 대한 갈증이 더욱 높아졌다. 내 또래 동기들 사이에서 고민이 시작되던 때였는데 그것은 지금 회사에 남아 리더로 성장할 것인가, 아니면 본인의 직무에 대한 전문가로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이슈였다. 나는 너무나도 명확하게 나의 직무인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더 큰 성장을 위해 이직을 했다. 그 사이 나를 괴롭혔던 두통은 더 이상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나는 통증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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