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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상안내자 지후 Oct 22. 2023

명상이 어떻게 내 통증을 없애줬나요

대기업 퇴사 후 명상선생님이 되었다고요?


"주변에서 자꾸 운동하라고 할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운동할 수 있는 몸이 아닙니다. 잠깐씩 10분에서 15분씩 천천히 걷기만 하세요. 그리고 기운이 생기면 시간을 조금씩 늘려보세요."  당시 나를 진료해 주시던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휴식기를 맞은 나는 여전히 증상이 지속되고 있었으므로 놀거나 여행을 떠나는 일 따위는 엄두를 낼 수가 없었다. 나는 울고 싶지 않았으므로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마음으로는 24시간을 내리 울고 있었다. 눈물만 가득할 것 같은 가슴 한편에 그래도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작은 오기가 자리하고 있었다. 나는 진심으로 내 인생을 내가 원하는 트랙으로 되돌려놓고  싶었다. 


'아무도 원인을 모른다니까 내가 찾겠어' 라고 굳게 결심한 것도 그때쯤이었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누워서 책을 읽는 것 정도였다. 심리학책, 철학책, 의학서적들을 되는대로 읽어나갔다. 무엇부터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할지 감도 없고 물어볼 곳도 없었다.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도 못했지만 그저 손에 잡히는 대로 읽어나갔다. 그런다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이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화는 모든 불행의 근원이다. 화를 안고 사는 것은 독을 품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화는 나와 타인과의 관계를 고통스럽게 하며, 인생의 많은 문을 닫히게 한다. 따라서 화를 다스릴 때 우리는 미움, 시기, 절망과 같은 감정에서 자유로워지며, 타인과의 사이에 얽혀 있는 모든 매듭을 풀고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


틱낫한 스님의 저서 '화'의 표지에 적혀 있는 글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시기, 절망, 미움, 두려움 등은 모두 우리 마음을 고통스럽게 하는 독이라 했고, 이 독들을 하나로 묶어 화(anger)라고 했으며 마음속에서 화를 해독하지 못하면 우리는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다고 했다. 


별 기대 없이 집어 들은 책이었다. 읽다 읽다 지쳐 환기하는 마음으로 집어든 그동안은 전혀 본 적이 없던 종류의 책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마치 강력한 태풍이 일어나는 것처럼 마음이 요동쳤다. 내 몸에서 나타나는 이 통증이 어쩌면 나의 내면의 문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그동안의 나의 관점이 완전히 틀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동안 내 안이 아닌 내 밖의 환경에서 문제를 찾고 있었다. 일, 회사, 사람 등등. 그런데 이 문제가 내 안에서 일어난 것일 수 있다니 여기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줄기 희망이 생겼다. 


틱낫한 스님의 책을 모두 찾아 읽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모든 내용이 나를 위한 것 같았다. 읽는 것만으로도 그간 내 마음에 일어났던 수많은 고통의 원인들이 사실은 나의 내면에 있었다는 것을 아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책에 나와있던 호흡법, 온몸을 자각하기, 의식적으로 걷기 등을 따라 했다. 나는 그때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으므로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보며 따라 했다. 어떻게 하는 것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기에 '따라 했다'라는 표현이 가장 정확했다. 


그렇게 계속한 지 2주 정도 되었을 때 아주 찰나의 순간, 시간으로 따지면 0.1초 정도 될까 한 아주 잠깐의 순간에 내 머릿속으로 맑고 상쾌한 공기가 쓱 들어왔다 나간 것처럼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머리가 시원해지는 순간이 있었다. 머리가 아주 가볍고 통증이 전혀 없는 상태. 나는 그때까지 내 머리가 그렇게 깨끗하고 편안해질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이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이해할 수는 없었다. 물어볼 곳도 없었다. 하지만 내 온몸의 감각에서 세포하나하나에서 이것이 나에게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 찰나의 경험은 나에게 그것을 지속하게 하는 힘을 주는데 충분했다. 


꽤 오랜 시간 슬픔의 굴레를 지나고 나서야 드디어 나는 이 통증을 위해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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