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퇴사 후 명상선생님이 되었다고요?
그날의 경험 이후로 강의 의뢰가 들어오면 나는 상당히 마음이 들떴다. 머릿속에서 당연히 내가 하면 안 되는 것으로 규정해 두었던 일이 전해주는 환희감이 말할 수 없이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그것을 내 업으로 삼아보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활동으로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가치를 창출하게 되었다는 생각에 기뻤다. 얼마나 많은 직장인들이 '회사'가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꿈꾸는가. 그런데 지나고 보니 나는 그때 느꼈던 환희감의 의미를 단순히 회사가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는 작은 기쁨 정도로 한정 짓고 싶었던 것 같다. 여전히 나는 모호하고 신비주의 같다는 오해를 사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때 나는 기존에 회사에서 하던 일과 관련된 많은 제안을 받았다. 사업, 그리고 회사로의 영입 등 다양한 제안이 있었고, 1년간 스스로에게 부여한 휴식기간이 끝나갈 때였으므로 나는 그 제안들을 허투루 듣지 않고 제대로 고민해 보기 시작했다. 그 제안들 중 몇 가지는 기꺼이 해보고 싶은 일들도 있었지만 신기하게도 그때 도모했던 일들은 제대로 진행해 보기 전에 힘없이 흩어져 버리곤 했다. '더 좋은 일이 오려나 보지'라고 생각했지만 예상치 않게 힘을 잃는 상황이 조금 의아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지내는 사이 명상선생님으로 강의를 하는 일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마치 이 길이 네 길이야 라고 알려주는 것처럼.
정말 재미있는 것은 명상강의를 하는 일은 신기함의 연속이었다는 것이다. 그때 나는 이것을 업으로 삼을 생각이 없었으므로 무언가를 계획하거나 적극적으로 제안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예상치 않게 이 분야와 전혀 상관없는 예전 회사 후배가 뜬금없이 일로 연결을 해주거나, 우연히 한번 만난 기업 담당자와 강의 기획을 하게 되거나, 아는 분을 통해 갑자기 나를 만나보고 싶다는 연락이 오거나 하는 등 예상치 않았던 곳에서 인연이 생기고 연결되었다. 그렇게 연결된 인연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이 참으로 따뜻하고 안온했으며 이런 흐름들은 내 마음의 울림을 점점 커지게 만들었다. 무엇 하나 힘을 준 적이 없는데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순간에서 순간으로 마치 작고 따스한 등불을 서로의 손에서 손으로 옮겨주듯 정성스럽고 온기가 깃든 경험들이었다. 그 일은 내 마음을 점점 물들였다. 내 길이 아니라고 했지만 그 포근함에 물들어 가며 나는 그렇게 그 길에 계속 서있었다.
그 길에 서있으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풍광이 펼쳐졌다. 그 속엔 아름다운 꽃들이 있고 나비가 날고 싱그러움이 가득했다. 그 길은 계속 이어지고 연결되면서 지루해질 틈 없이 나의 발길과 마음길을 그곳에 머물게 했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내가 그 풍경의 일부가 된 것처럼 그 길에 서있는 것이 매우 자연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도 살아지는구나. 그 어떤 계획과 목표가 없어도 인생이 살아지는 거였구나. 그 이전의 사회 경험이라곤 회사 생활밖에 없던 나는 매년, 매 분기, 매월, 매주, 그리고 매일 다이어리에 빼곡하게 목표와 계획을 적어 놓고 도장 깨기 하는 것이 일상이었고, 결과가 예측되지 않는 일은 시도도 해보지 않았었다.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충실하게 사는 삶'에 대한 이정표가 완전히 흔들렸다. 하지만 그것은 혼돈의 흔들림이 아닌 기분 좋은 이끌림이었다. 내 삶이 더욱 긍정적인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것의 근거는 이 모든 과정이 자연스러웠고 그 흐름을 따르는 나의 마음은 평온하고 잔잔한 행복이 넘쳤으며 모든 순간이 나에게 의미가 있다고 여겨졌다는 것에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는 받아들이게 되었다. 더 이상 이 흐름을 나의 이성으로 억누르는 것이 무용하다는 것을. 앞으로 계속해서 이렇게 살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지만 지금은 이렇게 살아도 되겠다는 것을. 인생을 관망하는 마음으로 한 발짝 떨어져서 보니, 나의 인생이 나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지금은 이렇게 한번 살아보라고, 살아진다고, 그리고 분명 의미가 있을 거라고,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지금 나에게 연이 닿은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삶이 나에게 친절히 알려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