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퇴사 후 명상선생님이 되었다고요?
도대체 어떻게 명상이 나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 준 것이었는지 오랜 시간 궁금증을 가져왔기에 스스로 부여한 꿀 같은 휴식의 시간에 명상을 배우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때도 명상을 배울 수 있는 곳은 여전히 많지 않았다. 나는 몇개 없는 명상센터로, 절로 , 때론 미국에서 건너온 명상프로그램들을 찾아다니곤 했었는데 그렇게 배우러 다니던 여러 가지 중 하나가 바로 싱잉볼이었다.
진심으로 배우고 싶었지만 배우러 갈 시간은 없을 거라며 마음 한편에 미루어 두었던 그것. 하지만 시간이 생겼고 나는 매우 기쁘고 들뜬 마음으로 싱잉볼을 배우러 다녔다. 호기심에 시작했지만 알수록 신기하고 궁금해지는 것이 사람 마음이 아닌가. 하나씩 하다 보니 결국 지도자 과정까지 모두 수료하게 되었는데 그때까지 여전히 나는 내가 싱잉볼로, 명상으로 일을 하거나 사업을 할 것이라는 계획이 전무했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취미를 발견한 정도로 이미 충분히 만족했다. 그때 같이 과정에 참여하던 분들은 본업과 연결시키시거나 새로운 일로 시작하시려고 배우는 분들이 대부분 이셨는데 나는 그들 틈에서 "아 저는 그럴 계획이 없습니다 그냥 좋아서 배우는 거예요" 라고 한결같이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때까지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계획이 없었고, 그것이 막막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상선생님이 될 것이란 생각은 전혀 나의 계획으로 고려하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 나 회사원이었는데? 나는 마케터였는데? 나랑은 전혀 맞지 않는 일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고 내가 그동안 하던 일과는 그 간극이 너무나도 크게 느껴졌다. 그때 나에게 그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어느덧 지도자 과정까지 모두 수료하고 나니 강의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가 지도자 과정을 수료한 센터로 강의 의뢰가 들어오면 나에게 해볼 의사가 있냐고 물으셨는데 처음엔 당연히 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던 어느 날, 그때가 막 기업에서 직원들 복지를 위해 명상프로그램을 도입하려고 검토를 시작하던 시기였는데 선배 한 명이 내 소식을 듣고는 연락이 왔다. "회사 그만뒀다며? 요즘 명상 배우러 다니니? 아는 분이 회사에서 명상프로그램 검토한다는데 네가 만나서 이야기 좀 해봐"
나는 얼마 전까지 내 인생에 가장 오랜 시간을 회사원으로 살았는데 회사에서 직원들을 위한 명상 프로그램을 검토한다니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내가 만나보고 기획하는데 도움드릴 수 있는 것은 알려드리고, 명상 수업은 다른 선생님을 섭외하면 되겠다고 생각하며 캐주얼한 미팅을 가졌다.
그 후로 강의가 기획되었고, 강사 섭외를 할 때가 되었다. 그런데 기업에서 명상프로그램을 진행해 본 적이 거의 없던 때라 강사 섭외가 쉽지 않았다. 어차피 이럴 거 나한테 강의를 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주셨다. 회사원이었기 때문에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분위기를 잘 맞춰 진행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수는 없었는데 회사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여는 명상프로그램에서 "우주의 에너지를 느껴보세요" 같은 뉘앙스의 언어를 사용하면 안 되지 않겠는가
나는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 회사원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프로그램에 대해 역할을 해야겠다는 약간의 사명감 같은 게 불끈 샘솟았던 것 같다. 나도 정말 힘들지 않았던가.
'그래 딱 한 번이야, 딱 한 번만 해보자. 테스트로 해보고 반응이 좋으면 앞으로 예전의 나처럼 힘들어할 회사원들이 계속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을 수도 있겠지'
두 눈을 질끈 감고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강의를 진행했다. 지금껏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그 강의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눈물이 계속 쏟아졌다.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니고 너무 벅차고 행복해서 터져 나오는 눈물이었다. 그동안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분명 저분들이 무엇 때문에 어떻게 힘들지, 이것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잘 알고 있는데 내가 그것을 알려드릴 수 있다는 행복감과 충만함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그동안 내가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느꼈던 성취감과는 다른 차원의 감정이었다.
그렇게 나는 예상치 않게 내 앞에 생겨난 그 길에 자연스럽게 첫 발을 내딛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