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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누파파 Oct 27. 2023

배짱이 주말부부에서 웃음 가득 가족이 되기까지

철없던 아빠가 철이든다

 작년 8월 저의 근무지 이동으로 주말 부부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커리어를 위해 부서 이동은 불가피하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회사 근처에서 자취를 시작했고, 그 당시 임신으로 아내의 배는 불러오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12월이 끝나가는 추운 겨울에 아이는 태어났고, 있는 연차 없는 연차를 모두 끌어모아 아내와 아이를 케어하면서도 잦은 회식에 참석하며 다른 사람들에게는 가정적인 남편임을 강조하고 다니는 철부지 가장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들과 술자리를 즐기다 덜컥 코로나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내 몸도 아팠지만 코로나로 아프다는 아내를 두고 일을 하러 가야 된다는 핑계로 집 문을 나선 그날은 유난히 더워 머리가 어지러운 초여름이었습니다. 일을 하던 중 5통이 넘는 아내의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고 전화했을 때엔 아내의 우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진우(가명).. 진우가 열이 39도가 넘는데 병원 대기도 1시간이 넘는대.. 어떻게 하면 좋아?(응-애 응-애)"


우는 아내의 목소리 뒤로는 짜증과 아픔이 가득한 아이의 우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지만 저는 하던 일을 두고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날 밤에 열이 다시 뜨겁게 올랐던 아이의 모습이 지금 눈에 선합니다. 순하기만 한 아이인 줄 알았는데, 목청은 어른의 목소리와 비슷했고 그 아이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보기에도 듣기에도 괴로웠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아이와 아내에게 미안하고 나 자신이 한심해서 울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흐느껴 우는 저를 보고 아내는 왜 우냐고 아이는 아플 수도 있다고 괜찮다며 안아주는데, 더 괴로워 눈물이 났습니다. 저는 왜 아이를 낳고도 정신을 못 차렸던 걸까요?


 바로 다음 날 아내와 함께 살기 위해 전셋집을 구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세 가족이 일상의 행복을 나누며 함께 살고 있습니다. 물론 좋아하던 술도 사람도 줄이고, 대신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자 하고 있습니다. 육아로 진정한 삶에 가치를 하나씩 알아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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