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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누파파 Nov 03. 2023

응가도 "학습"이다

아이의 성장은 장애물을 넘는 과정

 내 아이는 원래부터 응가를 잘했다. 

처음 아이를 낳아본 나는 조리원에서 떨리는 첫 모자동실을 하게 되었고, 아내과 나는 '너무 귀엽다'라는 말을 남발하며 기저귀를 갈아야 되는 줄도 모르고 아이만 보고 있었다. 

그 후 아이를 데려놓자마자 울리는 전화 한 통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응가를 했는데, 기저귀 안 갈아 주셨나요?" 


하는 핀잔 섞인 간호사의 말과 함께 불그스름한 발진으로 며칠은 연고를 발라야 된다고 했다. 

그때 나는 아빠가 되었음을 그리고 나에게도 책임져야 할 생명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이후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 어느덧 100일도 넘고 미음으로 첫 이유식을 먹게 된 다음 날이었다. 

아이가 고통에 섞인 울음을 울고 자리에서 옴짝달싹도 하지 않은 채 끙끙거리고 있었는데 그 찡그린 모습도 너무 귀여워 보였다. 

그런데 아이가 밥을 먹어도 기저귀를 갈아주어도 계속 찡그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엎드려 있는 아이의 기저귀를 본 순간 너무 웃겨서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늘 묽은 응가만 해왔던 아이가 이유식을 먹은 뒤에 단단한 응가를 조금씩 밖으로 내보내고 있는 것이었다. 

작고 귀여운 아이가 응가를 하기 위해 어찌나 힘을 쓰는지 나도 응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해 보니 자신이 처음 괄약근에 힘을 주기 때문에 어디를 힘을 줘야 될지 모르고 온몸으로 응가를 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하나씩 학습을 해나가는 아이의 모습이 대견하고 무척 기분이 좋았다.



 내가 아이를 위해 하루하루 목욕을 시키고 놀아주는 실력이 늘 듯 아이도 뒤집기를 처음 학습하던 그때부터 응가를 처음 하기까지 본인만의 세상에서 하나씩 장벽을 뚫고 나아가는 모습을 보며 이 세상은 엄마 그리고 아빠들의 노력뿐만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구나를 느끼게 되었다.


 지금 글을 쓰는 아침에도 눈을 뜨면 나를 보며 방긋방긋 웃는 아이와 눈을 마주친다. 

아내의 뱃속에서 젤리곰 모양으로 보이던 아이가 제 눈앞에서 웃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하루 더 성장한 모습을 보자면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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