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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을 한 번 깨보고 싶을 때

29 [롯데칠성음료 :'크러시' 마침내 4세대 맥주의 등장]

by 그레봄 김석용

갈수록 맥주를 즐기게 된다.

소주의 높은 도수가 점점 부담되어서이기도 하지만,

맥주가 점점 다양한 체감을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다.

맛과 향을 고를 수 있는 선택지도 엄청 늘어났고,

넥플릭스를 보며 책상에서, 야외에서 마시는 등

일상에서 음료처럼 즐길 장소와 상황이 많아졌고,

마시다 보면 해외여행 가서 마시던 추억까지 덤으로.


개인적으로, 이런 맥주 쏠림이 나타난 계기는

"수입맥주 4캔 1만원" 같은 할인행사 때문이다.

맥주와 소주가 1~2 제품으로 국한되던, 좁은 우물을

벗어나 맥주 생활에 눈을 뜨게 된 것이랄까.


전국을 휩쓸던 그 할인행사가 최근 조금씩 비싸져서

초반 반짝이구만! 유통사들이 좀 괘씸하기는 하지만,

그들의 이런 행태는 이해 못 할 바 아니다.


주류 시장은 새로 진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둘러보기만 해도, 수입맥주는 계속 할인하고 있고,

제조사는 계속 새로운 브랜드로 '옷을 갈아입고,

수제맥주, 로컬맥주, 곰표 같은 트렌드도 생기고 있고,

코로나로 인해 회식이 줄었던 것이 이제 정착되어

사람들이 모여서 몇 시간씩 마시는 경우도 없어졌다.

게다가 기존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유통망을 뚫고

음식점 냉장고에 새로운 맥주 하나 얹기가 힘들다.


이렇게 진입하기 이렇게 어려운 시장이 또 있을까

원산지 다양화, 신제품 개발, 가격 할인, 프로모션,

광고, PR, 유통망 등 할 수 있는 건 다 동원한다.

과거 수입맥주는 유통채널을 달리 하고,

저가 가격 할인 프로모션을 통해 공략했다면,

이제 다른 신규 맥주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뭘 해도 어렵겠지만, 그래도 해야 하는 하나가,

아니, 뭘 공략해도 필수인 방법이 바로 광고다.

TV광고가 연령 제한 때문에 밤 10시 이후 가능해도,

그럼에도 광고를 하지 않으면, 그래서 모르면,

음식점에서 그 맥주를 찾는 손님이 없으면

그 맥주는 시작도 못 해보고 망한다.

그래서 광고가 필수다.


하지만, 굳건하고 높은 허들이 떡 버틴 맥주 시장에

새 브랜드가 후발주자의 입장에서 진입하기 위해서

어떤 전략으로 광고를 해야 하는 걸까?


[롯데칠성 '크러시' : 4세대 맥주의 등장] 편

광고주: 롯데칠성음료
만든 이 : 대홍기획/ 국영은 CD/ 황경준 외 AE/
이호재 감독/ 모델 : 그룹 에스파 '카리나'

One of Them이 되지 않고

One vs Others로 선을 가르는

후발주자의 전형적 차별화전략


지금까지의 맥주는
치킨이랑 어울려, 소주랑 어울려, 회식이랑 어울려
근데 나랑은 안 어울려.

내가 끌리는 대로.
마침내 4세대 맥주의 탄생
Crush on. KRUSH.


"지금까지의 맥주"를 거론하며

그동안 먹던 맥주를 떠오르게 만든다.

그리고 "나랑은 안 어울려"로 선을 긋는다.

차별화인데, 중요한 것은 경쟁제품 하나가 아니라

맥주 카테고리 전체와 단절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


기존 맥주 vs. ‘4세대 맥주’로 단절의 선을 긋고,

그 기준점을 ‘나와 어울리는’ 멋/스타일로 세우고 있다.

차별점을 보통 원산지, 목 넘김, 거품 등

제품의 기능적 속성에서 찾기 마련인데,

스타일이라는 감성적 속성으로 세운다는 점에서

새롭다, 어쩌면 용감 내지는 무모하다 할 수도 있다.

사람마다 호불호는 다르니까, 불명확한 포인트라서.


아무튼, 후발주자는 이렇게 기존 브랜드를 공격한다.

굳건한 기존 시장에 얌전히 들어가서는 승산이 없다.

그저 여러 맥주 중 하나(One Of Them)로 그친다.


그래서 기존 시장을 공격해서 '균열'을 만들어야 한다.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틈'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래서 그들과 다른 나(One vs Others)로 선 긋기!

아주 전형적 후발주자의 신규 시장 진입 광고전략.


기존 시장, 브랜드에 대한 불만과 아쉬움이 많을수록,

새 브랜드의 장점이 만족도가 높을수록 이게 먹힌다.

그 대립점, 기준점을 뾰족하게 하는 것도 실력.

그 기준으로 제품을 평가하는 프레이밍도 하기 때문.


지금 크러쉬는 그 균열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고,

그 대립점으로 "네 스타일에 맞는 맥주냐?" 묻는다.

이게 먹히느냐, 안 먹히느냐는 각자의 판단.

다만, 마셔야 하는 이유가 결국 ‘스타일’ 일뿐,

다른 제품적, 기능적, 이성적 차별점이 전혀 없다.

그래서 명확하고 뾰족한 기준점이 아니라,

호불호의 영역에 있는 '스타일'이라는 기준점이

무모함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뜻.


물론 크러쉬도 "균열"을 만드는 광고 이후에는

"크러쉬를 차별적으로 마셔야 하는 이유"를

더 자세히 어필하는 후속작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눈길 끌기 성공적, 후속 캠페인이 중요!


스타일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 만큼,

영상도 스타일리시하다.

기존 뻔해 보이는 호프집을 빠져나와

나만의 옥상 공간으로 가는 설정과

보이는 배경 및 색감이 영화의 한 장면 같다.

공간에 따른 음향효과, BGM 등도 분위기를 더한다.

모델 카리나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영상에서도 내레이션에서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모델과 영상의 포인트는 잘 매치되어 보인다.

학교든, 회사든, 어느 모임에서든 어떤 목적에서든

나를 차별화해야 할 필요와 기회가 있을 때가 있다.

내가 유리한 위치라면 이 판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이 판을 굳건하게 만들 설득 전략을 짜야한다.


하지만 내가 불리한 위치라면 판을 흔들어야 한다.

일단 균열을 내서 틈을 만들어서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는 포지셔닝을 해야 한다

그 균열을 낼 때 주로 쓰는 설득 전략 중 하나가

앞서 이야기한 "단절" "선긋기" "패러다임 전환".


이번에 초등학생 딸이 쓴 회장 공약 발표에 보니

이와 흡사한 전략을 쓰고 있더라. 어렵지 않다.

누그든 일상에서 요긴하게 쓰던 전략이라는 것.

딸이 당선증을 받고 기뻐했듯이,

누구나 효과를 볼 수 있다, 적절한 곳에만 쓴다면.


본 광고의 인용이 불편하시다면,
누구든, 언제든 연락 주세요. (출처: tvc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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