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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항녀 Aug 12. 2024

내 꿈은 세일러문

달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

내 생애 첫 꿈이자 장래희망은 세일러문이었다.

정말 세일러문이 되고 싶었다.


뒤통수 뚱뚱한 컴퓨터 모니터로 ‘세일러문’ 사이트에 들어가서 엄마한테 허락받고 세일러문 그림을 프린터기로 뽑곤 했다.


뽑은 그림을 벽에 붙이거나 예쁘게 접어서 ‘세일러문이 되게 해 주세요’ 하고 빌었다.


그 사이트에 들어가면 세일러문 ost가 나오는데 그 노래를 듣고 있으면 그 어린 나이에 가슴이 웅장해졌다..

(그 사이트 찾고 싶다.)


‘달의 요정 세일러문’

그렇게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 미안해 솔직하지 못한 내가, 지금이 순간이 꿈이라면 ‘이라는 가사를 외며 꿈을 키워갔다.


초등학생 때까지 세일러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는 게 가끔 가족끼리 있을 때 재미있는 추억거리가 되곤 하는데 그 이후에도 나는 쭉 그런 명랑한 꿈을 가져왔다.


무려 고등학생 때까지.


사회적•대외적 장래희망은 의사, 한의사로 시작해서 현실을 직시하고는 공무원 등등으로 바뀌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비밀스럽게 그리고 은밀하게 나는 속으로

해리포터를 보면 ‘마법사’가 되고 싶었고,

마틸다를 보면 숨겨진 ’ 염력‘을 찾을 것만 같았고,

반지의 제왕을 보면 어디선가 ‘절대반지‘를 찾을 것만 같았고,

‘트와일라잇’을 읽으면 언젠가 멋있는 뱀파이어한테 물려서 나도 뱀파이어가 될 것만 같았다.


수업시간에 가끔 마틸다처럼 교탁 위에 올려져 있는 선생님 컵을 노려보고 염력으로 움직여보려고도 하고

문방구에 파는 ‘진실반지’를 사서 내 반지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지 않을까 기대를 하곤 했다.

디지몬 디지바이스를 사서 잘 키우다 보면 진짜 디지몬이 내 눈앞에 나타나지 않을까 설레기도 했다.


그렇게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도 나는 허무 명랑(일부러 명랑으로 바꿨다. )한 꿈을 꾸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 누구보다 평범한 직장인이 되어있다.


그 어떤 판타지를 읽어도 그 주인공이 되고 싶거나 특별한 능력이 숨어있다가 튀어나올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지는 않다.


현실과 타협한 나.. 가 아니고 현실을 받아들인 거지.


이제 어른이 된 걸까.

조금 많이 아쉽기도 하다.


그래도 이 글을 쓰면서 오랜만에 세일러문 그림들을 보니 설렘은 조금 느껴진다.


오늘 베란다에 널어둔 빨래가 더위에 죽지 않기를 바라다가 옛날 꿈까지 생각이 이어졌다.


근데 갑자기 궁금해졌는데 나만 고등학생 때까지 내가 특별하다고 느꼈을까?

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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