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 언급 금지
용서가 뭘까?
두산지식 백과에 따르면 아래와 같다.
철학 용어로, 잘못의 피해자가 잘못을 저지른 가해자에게 보이는 반응의 한 종류이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가한 잘못에 더 연연하지 않고 가해자를 향한 부정적인 감정을
누그러트린다.
이러한 내용으로 봤을 때, 아무래도 용서는 피해자가 '능동적' 그리고 '주체적'으로 행하는 반응인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살고 있는 내 세상에서는 사람들이 나에게 용서를 종용(?)한다.
나는 그렇게 가혹한 사람이 아니다. 그러고 싶어도 못 된다.
뭐 물론 오로지 내 생각일 수도 있지만,
나는 개 같은 사람이다.
아무리 상처를 받아도 조금만 잘해주면 좋다고 꼬리를 흔드는, 그런 사람이다.
(우리 집 밍구)
그러고 돌아서면 속상한데 고쳐지지가 않는다.
가혹하고 독한 사람이고 싶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싸우더라도 사과를 먼저 하는 편이었고, 혹시나 어떤 상태에서 내가 잘못한 게 무엇인지 파악되지 않더라도 눈치로 분위기가 안 좋다 싶으면 '혹시 제가 무슨 잘못을 했나요?'라고 설레발을 치거나 되려 물으며 상황을 타개하려는 편이다.
그리고 내가 상처를 받거나 타격을 입고 서운한 점을 말하더라도 그 서운한 감정의 대상이 내가 저지른 '서운함 토로'에서 불편한 감정을 느꼈을까 봐 사과를 하기도 한다.
뭐, 물론 다시 말하지만 순전히 내 입장에서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다.
근데 뭐 내 생각이니까 당연히 내 입장에서 생각하는 거지 뭐.
하지만 왜 나는 또! 제3자가 나에게 '가해자'를 용서 '해주라'라고 말을 할까.
왜 내가 또 그런 말을 들으면서 마음이 좁은 사람같이 느껴지게 만드는 걸까.
그럼 역으로 내 삶을 돌이켜봐야겠다.
내가 타인에게 용서를 종용한 일이 있었던가.
있었던 거 같다.
엄마하고 아빠하고 싸웠을 때. 근데 아마도 용서보다는 화해를 권했던 것 같다.
그땐 어렸다. (합리화다.)
그런 상황 말고는 웬만해서 나는 타인에게 어떠한 행동을 하게끔하는 말을 하지는 않는다.
타인의 삶에 개입하는 것은 나는 월권이라고 생각한다.
조언을 구한다면 조언을 해줄 수는 있겠다.
하지만 조언을 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리고 '용서'와 '용서하지 않음'의 상태에서 '용서를 하라고 말하진 않을 것이다.
게다가 용서를 하지 않겠다고 용기 낸 말에 얹어 '그쪽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 보라'라고 말은 하진 않을 것이다.
적어도 어느 정도 내 사람이라고 생각이 든다면 말이다.
내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애초에 그런 말을 해줄 필요도 없겠지.
용서를 하라고 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용서의 대상은 모두 나보다 직위로나 나이로나 윗사람이다.
그럼 상대적으로 직위가 낮고, 나이도 어린 내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처도 치유가 안된 상황에서 무작정 용서를 해줘야 할까?
위에서 말한 대로 나는 나에게 용서를 하는 게 어떠냐고 말을 한 사람에게
'저는 그 또는 그들로부터 받은 상처가 치유되지 않았고, 그들이 먼저 나서지 않으면 만날 생각이 없습니다.'라고 했더니 앞으로 내 사회생활에 대해 걱정하는 말을 들어야 했다.
그 용서를 말한 사람은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나에게 조금 실망한 듯했고, 나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그 사람에게까지 또 다른 상처를 얻어야 했다.
어떤 사건이 있었을 때 (사소한 싸움이라도) 용서라는 것은 아무래도 제3자의 입에서 나오면 안 될 단어 같다.
부처의 마음을 갖고 살고 싶었으나 나는 천주교 세례를 받은 마리안나다.
그러면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마음은 어디 갔냐고 물으면, 아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