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한 음식이 정말 너무 맛있다.
살도 찌고 통장도 텅장이 되어 냉장고에 이미 사둔 재료들을 써서 요리를 해 먹고 있다.
나름 ‘냉장고 파먹기’랄까.
그래서 해먹은 음식들은
황태미역국, 묵은지김치찌개, 명란찜, 차돌양배추찜, 옛날토스트 등등
많고 특별한 재료들이 필요한 것들은 아니다. 어쩌면 누기해도 맛없기 어려운 음식들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한테 너무 맛있는 내 음식들이다.
며칠 전 저녁에 첫 일식 오마카세 식당에 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한데 그날 내가 끓여둔 ‘황태미역국’이 몇 번 끓였던 터라 진국이 되어 있었다.
참을 수 없는 허기짐. 조용히 미역국에 밥 한 그릇을 말아먹고, 두 그릇, 세 그릇. 약속시간까지 2시간이 남았는데 네 그릇.
정말 네 그릇을 먹었다.
어쩜 그리 맛있는지..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어제 끓인 묵은지김치찌개.
내가 좋아하는 ‘보리 먹은 돼지’ 얼려둔 걸 미리 녹여두고 그걸 마늘과 함께 볶아 맛있는 기름을 만들어 김치찌개를 끓였다.
역시나. 깊은 맛과 살짝 넣어준 참치액으로 올라오는 감칠맛.
몇 차례 밥을 리필했다. 그리고 어젯밤 바로 질릴 만큼 먹었다.
처음 요리를 할 때는 사 먹는 거보다 살이 덜 찌겠거니, 그리고 건강하겠거니 했는데 이렇게 너무 맛있어버리면 의미가 없는 듯하다.
어쩌지.
나는 아무래도 금손인가 보다.
지금은 유튜브보고 만든 명란찜이 너무 맛있어 밥을 한번 더 리필할지 고민이다.
오전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이렇게 내가 한 무언가가 나에게 이만한 기쁨을 준다면 충분히 행복한 삶 아닐까?
푸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