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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 눈 위를 걸으며 소리지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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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항녀

오랜만에 눈 뜨자마자 걸으러 나왔다.


역시 아침에는 무지성(?)으로 머리도 산발을 한 채 집을 나서야 한다.


상쾌하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겨울 공기가 코로 들어왔다.

비염인이라 코가 조금 시렸지만 그 상쾌함을 참을 수 없어 왕창 들이마셨다.

기브엔 테이크인지 콧물이 나왔다.

이런 보답은 필요 없는데.

흉통을 벌려 오랜만에 폐 깊은 곳까지 공기를 넣어준다는 생각으로 공기를 마셨다.

이럴 때 폐까지 공기가 새로 들어간다는 느낌이 오는데 일상 속에서 우리는 폐를 조금밖에 활용하지 않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렇게 걷다 길 위에 얼어있는 눈의 흔적을 밟았다.

빠작, 사브브븍 (뽀드득은 소세지 생각이 나서 애써 쓰지 않으려 한다.)

천천히 밟을수록 소리의 길이가 길어져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소리랑 발에 전달되는 얼음 바스러지는 감각에 언제 느껴 본 지 모를 익숙한 것도 같은 설렘이 느껴진다.

괴상한 소리를 내고 싶다. 하지만 다들 출근길이니 아침부터 타인을 기분 나쁘게 하기 싫으니 조용히 입 닫고 밟는다.


평소에는 미끄러질까 봐 피해 다니던 눈길인데 이렇게 좋을 일인가.


다른 사람들 발자국을 보며 부디 저 사람들도 나와 같은 설렘을 느꼈길 소망해 본다. 그럼 이번 한 주를 조금 더 즐겁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행복은 덩치가 작아 눈이 밝은 사람만 찾을 수 있다던데 오늘 내 행복의 눈 컨디션은 ‘매우 좋음’이다.


꺄아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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