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책 그 언저리, 아니 그냥 주책.
집 앞 편의점 아주머니 사장님과 안면을 터가는 중, 살짝의 스몰토크가 오가는 말랑말랑하는 썸 타는 사이.
나이를 먹으면 어쩔 수 없이 주책이 느는 건지 모르는 사람과 스몰토크가 갈수록 좋아진다.
나 어릴 때 엄마가 처음 보는 사람들과 스몰토크를 하면 엄마 옆구리를 찌르며 빨리 가던 길가 자고 ‘승질’을 내곤 했는데 괜스레 미안한 생각이 드는 요즘.
아무튼.
며칠 전에 편의점에 갔을 때 아주머니 사장님께서 (아저씨 사장님은 따로 계시기 때문에) 지역화폐 카드를 얼른 만들어라며 혜택이 좋다고 소개를 시켜주셔서 리액션 좋은 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똥그랗게 뜨고는 “대박이네요! 바로 만들어야겠어요!”했지만 글을 쓰는 지금에서야 다시 생각이 나버렸다.
아마 안 만들듯 싶다.
하지만 그런 걸 알려주시는 마음이 너무 좋다!
너무 감사하단 말이다!
이 팍팍한 세상에 몇 번 만난 손님에게 그런 정보를 알려주시는 것 얼마나 달콤한가..
그렇게 아주머니 사장님과 좋은 관계를 쌓아가고 있는데 어제 17시경 편의점을 들렀다.
아마 아주머니 사장님께서는 내 직업이 궁금하셨던 모양이다.
과자 두 봉지와 탄산수를 계산하려는데
“퇴근하는 길이에요?”라고 친근하게 물어보셨다.
음.
지금 휴직 중이라고 설명을 드리자니 뭔가 부연설명을 해야 할 것 같고.. 이런 생각을 하다가
“흐흐 아니요.”에서 말문을 닫아버렸다.
뭔가 대화가 딱 끊긴 기분이라 괜히 죄송한 마음이 들었는데 서서 다시 설명을 드리긴 뭐해서 인사하고 나와버렸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거울을 보는데 갑자기 약간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왜 하교하는 길이냐고 물어보지는 않으셨을까.
근처에 대학교가 있어서 대학생으로 보일 수는 없었던 걸까.
흠.
욕심인걸 안다.
속상해하며 괜히 죄 없는 볼따구를 위로 잡아당겨봤다.
(죄 있는 사람은 체포도 안 당하겠다고 버티고 있는데 볼따구야 미안해.)
슈링크도 받아보고 인모드도 해보고 비싼 에센스도 발라봤는데..
살이 쪘으면 동안으로라도 보여야지, 살은 살대로 찌고 그러면 너무 한 거 아닌가?
서른이 넘어 이런 생각하는 게 최고 주책인 듯 하지만 마음은 20대 중반인걸 어떡해.
아주머니 사장님 다음에 제 휴직스토리 들려드릴게요..
서운하셨다면 죄송해요.
하지만 저도 퇴근하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았어요.
하교하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