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를 좋아하지 않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싫어했다.
아니 오늘 아침 11시까지도 싫어했지.
22살 고무신 시절, 면회를 가겠다며 힘들게 포천까지 올라가서 내 군인 생활관 관물대를 구경하는데 아이유 CD가 있었다. 어린 마음에 그게 그렇게나 질투가 났다.
그땐 사랑과 집착, 소유욕을 구분 못할 때라 그에게 여자란 나밖에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힘든 군대생활을 하는데 선임한테 아이유 CD를 물려받아 듣는 걸로 온갖 성질을 부렸었다.
‘왜 여자가수 노래 CD를 가지고 있어? 나 힘들게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정말 보람 없다..‘
이게 무슨 억지인가..
지금 생각하면 내가 얼마나 숨통을 조였을까 싶다.
어쨌든 아마 구체적으로 아이유를 좋아하지 않은 건 그때쯤인 듯하다.
오늘 오전부터 머릿속이 시끄러워 오랜만에 예전에 자주 오던 카페를 왔다. 그 카페 특유의 냄새. 두어 달 만에 맡는 냄샌데도 너무 반가웠다. 매일 앉던 그 자리에 다행히 사람이 없어 앉았는데 앉았고 매일 마시던 아로마노트샷을 넣은 카페라떼를 한 모금하니 행복하다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앉아 책을 읽는데 아이유 노래가 들려왔다. 평소라면 싫었을 텐데. 제목은 모르지만 익숙한 아이유의 노래. 그게 갑자기 왜 위로가 되는지.
빠르게 ‘음악 찾기’를 하고 싶었지만 그냥 들리는 그대로 들으며 선물 받았던 책을 읽고 라떼 한 모금을 또 들이켰다.
그래 겁먹을 거 없지.
어쩌다 공짜로 귀에 들어온 아이유 음악에 위로를 받고 행복도 하니까.
아이유 싫어하는 걸 오늘 11시 이후로 멈췄다.
얼마나 쉽게 무언가를 싫어하고 또 아무렇지 않게 좋아할 수 있는지,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지.
요즘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으며 영원한 것은 없고 이미지에 좌우된다는 교훈(?)을 얻고 있는데 아이유 님 덕분에 확실히 깨달았다.
집에 가서 그 노래가 뭔지 찾고 내가 가진 스피커로 크게 들으며 널브러져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