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 입은 꼬마가 우리 아빠.
우리 아빠는 카페를 좋아한다. 집 근처에 예쁜 카페가 생겼다며 지난주부터 가자고~ 가자고~ 했는데 미루고 미루다가 오늘에서야 나랑 둘이 시간이 맞아 카페를 왔다.
아빠도 어쩔 수 없는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 아빠 역사얘기를 자주 한다. 그 얘기들은 한 세 번씩 들은 이야기.
솔직히 지루할 때가 많지만 아빠가 이런 얘기를 내가 아니면 누구한테 할까, 또 누가 들어줄까 싶어서 내 나름 호응을 하면서 들어준다. 가끔 생전 본 적도 없는 아빠 친구들 중에 기억나는 이름이 나오면 “아~ 기철이~”하면서 반응을 해준다.
그럼 더 신나서 얘기를 해준다.
(나는 하품을 참아가며 이야기를 들어준다.)
어쨌든 오늘의 주제는
‘다들 아빠를 좋아했다. 남녀불문하고.’였다.
저 얘기를 하면 “나도 그런데요. 아 아빠 닮았나 보다. “하고 대꾸를 한다. 그에 대한 반응은 딱히 없다.
아무튼 그 주제의 근거는 아빠가 어디서 ‘맞아오면’ 친구들이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는 것이다.
첫 번째 사건. 아빠가 1학년이던 시절, 어디선가 기억 못 하는 이유로 한 친구와 시비가 붙었다고 한다. 그때, 동급생인 공부도 잘하고 싸움도 잘하던 ’ 송상철‘씨가 등장해 아빠를 대신해 싸워줬다고 한다.
두 번째 사건. 중학생 2학년이 되고, ’ 이현제‘라는 친구가 아빠랑 시비가 붙었다고 한다. 그때 ’ 이광국‘씨가 나타나 두드려 패줬다고 한다.
여기서 의문이 들어 한 세 번 정도 물어봤다.
”아빠, 찌질이였어요? 왜 계속 맞아요? “
그랬더니 아빠가,
”찌질이 아니었다니까. 맞은 것도 아니고 시비가 붙은 거라니까.”
라고 했다.
그리고 세 번째 사건. 2학년. 이때도 송상철 씨가 등장한다.
아빠가 친구와 부딪혀 싸움이 났는데 서로 때리고 맞아 얼굴에 상처가 났다고 한다. 그런 상태로 아빠 자리였던 ”뒤쪽 창가자리에 햇살을 받으며 “ 앉아있는데 송상철 씨가 와서 “니 얼굴이 와그렇노. 누가 그랬는데.” 물었다고 한다. 그랬는데 아빠가 눈짓으로 가리켰더니 그 사람을 패줬다고 한다.
흠.
아빠는 과연 어떤 학생이었던걸까. 아이러니다.
아빠는 해병대를 나오고 체대를 나왔다.
아이러니다.
이런 얘기는 ’글감이다!‘하면서 메모하며 열심히 들어주자 아빠가 잊을 수 없는 추억 얘기를 하겠다며 말하는데..
러브스토리라 듣기 거북해서 이건 글로 쓸 수 없다고 말하고 대화가 종료되었다.
아빠의 러브스토리까지 들어줄만큼 내 비위가 강하지는 않다.
근데 내가 삥을 그렇게 많이 뜯겼던게 혹시 아빠가 맞고 다닌 것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제 삥의 역사는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lfemme-revolte/11
흡.
혹시 송상철님 이 글을 보시면 댓글 부탁드립니다!
아빠 검토 후
+ 아빠한테 읽으라고 보내줬더니 맞은게 아니고 싸운거라고 뭐라한다.
+ 이광국이가 센게 아니고 그저 같이 싸워줬을 뿐이라고 한다.
+ 맞은게 아니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