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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염, 고마해라 마이 해묵었다이가

잠봉뵈르 먹는데 너무 맛있어서, 진짜 코피 아님

by 반항녀

나는 만성비염인이다. 고등학교 때 아마 비염이 없었다면 나는 문과였지만 의대에 갔을 것이다. 푸하하


요 근래 날씨가 오락가락해서 코가 정신줄을 놨는지 코로 숨을 아예 못 쉬는 상태로 종종 있게 된다.


그래서 이비인후과를 가면 코 속을 내시경으로 보는데 보는 의사 선생님들마다 대단히 코가 부었다고, 숨이 지나다닐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을 하신다.


이게 참 웃긴 게 뭐라도 대단하면 좋은지 어차피 병원 갔는데 코가 그리 부은 걸 누가 인정해 주니 기분이 좋은 듯? 하다. 웃기다.


이런 비염 코를 가지고 있다 보니 휴지를 맘껏 쓸 수 있는 식당만 가면 휴지가 산처럼 쌓인다. 흐르는 콧물, 막힌 콧물. 코를 풀어서 뚫릴게 아니라는 걸 알지만 뭔가 자꾸 빼고 싶다.


한 3년 전인가 갑자기 내 주위로 비염수술과 콧대수술을 함께하면 보험 적용이 되어 400만 원할 수술 비용이 100만 원 아래로 내려간다는 광고가 많았다.


나는 콧대도 없는 편이라 나를 위한 수술인가 생각하며 엄마랑 동생과 함께 성형외과로 갔다. 보험적용이 되려면 비중격만곡증이란 게 있어야 한다는 게 코 속 뼈가 휘어있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동생과 나는 검사를 받고 두근거리며 기다렸는데 나보다 코가 더 낮은 동생은 안타깝게도 코 속 뼈가 휘지 않아 온 돈 400만 원을 다 내고 수술해야 했고 나는 휘어있어 그때 당시 90만 원에 수술이 가능했다.


일단 동생과 나는 흥분해서 예약금 10만 원씩 걸고, (동생은 워낙 코가 낮아 엄마가 그냥 해주겠다 했던 걸로 기억한다.) 수술 날짜도 잡았다.


그렇게 하루하루 흘러 수술 일주일 전이 되었는데.. 예전에 코 수술을 한 사촌언니 코에서 실리콘이 그대로 살을 뚫고 나온 걸 본 기억이 나고 , 운 좋게 실리콘을 출산(?) 하지 않더라도 과연 내가 평생 이물질을 콧속에 넣고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나를 휘감아.. 결국 수술 취소를 했다.


어차피 취소한 거 주변 사람들한테 “수술 왜 하노! 코 괜찮은데!”라는 말이라도 듣고 싶어 같은 사무실에 ㄱ계시던 과장님 두 분께 “저 하마터면 코수술 할 뻔했어요!” 했다. 이제 내가 기다린 답이 나올 차례였는데.

“하지 와 취소 했노. ”라는 말이 나왔다.


민망함과 내 코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그냥 내 자리로 돌아가 앉아하던 일을 했다.


아무튼 이렇게 코 수술을 생각할 정도로 너무 괴롭다. 어젯밤에는 잠드는 게 끔찍한 정도였달까.


숨이 안 쉬어지니 계속 잠을 깨고, 입 벌리고 자려고 하니 입이 너무 말라 목이 아프고.


아, 예전에 비염 레이저 수술을 한 적은 있었다. 고등학교 때 공부에 지장이 너무 커서 큰 맘먹고 이비인후과에서 코 속 살을 레이저로 지져 공간을 만들었는데 나의 특출 난 재생력이 그 모든 일들을 없던 일로 만들었다.


레이저 코수술에서 기억나는 건 콧속에서 마술처럼 붕대를 꺼내는 것. 시원하면서도 아픈 그 묘한 기분. 그리고 코에서 이물질이 나올 때마다 레이저로 지졌기 때문에 재(ash)같이 종종 나오곤 했다. 재밌었다.


이런 경험으로 god 박준형 님의 그 코수술 스토리가 찐임을 안다.

찐이다.


이런 나를 사랑했던 20살의 남자친구는 재수 중이었는데 내 비염을 고치기 위해 의대를 가겠다고 다짐했으나 아무래도 고칠 자신이 없었는지 공대를 갔었다.


비염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지금은 오전에 다녀온 이비인후과에서 받은 약을 먹고 몽롱~하다.


코로 숨은 쉬고 있고.


코로 숨 쉬는 분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입니다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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