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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치, 갈매기 네 마리, 낚싯배 여섯 척

by 반항녀

차 타고 가다가 낚시꾼들이 잔뜩 서있는 방파제를 보았다.

파란 하늘, 푸른 바다, 조용한 낚시.

참을 수 없었던 나는 아빠한테 내려달라고 했다.

아빠가 일 보고 오는 사이에 나는 여기 있겠다고.


나무판자를 밟고 방파제에 올라야 했다. 최근 증량에 성공한 나는 낚시꾼들의 사다리를 부수지 않을까 싶어 그 판자 들 중 제일 튼튼해 보이는 판자를 골라 방파제에 올라섰다.


마침 그 앞에 배를 걸기 위해 만들어져 있는 구조물이 있어 그 위에 앉았다. 양 옆으로는 낚시하시는 분들이 계셨다.


조용히 앉아 풍경을 감상했다.

바다 위에서 부서지는 햇살(나는 윤슬이라는 말이 왜 그렇게 오글거리는지 모르겠다.), 갈매기 네 마리, 낚싯배 6척. 그리고 간간이 들리는 바람소리. 낚시꾼 아저씨가 떡밥을 뿌리면 덩어리 지지 않고 던진 그 길 위로 흩어지며 뿌려졌다. 그것도 예뻤다.

내가 전담마크한 낚시꾼 아저씨는 몇 차례 미끼를 기부했다. 어쩜 그리 미끼만 쏙 빼먹고 달아나는지.

괜히 다행이다 싶은 생각도 들고.


그러다 아저씨가 ‘적당히’ 급하게 낚싯줄을 당겼다. 손바닥 한 뼘만 한 반짝이는 생선이 낚싯줄 끝에 매달려있었다. 그 생선을 집게로 잡아 통에 넣으려 하시는데 그 순간 아저씨한테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여쭤보았다. 흔쾌히, 쿨하게 사진 찍기 좋은 각도로 은빛 생선을 카메라 앞에 대주셨다. 그리고 “꽁치”라고 말씀해 주셨다. 쏘 쿨.


그 생선을 잡으시고 다시 낚싯줄을 던졌다. 내 속에서는 하고 싶은 질문들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아저씨한테 낚시는 어떤 의미(?)인가요? “

”낚시하시는 동안 어떤 생각을 하세요? “

”여기서 주로 잡히는 어종은 무엇인가요? “

”저 떡밥은 직접 만드셨나요? “

”잡은 생선은 집에서 요리해서 드시나요? “


하지만 낚시에 대해 잘 모르는 나는 얼마나 조용히 있어야 하는지, 그리고 낚시를 하시는 분이 얼마큼 집중을 해야 하는지 몰라서 쉽게 질문을 하지 못했다.


그 대신 내가 낚시꾼이라면 낚시을 왜 할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기약 없는 기다림. 오늘 내가 낚시를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생선이 잡혀주진 않을 텐데. 그럼 왜 나왔을까.

명상 같은 행위일까?


막상 해보지 않으니 생각을 해도 알 수가 없었다.


그냥 그렇게 30분 계속 앉아 지켜보고 있었다.


멀리 수평선도 보다가 생선을 잡아 신나서 소리를 지르는 건지 꽥꽥거리는 갈매기 소리도 듣다가.

그러다 내가 마크하고 있던 낚시꾼 아저씨 일행이 오셔서 밥을 먹으러 가자셨다. 나한테 말고. 아저씨한테. 아저씨가 낚싯대를 끌어올리는 그 틈을 타 질문 하나를 던졌다.


“선생님, 저 뭐 하나만 여쭤봐도 될까요?(라고 물었으나 바로 질문을 붙였다.) 낚시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세요?”


그 쿨한 낚시꾼 아저씨는 웃음기 담은 목소리로 답해주셨다.


”아무 생각 안 해요. 생각하면 스트레스받아서. 그냥 아무 생각 안 하고 해야 해요. “


제일 어려운 일 아닐까. 아무 생각 안 하는 것.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순댓국을 드시러 가셔야 해서 붙잡지 못했다.


그 타이밍에 다시 아빠가 돌아왔다.


아빠한테 사진을 찍어달라 했다.


힐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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