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나의 비밀 인스타그램 계정에 아래와 같은 글을 썼었다.
저때가 책을 막 읽기 시작하고 혼자서 글도 깨작거리며 마음을 다 잡던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왜 나는 항상 마음을 다 잡아야 하고 어려움을 이겨내야 하는 상황 속에 사는가!)
그러면서 스스로 성장했다고 생각했다. 뭔가 성장했다고 생각했다. 아마 그때 혼자 광안리에 가서 바다를 보며 시를 쓰고 초밥을 먹으러 가고는 성장했다고 생각했었던 것도 같다. 아무튼 성장했는데 왜 아직도 나는 분노를 느끼고 우울할까 하며 자괴감에 빠졌었더라지.
글에는 깨달은 듯싶었지만 오늘 나는 저 글이 떠오르며 그때 내가 깨달은 게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성숙해졌다는 것은 감정을 어떻게 다스리는지가 포인트가 아닐까? 저 옛날 일기에도 적어뒀지만 빠르게 휘발시키기를 해야 하는데.
그런데 요즘은 감정을 휘발시키는 문제보다도 무언가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게 더 어렵다.
이제 질문을 좀 바꿔서
500권의 책을 읽었는데도 아직도 결정 하나 제대로 못해?
(제 기준 변화가 있을거라 생각한 독서량 입니다.)
라고하고 싶다.
하지만 고전문학부터 현대소설을 보면 다들 주인공들이 비슷한 고민을 한다. 몇 백 년 전부터 지금까지 사람 사는 건 다 고만고만하고 비슷한 고뇌를 하며 정답은 없이. 어떻게 보면 ‘다들 그렇게 사는구나~’하다가도 ‘인생은 왜 이리 어려운 거야! 어째서 몇 백 년 동안 인간이 나아진 게 없어!’하는 생각으로 바뀐다.
정답이 없다지만 누가 그냥 ‘이거 답지니까 따라서 해’라고 해주면 좋겠다.
요즘 친구들과 만나면 나이를 서른이나 먹고도 나아진 게 없고 해야 할 것들은 많고 선택은 더 어려워졌다는 이야기가 나오곤 한다.
모든 것이 여전히 너무 어렵다. 책을 더 읽다 보면 답이 나올까?
(멍청한 소리다.)
답이 없으니 더 재밌는 삶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용기도 없고 두려움만 잔뜩이다!
으악!
결론은 책도 나이도 답을 내려주지는 않는다!
그리고 동백꽃은 아직 살아있다.
예쁜 꽃을 보며 마음을 가다듬어 본다. ٩(ˊᗜˋ*)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