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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나이를 정했다.

일단 지금은 일흔 살로.

by 반항녀

며칠 전 몇 살까지 살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다. 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흔 살까지 살면 하고 싶은 거도 다하고 행복하게 살다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빚 좀 내서 외제차 사고 결혼할 돈으로 성형외과, 피부과 다니고. 근데 서른하나가 되고 나니 마흔은 좀 이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예순? 하는데 정년이 곧 65세로 바뀔 텐데 회사 다니는 중에 죽기는 좀 모양새가 나쁠 것 같아서 정년퇴직하고 5년 살다가 죽는 게 좋겠다 싶었다. 일흔 살.


연금은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받는다면 것도 덜 속상할 테고. 게다가 최근에 스위스였나 존엄사한 사람의 기사를 보면서 존엄사에 대한 생각도 하고 있었고, 또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늙음’에 대해 많은 생각도 하던 터라 꽤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부정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자연사하기까지 아프거나 비참하거나 비루하거나.. 자연사할 만큼 늙어 죽음을 앞두고 나 스스로 존엄하다고 느끼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생각은 뭐 바뀔 수 있으니.


그리고 죽음을 나 스스로 선택한다고 생각하니 삶에 대한 무게도 가벼워졌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자연사는 왜 가벼움을 주는 게 쉽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던 차에 오늘 만난 친구에게 몇 살까지 살고 싶냐고 물었다. 친구도 원래 마흔 살까지만 살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데 좀 이른 느낌이 들어서 예순 정도라던가. 친구도 나처럼 죽을 나이를 생각하고 난 뒤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고 한다. 좀 씁쓸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죽을 나이에 죽지 않더라도 마음이 편해지는 게 행복에는 좋으니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우리 사회가 문제인듯 싶다.


너무 거창한 걸 기대하게 만들어놓고는 쉽게 얻을 수 없게 만든, 가혹한 사회.


이것도 나약한 소릴까.


이러나저러나 소소한 행복들을 더 누리며 살아야지.

사진을 뒤집어봐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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