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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3월, 꽃을 사러.

by 반항녀 Mar 1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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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내가 정말 좋아하는 분께 기쁜 소식이 있어 꽃 선물을 드리려고 꽃집에 들렀다. 하필 그날이 화이트데이라 혹시나 꽃이 다 팔리고 없을까 봐 밍구 산책 겸 밍구를 태우고 급히 간 꽃집.


그때가 10시쯤이었을 거다. 밍구는 영문도 모르고 산책인 줄 알고 끌려갔다가 차에 앉아있기만 했다.

다행히 이른 오전이라 꽃은 많았다.

꽃 사러 꽃집에 간 게 거의 처음이었는지 꽃다발을 어떻게 사는 건지도 처음 알았다. 만들어진 꽃다발이 아니라 내가 고른 꽃들로 꽃다발을 만들어 주시는 거였다.

그분을 생각하자 환한 노란색 꽃이 눈에 들어왔다. 이름도 모르는 예쁜 노란 꽃과 몇 개를 더 골라 꽃집 사장님께 말씀을 드렸다.


사장님께서 꽃다발을 만들어주시는 사이 나는 다른 꽃들을 구경했다. 어쩜 그리 예쁘던지. 밍구를 차에 태워둔 것도 잠시 잊고 설레는 마음으로 꽃 사진을 찍고 눈에도 담았다.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할까. 설렘과 벅참, 기쁨. 온갖 좋은 감정은 다 나오는 것 같았다.


나를 위한 꽃도 한송이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한 송이 골랐다. 노랗고 분홍색의 꽃.

인위적으로 색이 뚝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서서히 변해가는 색. 다른 꽃들도 부분 부분 서서히 진하기가 달라지고 다른 색이 보이곤 했다. 어쩜 이리 무용한데 큰 기쁨을 줄까.


그렇게 즐기다 프로인터뷰어인 나는 고새를 못 참고 사장님께 질문을 했다.


“이렇게 예쁜 꽃들이랑 일하시면 행복하실 것 같아요..”


어쩌면 정말 식상한 질문. 그래서 바로 덧붙였다.


“아, 일이 되면 다르려나요..?”


사장님께서는 답해주셨다.


“아무래도 일이라서 큰 기쁨은 사그라들었지만 보면 깁분이 좋기는 해요. 그리고 꽃을 사러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기쁜 마음으로 예쁘다고 하시면서 사가시니까 그 기분을 받고 기분이 좋을 때가 많아요.”


손님들이 행복한 모습으로 들어왔다 나가는 일을 하는 사람은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지 않을까?


그렇게 꽃으로 한껏 행복을 즐기고 오늘 카페에 앉아있다가 꽃을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마침 근처에 무인 꽃집이 있어 오로지 나를 위한 꽃을 사러 갔다. 들어가서 한참 고민을 하고 있는데 마침 무인꽃집의 사장님이 들어오셨다. 갓 사 오신 꽃을 더 재어두시기 위해서. 프리지어가 들어왔는데 정말 상급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사진으로 종종 보는 프리지아꽃은 사진으로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데 그 싱싱한 노란빛을 안 잡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름 모를 뭔가 길가에서 본듯한 하얀색 꽃과 특이한 보라색 꽃. 따로 놓여 있을 때는 보라색, 노란색이 예쁠 수 있을까 싶었는데 한 손에 움켜잡으니 색다른 조화로움이 느껴졌다. 예뻐. 너무 예뻐.

가만히 앉아 꽃을 보고 아름다움을 즐기는 순간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면 더 아름다운 세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행복하다.



+ 글에 꽃이 넘치니 아줌마가 된 기분이다. 아줌마의 행복은 이런 것이었구나, 아니 행복함을 담는 것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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