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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랑 비슷하다면 위로가 되길

혼자가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니까.

by 반항녀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온전히 나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버텨온 시간보다 훨씬 더 큰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렇지 않으면, 나는 결국 누군가의 과거처럼, 그 누군가의 현재처럼 불안정한 방식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될 것만 같다.


아, 이건 물려받은 불안함인가.

이런 생각도 나약하다는 거지.


아침이 되면 다짐한다.

내 두 발로, 온전히 내 삶을 내가 행복하게 만들며 살겠다고.

하지만 하루가 저물 즈음이면 그 다짐은 서서히 흐려지고, 불안이 조용히 밀려온다. 흐려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철없게도 느껴진다. 그런 내가 싫다.


이 짧은 하루 속에서도 나는 확신이 없는 사람이다.


감정을 마주하려 했고,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려 했지만 이제는 그 감정들이 나를 무너뜨리는 존재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차라리 아무 감정도 느끼지 않았다면 덜 흔들리며 살 수 있었을까. 덜 고민하고, 덜 아파하고.


나는 왜 ‘심장이 뛰는 삶’을 원하면서도 막상 그 길 앞에서는 멈칫거릴까.

그 길을 분명히 보면서도, 왜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는 걸까.


누군가는 말한다.

“그렇게 살 거면 책은 읽지 마.”

“책을 읽고 이상해졌다”라고.

책을 읽은 뒤 깨달음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내가 이기적이라고도 했다.


그런가. 정말 그런가.

그냥 각자 행복할 순 없을까.

그냥 각자 행복을 찾으려고 할 수는 없을까.


해가 떠 있는 동안의 나는,

나답게 살아보겠다고 외친다.

하지만 해가 지고 나면 그 다짐은 희미해지고, 때론 철없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 자신이 원망스러운 순간도.


행복이란 게 뭘까. 참 진부한 질문이다.


감정을 바라보는 것이 행복에 가까워지는 길이라고 믿었다. 감정이라기보다도 진짜 나.

그래서 감정, 진짜 나에게 충실하려고 했지만, 그 길은 미래를 떠올리는 순간부터 고통스럽다.

반대로, 감정을 외면하고 살아가려 하니 지금 이 순간의 내가 무너진다.


하나의 목표만 바라보며

단순하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다.

모든 것을 덮고, 그냥 앞만 보며 걸어가고 싶은 마음.


어쩌면 해가 떠 있을 때 피었다가,

해가 지면 조용히 오므라드는 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런 모습도 결국 나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


오늘은 이런 저녁이다.

내일은 또 다르겠지.

다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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