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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무게 공개합니다.

내 몸무게의 역사, 안물 안궁?

by 반항녀

가장 살이 많이 찐다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나는 55kg이었다. 이때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이 정말 보기 싫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니까 수능 끝나면 모조리 빼버리겠다며 다짐했다.


수능이 끝나자마자 그때 유행했던 일명 ’황제 다이어트‘를 했다. 하루 종일 소고기만 먹어댔다. 엄마의 지원으로 소고기를 여러 부위로 먹었던 게 기억난다. 어차피 고기만 먹으니까 상을 차릴 필요도 없이 프라이팬 앞에 서서 익으면 먹고 레어로 먹고 바로바로 먹었다. 그렇게 며칠을 고기만 먹기도 했고 수능이 끝난 해방감에 여기저기 쏘다니다 보니 52kg이 됐다. 솔직히 애써 다이어트를 한 느낌은 없었고 그저 빠질 살이 빠진 기분.


그렇게 52kg으로 쭉 살다가 대학 졸업 직전, 취업 준비로 한참 스트레스를 받아 47kg까지 내려갔었다. 먹는 족족 소화가 안돼서 토하기도 하고 뭘 먹고 싶다는 생각도 딱히 없었다. 한 여름인데 잘 먹지를 못하니 온몸에 힘은 없었지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내 생에 가장 마음에 들었다. 마침 면접용 정장도 입었어야 했는데 가장 작은 사이즈를 입을 수도 있었다. 이 시기에 셀카가 가장 많다. 그래서 과거의 영광을 이용할때가 종종 있다.


그러다 취업을 하고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하니 다시 52kg으로 돌아왔다. 일상적이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 52kg이 되는구나 싶었다. 내 적정 몸무게. 그렇게 몇 년을 변함없이 살았다. 47kg으로 내려간 건 아마 반년도 안 됐을 거다. 그럼 거의 10년 가까이를 52kg으로 살았는데 재작년부터 살이 붙기 시작하더니 지금 65kg이 됐다.


점진적으로 살이 올랐는데 55kg을 찍었을 때 ’와 나 이거 안 되겠는데. 고3 때 몸무게를 찍었다고?‘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다가 58kg. 오히려 스트레스는 줄어들고 빨리 빼야지 싶었다. 그렇지만 먹는 걸 포기하는 건 어려웠다. 그러다가 62kg. 엄마랑 몸무게가 같아졌다. 원래 우리 집에서 내가 제일 가벼웠는데.. 그렇게 잠시 방심한 사이에 65kg이 찍혔다.


65kg. 아무리 그래도 내 키에 100을 뺀 숫자를 넘지 않으리라 했는데 넘었다. 아무래도 13kg이 찌다 보니까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게 되면 민망함에 미리 말을 한다.


’나 살이 많이 쪄서 굴러갈 거야~‘


이렇게 말을 하고 친구를 만나면 친구들은 ’ 살쪘는지 모르겠는데?‘라고 한다.

하지만 동공이 흔들리는 게 보인다.

미안해 친구들아. 거짓말을 하게 만들어서.


가끔 친한 윗사람을 만나면 솔직히 말해준다.


”니 이러면 안 된다. 빨리 살 빼라. 하루에 무조건 만보씩 걷고. “


이런 말을 들으면 의지가 솟는다.


그런데 살이 찌고도 몸무게만 늘다가 몸집이 커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나는 그걸 ’펑‘했다고 말을 한다.


몸이 애써 살이 ’펑‘하는 걸 잡고 있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못 견뎌서 ’펑‘하는 것이다. 그럼 두툼함이 전과 다르다.


옆구리의 두툼함, 뱃살의 두툼함.


사실 이 정도의 두툼함은 정말 내 삶에 처음이라 너무 불쾌할 때가 종종 있다. 앉아있다가 허리 스트레칭을 하면 옆구리가 접힌다. 등심도 접힌다. 아차차. 등살.


오늘은 정말 소식을 하겠다고 다짐을 하며 머릿속으로 떠올리면 안 될 음식들을 나열하며 음식을 떠올렸다.


초밥.. 초밥..


초밥이 먹고 싶어졌다.


그런데 뱃살이 느껴졌다. 초밥 안돼.


그러다가 공포심이 들었다. 내가 살을 뺄 수 있을까? 이렇게 두툼한데 언제 다 빠질까? 얼마나 해야 할까? 평생 이렇게 살게 되는 건 아닐까? 아니면 더 찌는 건 아닐까? 맞는 옷이 없는데 어떡하지?


살이 쪄보니 살 찐 사람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을지 알게 됐다. 뭐든 해보기 전에는 함부로 판단하지 말지어다.


그러다 글을 쓰게 되었다.


글을 쓰다 보니 입맛이 떨어졌다.


브런치스토리에 새롭게 다이어트 일지라도 써야 할까 싶다.


그래도 65kg치고 괜찮지 않나요?

며칠 전이거든여 가리면 티 덜나요.

사실 자존감 지키려고 사진 올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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