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밍구를 데리고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
정말 철푸덕—소리까지 날 정도로 넘어진 거다.
사실 나이를 먹을수록 예전처럼 신체적으로 경거망동하지 않는다.
살면서 내 몸의 반응 속도나 한계치를 어느 정도는 알게 되기도 하고, 몸 자체가 예전만큼 성급하지 않기도 하다.
그래서, 웬만하면 쉽게 넘어질 일이 없다.
그런데 오늘 조금 전, 몇 년 만에 보기 좋게 넘어진 거다.
차에서 밍구와 동시에 내리려는데 밍구랑 내리는 속도가 맞지 않았다.
나는 발이 차에 걸렸고, 밍구는 내 손에 리드줄이 잡혀 있어 도망치지도 못했다.
결국, 나는 밍구처럼 네 발로 바닥에 떨어졌다.
떨어지는 찰나,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밍구를 내가 깔아뭉개면 어떡하지?”
이 육중한 몸이 1/4도 채 안 되는 무게의 소중한 밍구를 덮치면 밍구가 골절은 기본이겠구나 싶어 아찔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내 네 발(?)은 밍구를 가운데 두고 떨어졌고, 밍구는 비명 한 번 지르지 않았다.
밍구는 평소에도 은근히 엄살이 있다.
발이라도 살짝 밟히면 끼악 소리를 낸다.
그런 밍구가 조용했단 건, 내가 정말 착지를 잘했다는 증거다.
나는 두 무릎과 손바닥으로 주차장 바닥에 엎어졌고,
밍구는 무사했고, 그리고 지나가던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어렸을 땐 부끄러움에 정신이 없어 통증도 못 느꼈을 텐데, 지금은 부끄러움 하나 없고 통증만 선명하게 느껴졌다.
• 어릴 때: 부끄러움 >>> 통증
• 지금은: 통증 >>> 부끄러움
아프긴 정말 아팠다.
챗gpt한테 그려달라고 했는데.. 맞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넘어진 채로 한참을 웃었다.
지금은 일부러 넘어지려고 해도 잘 안 넘어지는 나이니까.
그리고 그 장면을 보고 있던 아빠는
“니는 나이 먹고 좀 덤벙대지 마라”며 한마디 하셨고,
나는 그냥 또 웃었다.
오랜만에 넘어지니 재밌었다.
더 나이를 먹고는 그냥 웃어 넘기기에는 위험하겠지?
무릎에 멍이 크게 들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영광의 상처 같은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