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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소정 Feb 23. 2024

맞벌이가 가능할 줄이야

도시보다 시골이 아이 키우기 좋은 이유

바쁜 도시보다 여유로운 시골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에 더 편안할 수 있어요.


모두가 처음 겪는 혼돈의 그 차제인 코로나19. 우리 일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어요. 특히 아이를 둔 부모들은 상황이 더욱 끔찍했을 거예요.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아이들은 보육시설이나 학교를 가지 못하게 되었어요. 그 결과로 엄마나 아빠가 육아를 위해 일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어요. 현관 밖을 나가기가 두려운 상황 속에서 집은 감옥이 돼버렸어요. 집에 갇힌 부모와 아이 모두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갔고요. 아이들은 밖에 나가고 싶어서 때를 쓰기 일쑤였고, 부모들은 매일 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애를 썼야 했어요. 또한 익숙하지 않은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자녀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할까 봐 걱정과 고민을 놓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면서요. 육아에 전념해야만 했어요.


한편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도시만큼 큰 타격을 입지 않았어요. 시골의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원래부터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시간을 보냈거든요. 유아들은 어린이집을 보내기보다 집에서 돌보는 경우도 많았어요. 시골에서는 부모가 아이를 돌보면서 일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으니까요.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도 시골에 사는 부모들은 일과 육아를 포기하지 않고 해낼 수 있었어요. 도시에서는 일과 육아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면 시골에서는 일과 육아, 2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던 것이죠.


저는 아이가 있는 삶을 상상해 본 적이 거의 없어서 맞벌이에 대한 고민을 크게 해 본 적이 없어요. 결혼을 한다고 해도 일을 계속하고 싶었거든요. 그러나 작년에 스위스 농촌에서 2달 동안 홈스테이를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농촌에서는 아이를 키우며 맞벌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머물렀던 가정의 호스트 파파는 농부셨고, 호스트 마마는 자택에서 기업의 회계업무를 담당하시는 일을 하셨어요. 그리고 호스트 부부에게는 1살과 3살 된 아이들이 있었죠.


아침 8시 30분쯤 아이들이 일어나면 호스트 마마가 아이들을 돌보며 아침을 먹여요. 그리고 9시쯤에는 새벽부터 일을 하던 호스트 파파가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을 돌봐요. 그동안 호스트 마마는 일을 시작하고 약 1시간 후, 호스트 마마가 다시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해요. 호스트 파파는 일을 하러 다시 농강으로 나가고요. 그렇게 부부가 번갈아가면서 아이를 돌봐요. 오후에는 1살 아기를 등에 업고 3살 딸아이와 농장에 가서 함께 소똥을 치우기도 하고요. 아이들과 함께 토끼, 닭, 소들의 밥을 챙겨주는 일을 하기도 해요. 저녁에는 호스트 파파가 퇴근해서 아이를 돌봐주면 호스트 마마는 컴퓨터 앞에 앉아 다시 일을 시작해요. 이런 식으로 부부가 자유롭게 일정을 조정할 수 있어 맞벌이를 해도 문제가 없더라고요. 아이와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건 덤이고요.


아이들은 하루 종일 동네를 돌아다니느냐 바빠요. 이곳저곳에서 매일 새로운 경험을 하거든요. 할아버지가 로더를 타고 퇴비를 치우고 있으면 3살 된 아이가 할아버지 옆에 앉아 로더를 타고 놀기도 해요. 토끼 밥을 줄 때는 토끼를 만져보기도 하고요. 방목한 소가 뛰어노는 들판으로 산책을 나가기도 해요. 옆집에 사는 사촌들과 함께 농장에서 놀기도 하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농장 일을 배워요. 아이가 어른들이 하는 일을 자발적으로 돕기도 하고요. 농장이 아이들의 놀이터가 돼었어요. 그렇게 농촌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풀밭에서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자연과 소통하고 농장에서 동물들과 교감을 하며 성장해요.


시골 생활의 많은 장단점이 있지만, 일을 포기하지 않고도 아이를 돌보며 평안한 삶을 꿈꿀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 중 하나예요. 농촌에서 도시에서 경험하기 힘든 다양한 활동들을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어요. 특히나 영월은 초등학교에서 필수적으로 승마를 가르쳐요. 이외에도 영월에 사는 아이들은 수영, 스키, 골프, 배드민턴과 같은 스포츠는 쉽게 경험할 수 있어요. 도시에서는 주로 지식에 초점을 맞춘 자녀 교육이 주류지만 농촌에서는 체험 중심의 교육에 집중되어 있거든요. 자연을 접하며 얻을 수 있는 교육뿐만 아니라 몸으로 예술과 체육을 경험하며 재능을 발견할 수도 있어요.


또한 농촌 생활은 부모와 아이들이 오랜 시간을 함께할 수 있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요.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지 않고도 부모가 외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고요. 시골에서는 아이가 귀한 존재로 여겨져 어디에서든 사랑받을 수 있거든요. 이러한 환경들 덕분에 도시에서는 아이가 있는 삶을 꿈꾸기 어려웠던 사람들도 농촌에서는 그 꿈을 실현할 수 있어요. 일을 포기하지 않고도 아이가 있는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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