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영월에 잘 살고 있는 청년농업인 이야기가 듣고 싶다면 불러주세요.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기회들이 제 발로 찾아와요.
26살부터 강의 요청을 받기 시작했어요. 자주는 아니고 1년에 몇 번에 불과하지만 강의 요청이 들어오는 일은 저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어요. 언젠가 강단에 서고 싶다는 막연한 목표는 있었지만 20대에 현실로 다가올 거라는 생각은 하진 못했었거든요.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진행할 만큼의 지식이나 강의력도 부족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강의 요청은 계속 들어왔어요. 다행히도 지식을 전달하는 강의보다는 제 경험을 공유하는 강의 위주로 요청이 들어왔어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영월로 귀농귀촌을 해서 살아가는 25살의 서울 여자의 이야기는 신선했으니까요. 더불어 대학생 때 식품 창업을 했던 경험도 유별난던 것 같아요.
처음 강의 요청이 왔던 곳은 소상공인시장진흥센터였어요. 2019년에 신사업창업사관학교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농촌진흥청 주관의 농식품창업콘테스트에서 수상을 하여 성과가 좋았었거든요. 당시 요청받은 강의 주제는 식품 창업을 시작하면서 물건을 판매하기 시작한 대한 마케팅 방법이었어요. 그다음에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식품 창업 과정에 관한 강의였어요. 중앙대학교 친구들에게 강의를 하면서 멘토링도 함께 진행행한 적이 있어요. 강의가 만족스러웠는지 추가로 멘토링 요청을 했더라고요. 그때 처음 느꼈어요. 제 경험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요. 그래서 그 이후부터는 강의가 끝나고 난 후 도움을 요청하는 분들에게는 무료로 컨설팅을 진행해 드리기도 했어요. 컨설팅을 하는 경험도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영월에 살기 시작하면서 농업과 관련된 단체나 기관에서 활동하면서부터는 귀농귀촌에 관한 강의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농사를 지으면서 특출한 성과를 낸 적도 없고, 지금처럼 삶의 과정을 기록한 온라인 사이트도 없었는데 어떻게 다들 저를 찾아서 연락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강의나 컨설팅 요청이 들어오면 강의비를 얼마를 주던지 상관하지 않고 경험을 쌓기 위해 무조건 강의를 하러 갔어요. 사람들 앞에서 혼자 1시간 가까이 말을 하는 경험은 거의 없기 때문에 그 상황 자체가 저에게는 큰 도전이었거든요.
처음에는 자료와 함께 열심히 준비를 해가도 긴장은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긴장해서 혼자 식은땀을 흘리기도 하고 말을 빨리하기도 해서 예상했던 시간보다 일찍 끝마치기도 하며 실수를 남발했었어요. 제가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일 년에 몇 번 되지 않지만 새롭게 공부하는 분야를 강의 시간에 시도해 보기도 했었어요. 귀농귀촌을 하며 겪었던 경험 중심의 강의는 한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앞으로 어떤 강의를 하면 좋을지 고민하며 계획을 세우고요. 지식을 쌓기 위해 교육을 들으며 공부도 해요. 말을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고 조리 있게 할 수 있는지 혼자 연습하기도 하고요. 언제든 강의가 들어오면 할 수 있게끔 나름 준비를 하고 지내게 되더라고요.
강의가 꾸준히 들어오는 이유는 대외적으로 보일 수 있는 활동을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농업과 관련된 강의가 들어오기 시작한 시발점은 2022년 농진청에서 진행했던 청년 농산업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직후였어요. 당시 영월군정 뉴스나 강원도민일보 등에 기사가 게재 됐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잘 몰라도 강원도 농업기술원이나 영월군 농업기술센터 등 농업과 관련된 관공서에 계신 분들이 저를 알고 있으신 경우가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관공서에서 저를 다른 기관에 소개해 주셔서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났어요. 덕분에 여러 곳에서 강의를 해보며 경험을 쌓고 있어요.
아직도 미숙한 부분은 많지만 계속 보완해 나간다면 강의력 또한 점점 좋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20대에서는 귀농귀촌의 경험을 담은 이야기를 전달했다면, 30대에는 농식품 브랜딩이나 마케팅과 관련된 교육을 해보고 싶어요. 앞으로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계속 노력한다면 매년 저를 꾸준히 찾아주는 기관이나 단체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