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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슬 Jun 24. 2024

이번 생은 온실 속 화초 같은데 까다롭군요.

어렸을 때부터 내 장애 탓일까 아니면 다른 외부요인이 있는 것일까 고민이 되지만, 내 별명은 온실 속 '화초'였다. 그것도 아주 잘 자라는 화초.


나는 다른 사람 보다 더 늦게 걷게 되었고, 늦게 말을 할 수 있는 나란 아이였다. 다행히 옆에서 항상 묵묵하게 옆에 있으면서 케어해 주시는 엄마라는 존재가 내게 있어서 그나마 늦어도 그저 오래 걷지는 못하지만 한 걸음 걸을 수 있다는 것,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


내 성격은 보편적으로 성격도 화가 나면 지나치게 이성적으로 되고, 평상시에도 꽤 온화한 아이, 차분한 아이의 정석인 느낌이 강한 아이이다. 이러한 나의 모습을 보고선 케어를 잘 받고, 아무런 결핍 없이 지낸 사람처럼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보인다는 의견들이 많다.


과연 그럴까?


아마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었을 때, 재활치료실에서 있었던 일중에 나보다 동생인 아이의 어머니께서 나를 보면 항상 부러워했다. 걸을 수 있고, 어른들에게 대하는 태도가 깍듯해서 그랬는진 모르겠지만 나를 칭찬을 하며 이야기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 다슬이는 온순하고, 엄마 속 안 썩여서  부럽고, 우리 아이도 다슬이 반만 닮았으면 좋겠다."


나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감사합니다'라고 했던 것 같다. 그저 그 상황이 꽤나 칭찬은 고맙지만 한편으로는 불편한 그 양가감정이 더 나를 불편했던 것 같다. 그 불편함을 지금 생각하면 '예민함'이라는 부분이 있기에 양가감정으로 느꼈기에.


" 온실 속 화초로 사는 게 얼마나 힘든데 더워 뒤져 그리고 다슬이 한 성깔해"

라는 재활치료사선생님 피식 웃으시면서 말씀을 해주시는데 나는 까르르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 고충을 시원하게 박박 긁어준 멘트가 굉장히 시원해서 만족스럽달까. 


온실 속 화초하면 처음에는 만족스러운 별명이었다. 그 별명은 공주라는 별명과 비슷한 개념이 있었기 때문이었기에 만족스러웠지만 그 온실에 습도와 온도를 맞추는 것은 굉장히 까다롭고, 모든 것이 정해져 있는 딱히 자유가 없는 마음만은 무미건조한 삶이기 때문이다.


공주라는 별명은 여전히 솔직하게 좋지만, 장애가 있기에 나는 온실에 거주를 하게 된 것 같다. 이건 되고, 저건 저러한 사유로 안 되는 그런 중대한 일과 정말 사소하지만 못하는 일들.


나를 모르는 혹자들은 이야기한다.


" 일단 해보고 안되면 유감일세. 안 해보고 어떻게 아는가? 그것은 회피 아닌가?"


학창 시절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적어보자면 이렇다.


첫째, 빙판에서 아이들처럼 스케이트 타기.


둘째, 파자마 파티하기.(지금 생각해 보면 외박의 개념.)


마지막으로 보조기구 없이 다니기.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어이없는 것들을 하고 싶었구나 다름을 인정을 일부 하였지만, '비장애인처럼 살고 싶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뭐 어렸으니까. 그때도 안된다는 것을 알았으니 다행이지' 하며 나를 토닥인다.


겨우 장애라는 것을 지금도 받아들이고,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내리는 폭우처럼 또 다른 일이 '펑'하고 터지고 말았다.


사소하게라도 하고 싶은 일은 있으나 안 되는 사유가 명확하다. 머릿속으로 이해는 완료했지만, 크게는 걷는 것은 몸이 안 돼서 갑갑하다. 차라리 이해가 안 되면 알려주는 사람한테 백 번, 천 번 이해가 갈 때까지 질문할 텐데.

머리는 알지만, 몸은 모른다.


그래서 온실 속 화초 삶은 예민함과 끈기는 기본값이다.


짠 음식, 매운 음식, 단 것 등등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좋아하는 음식들, 규칙적 생활,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는데 현대에 살지 말라는 건가? 와 이것이 갓생을 사는 방법인가? 점점 나도 모르게 교수의 말을 비꼬는 말을 잘하게 되었다.


'온실 속 삶 더워요. 까다로워요! 성인이란 무게 너무 무거워요'를 외치고 있다.

갈등처럼 통제들이 너무나 많기에.


나름 긍정적이고 싶지만, 까다로워요. 그래서 요즘 나와 같은 상황에 있는 작가님에 책을 읽고 있고, 논문도 읽고 있지만 눈에서 그렇게 자기 전  생각이 많다. 하지만, 이 온실에서 살아가는 법을 아직도 터득했다.

이번 생은 온실 속 화초인 것 같은데 까다롭군요.



@write_da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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