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오늘도 출근이라는 것을 왜 해야 하는 것일까?”
알람소리를 듣고 알림을 끄고선, 기지개를 켜면서 월요일마다 원초적인 질문에 허공을 향해 말했다.
그 모습이 나와 닮아있기에 내 친구 아닐까 봐 증명해 주는 모습 같아 큭큭 웃었다.
“오늘이 월요일이니까 또 돈 벌러 가야지. 일어나! 네가 어제 우리끼리 술 먹다가 오랜만에 먹어서 뻗었으니까 그걸로 주말은 보상받았다 치자.”
내 목소리가 들리자 휙-하고 식탁이 있는 곳을 자연스럽게 보게 되었다.
“엥.. 그럴 리가 없는데?”
한나는 갸우뚱거리면서 식탁으로 갔더니, 자취를 하다 보면 아침루틴이 대충 시리얼을 먹고, 씻고, 화장을 하고 옷 정갈하게 입고선 무거운 핸드백을 들고 출근을 하지만 테이블에는 달걀말이, 미역국, 소시지야채볶음 등등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보면서 눈을 비벼대며 의자에 앉았다.
“그럴 리가 없긴, 취해서 아주 걸음이 자유분방하시는데 거기다가 버리고 올 순 없잖아? 소중한 유명한 로펌계시는 변호사님을 꽃가게 쪽에서 주저앉아있는 두고 올 순 없지.”
실없는 웃음을 지으며 식탁에 오랜만에 앉아선 나를 쳐다보더니, 대충 네 잠옷을 주워 입은 모습이 꽤 귀여운지 씩- 웃는다.
“아 맞다! 너는 오늘 출근 안 해?”
“나는 오늘 월차 냈어. 밥이나 먹고 출근준비 하셔야죠.”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나에게 식사를 하라는 듯이 수저를 쥐어주었다.
쥐어 준 수저를 들고 따뜻한 밥을 먹으면서 뭔가가 찜찜하여 스마트폰으로 캘린더를 보니 ‘월차’를 잘 안 쓰는 사람이 무슨 일인가 하니 그날이 다시 돌아왔다.
“오늘 일찍 올 테니까 연지랑 같이 가.”
“오.. 의리-”
애써 밝게 말을 하는 것 같지만, 유독 나의 눈은 그리움이 가득했다.
“가끔 취하는 것도 나쁘지 않네. 이렇게 집밥도 얻어먹고 좋네. 잘 먹었어.”
식사를 마친 후 빠르게 씻고, 머리를 말리고, 화장대에 앉아 파운데이션을 스파출라로 사용하여 화장을 하는 사이에 나는 한나 뒤에서 뒤에 앉아서 화장하는 그녀를 거울로 보며 조잘거렸다.
“어우.. 이렇게 가방이 무거워? 거기에는 서랍이 없어?”
한나의 가방을 살짝 들어보고선, 깜짝 놀랐다.
“있기는 한데 급한 것들은 가지고 다녀야지. 그런 것 때문에 내가 면허를 따고, 차를 사고, 차 유지비용을 꼬박꼬박 지출하잖아”
능글거리게 말을 하고 차키를 챙기고선, 그녀를 바라보며 갔다 오겠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얼떨결에 한나 출근시켰네. 참 일관적인 친구일세. 극 계획형인 강한나 어디 가겠냐고..”
웅크리고 앉아 괜히 스마트폰을 보며 카카오톡친구 목록을 뒤적뒤적 거린다. 그때, 때 마침 전화가 왔다.
휴대전화 액정에 ‘연지’라고 써져 있다.
“여보세요? 어디야?”
“나 한나집”
“속은 괜찮아? 나 그럼 한나집으로 갈게. 거기에 있어”
“응 속은 괜찮아. 너는 오늘 수업 없어?”
“땡땡이칠 거야.. 학생들에게 난 이미 하얗게 질려버렸어”
“요가 선생님 됐다고 좋아할 때는 언제더라?”
피식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지만, ‘오늘따라 내 목소리가 슬프게 들리나’라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된다.
“아- 몰라 일단, 난 한나네집으로 내비게이션 찍었어. 거기에 있어”
“알겠어.”
어디갈세라 계속 확인하는 연지의 모습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는 날들이 1년에 한 번씩 온다.
전화를 끊고선, 아무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아서 에어컨을 틀고, 널브러져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잠깐 졸은 사이에 꿈을 하나 꿨다.
꿈에서는 내가 어딘가로 가야 하는데 지각을 해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버스를 타려고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버스기사님은 중얼중얼거리셨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것 같았지만 그 목소리가 내 귀에도 들렸었다.
“이 사람이에요?”
“아.. 그냥 가요! 얼른 이요!!”
버스 문은 열리자 담배를 태우고 계시는 버스기사님이었지만, 묘하게 담배냄새가 아닌 다른 냄새가 났었다. 콜록콜록 기침을 하면서 타려고 하자 버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타려는 나를 미뤄버렸고, 다시 뛰어가려는 나를 어떤 꼬마아이가 웃으면서 나를 잡고선, 내게 말을 걸었다.
“언니가 김서아지? 언니 괜찮아. 저 버스 놓쳐도 다 괜찮아”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잠에서 깨버렸다.
눈을 비비며 일어나 보니 내가 좋아하는 디저트를 한 보따리사서 연지는 끙끙거리며 봉투들을 내려놓았다.
“일어났어? 안 좋은 꿈이라도 꿨어?”
“흠.. 애매하게 찜찜한 꿈은 꿨지. 그나저나 디저트카페에서 재벌놀이 하고 왔어? 드라마에서 나오는 ‘여기에서부터 저기까지 주세요.’ 하는 그런 멘트 말하면서 왜 이렇게 많이 샀어?”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밖은 매우 덥고, 나는 아이스크림도 사 와서 너랑 빨리 먹어야 돼”
“에어컨 온도 더 내려줘?”
라고 물으면서 사온 디저트를 냉장고에 넣고선,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 테이블에 앉았다.
“아니 시원해 사실 너 먹이려고 사 왔는데 내가 당 떨어지니까 먹어야지. 이게 바로 금융치료라니까!”
“앉아서 먹기나 해.”
만두 찜기에 한 번 들어갔다가 나온 사람 같이 더워 보이는 연지의 말을 싹둑 잘라내고선 숟가락으로 아이스크림을 퍼서 연지 입에 숟가락을 넣었다.
“서아야 남자 친구랑은 어떻게 돼 가는 중이야?”
기대하는 표정으로 나를 초롱초롱하게 바라보며 질문을 받자 조금은 부담스럽다는 표정으로 인상을 살짝 구겼다.
“아.. 글쎄?”
“왜 글쎄요? 그 호주인 로건이었나 뭐였었나 잘 안 됐어?”
“로건이랑 잘 지내고는 있지.”
“그럼 뭐가 문제야? 로건이랑도 오늘 같이 가는 거야?”
“아니.. 아직 말 못 했어. 준비가 안 됐거든. 아직 나조차 받아들이기 힘든데.”
“그럴 수 있지. 였는 집주인 퇴근하면 다 같이 가는 거다?”
“그래.. 시어머니 두 명 있는 거 같아”
이런 나의 투정은 씨알도 안 먹히고 자기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아 근데 남는 잠옷 없나?”
“있을걸?”
연지는 한나에게 잠옷을 빌려도 되냐고 문자를 보내자 한 15분 뒤 짧게 ‘내 방 왼쪽 아래서랍’이라고 답이 왔다.
“입어도 된대”
답장을 보여주며 룰루랄라 하면서 잠옷으로 갈아입고선, 다시 소파로 아이스크림을 가져와서 퍼먹으면서 연지는 나를 빤-히 바라보면서 말했다.
“잠을 자긴 한 거야?”
“흐음- 나야 뭐 논문 읽고, 새로운 것은 없나..”
“연구원 아니시잖아요. 그럴 거면 연구원을 하지 그랬어? 딱 네 체질인데 솔직하게 지금보다는 많이 벌테고.”
“연구원도 고민은 했었는데 현장이 내 스타일인걸 어떻게 하냐?”
“어이구.. 나 오기 전에 잠 좀 자지 그랬어.”
내 머리를 쓰담쓰담하였다.
“나 아이 아니거든. 먹고 나니 조금 졸리네.”
나는 대자로 뻗어서 에어컨 바람을 솔솔 부니 잠에 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불면증이 있는 내가 정말 푹 잔 것 같다.
눈을 떠보니, 먹었던 음식들은 다 정리를 하고 내 옆에서 치우고선, 나보다 훨씬 더 잘 자고 있는 이연지.
정말 곤히 누가 업어가도 모를 만큼이기에 꽃집으로 가서 ‘수국’을 사고, 내 집으로 가서 정장을 챙겨서 다시 한나네 집으로 들어왔다.
“우음.. 후아암.. 어디 갔다 왔어?”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켜며 그녀는 나를 보았다.
“그냥 바람 쐬고 왔어.”
어느새 한 오후 8시쯤 되었으나, 도어록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왔어?”
“퇴근이다.. 집에 우렁각시 둘이나 있으니까 좋네”
“한나 센스 어쩔 거니!”
나는 하이톤으로 조금 오버스럽게 좋아하는 떡볶이집의 떡볶이봉투를 받아 들었다.
“우리 오늘 살찌는 날 아니야?”
낄낄거리며 연지는 말 따로 행동 따로 하며 세팅을 하였다.
“옷만 갈아입고 갈게.”
“아 그냥 와”
“셔츠에 떡볶이 국물 묻으면 답 없어.”
이런 티격태격거리는 것도 정겹다고 생각을 잠시 했지만, 떡볶이가 불어 터지는 것이 싫기에.
“셔츠 갈아입고 와. 배고파”
배고프다는 소리 한마디에 순간 연극에서 탁! 멈췄다가 움직이듯이 트레이닝복을 입고 집게핀으로 머리를 묶고선, 앉아서 우리의 식사는 이제 시작이다.
“이게 힐링이지.”
‘떡볶이 먹고 싶었어?’라는 질문을 하는 연지의 질문에 한나는 씩-웃었다.
“야근을 안 하고, 너희들이랑 떡볶이 먹는 게 힐링이라고!”
먹으면서 상사욕, 요즘 무슨 OTT가 재미있는지, 연애사들을 이야기하면서 먹다 보니 다 먹었다.
나란히 양치를 하고, 세안을 하고 다시 화장을 하고, 정장을 다들 입고선 차를 타고 목적지를 모두가 알고 있기에 말없이 나는 운전을 하기 시작하였다.
엄마의 두 번째 기일.
납골당에 도착을 하자마자, 생전 좋아하시던 ‘수국’을 엄마의 공간에 붙여드렸다.
“엄마 저희 왔어요”
나는 애써 담담하게 이야기를 하였지만, 눈물이 고였다. 그러자 아이들은 나를 토닥이고 있었다.
“어머니 잘 지내고 계시죠? 저희가 서아 잘 챙기고 있어요.”
아이들의 이 말 한마디에 나는 주저앉아서 울기시작했다. 어린아이처럼.
“보고 싶다..”
오랫동안 엄마사진만 보고 유리창으로 보며 매만지며 한 없이 그리워했다.
겨우 아이들 덕분에 감정을 진정시키며 운전석을 타려고 하자 연지는 내 차키를 가져갔다.
“내가 운전할게 뒤에 타.”
“고마워”
나는 뒤에 탔고, 문-득 엄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너는 친구복도 참 잘 타고났어. 세명이라고 누구 하나 은근히 따돌리려고 하지 말고, 잘 지내. 요즘 애들답지 않게 싹싹하네. 우리 딸 럭키걸.’이라고 웃으면서 해주던 그 따뜻한 말이 떠올랐고, 아이들에게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고맙다.
“다들 고마워”
“무슨- 우리 사이에”
동시에 말하는 아이들을 보며 서로를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다시 한나네 집에서 신세를 지기로 했다. 어차피 흔한 일이고, 워낙 친해서 외출복들은 하나씩은 본인 옷이 각각 집에 있기에.
다들 겨우겨우 씻고, 나는 누워서 스마트폰을 보았다.
꽤 많은 톡이 와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로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