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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름다움 Mar 13. 2024

몸이 아픈데 사람들이 마음이 아파서 그렇데요.

나는 왜 아픈가

"그동안 너무 열심히 살았어."

"일하랴 공부하랴 얼마나 바쁘게 살았니."

"쉴 때도 됐어."


몸이 아파졌는데

다들 나에게

그동안 고생해서라고,

너무 열심히 살아서라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라고 하더라.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라고 한다.

몸이 아프면 마음이 아프고,

마음이 아프면 몸이 아프다.     


내가 아프고 나니, 주위에 아픈 사람 이야기가 참 많이 들려온다. 나만 아픈 줄 알았더니, 사실 다들 이미 아팠고 아픈 중이더라.      


육아와 일을 병행하던 중에 암이 걸린 선배,

항암병동에서 일하다가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동료,

너무 바쁘게 일하다가 뇌출혈이 온 후배,

50대 나이에 알츠하이머 치매 검사를 받아보았을 정도로 최근 기억력이 감소된 김창옥 강사님까지.


스트레스받는 것도 짜증죽겠는데

그 스트레스 때문에 더 큰 병이 온다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몸이 안 좋은 것도 힘든데, 몸이 안 좋아서 내가 하려던 것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힘들게 한다. 브런치 글쓰기 그중 하나이다. 작년 9월에 브런치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 약간의 두려움도 있었지만 설레고 즐거웠다. 정신과 간호사로서 내가 경험하고 느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잘 풀어서 쓰고 싶은 주제가 한가득이고 생각해 놓은 글 제목만 수십 가지였다. 내용을 예쁘게 잘 정돈하여 매주 글 하나씩 연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몸이 안 좋아지면서 모든 것이 STOP 되었다. 그나마 최근 조금씩  책상에 앉아있을 정도는 되나 원래 쓰려던 글을 정리하는 것도 신경이 너무 쓰이는 일이라, 아직도 그 글들은 가만히 묵히고 있는 중이다. 대신 현재 나의 복잡한 심경을 정리해 보기 위한 글을 새로 끄적여보며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연재를 시작하였다. 내가 원래 연재하려던 글은 아니지만, 이러한 글 또한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길 바라며 써본다.   


현재의 나에게 힘이 되는 위로는

많이 아파보았던 사람들이 해준 공감이었으므로.

버티는 것밖에 도리가 없는 것이 너무 속상하다고

같이 속상해주는 마음이었으므로.      


이 힘듦이 지나갈 때까지

몸 낮추고 푹 수그린 채 버틸 수밖에.      


모든 것은 변하고

모든 것은 지나가고

모든 것은 끝이 나고

모든 것은 성장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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