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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쉬는 순간 Aug 16. 2024

신혼일기 15- 어디 갔어, 내 포켓몬 빵!

한밤의 보물찾기 - 둘도 없는 나의 친구

소등하고 잠들기 직전, 오빠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외쳤다.


"아 맞다! 포켓몬 빵!"

"갑자기 왠 포켓몬빵... 아! 헐! 내가 숨겨놨었는데 까먹었다!"

오후 11시 30분. 오빠는 자리에 일어나 내가 숨겨둔 포켓몬 빵을 찾기 위해 거실로 향했다.

"아 어디다 뒀어!"


나는 태연하게 거실 테이블로 걸어가 의자에 앉았다.

"열심히 찾아보셔."


사건의 발단은 이러했다.


우리는 느지막한 점심을 먹은 후 내가 가장 애용하는 노브랜드 장바구니를 끌고 장보러 나왔다. 땡볕이라 겨우 5분 떨어진 마트조차 힘이 겨웠다. 시원한 마트에 도착해선 이것저것 담다 보니 양이 많아졌다.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배달 신청을 했다. 배달 신청을 하면 영수증에 찍힌 집주소로 배달이 오는 시스템이었다. 우리는 장을 본 것 중, 바로 먹을 아이스크림 2개와 포켓몬 빵만 챙긴 채 집으로 향했다. 장바구니 캐리어 안에 든 건 오직 포켓몬 빵 하나였다. 드르륵 끌리는 장바구니 안에서 통통 뛰어다니던 포켓몬 빵. 처음에 나는 그 안에 빵이 있는지도 몰랐다.


집을 도착하자마자 오빠는 곧장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 타이밍에 캐리어 안에 든 포켓몬 빵이 보였고 우리 사진이 담긴 액자가 보였다. 빵을 액자 뒤로 뒀더니 감쪽같았다. 때마침 화장실문이 열렸다. 호들갑 떨지 않고 나는 침착하게 캐리어를 접고서 오빠 앞을 지나쳤다.

"어?"

오빠의 인기척에 움찔하곤 걸음을 멈추었다. 역시 바로 걸렸구나.

"장바구니 어디다 두게?"

"아, 원래 이거 베란다에 뒀어."

"아하!"

순간 그 모습에 웃음이 터질 뻔 한 걸 겨우 참고 베란다로 향했다. 그렇게 우리 둘 기억에서 포켓몬 빵은 잊어버렸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한밤 중에 열심히 빵을 찾고 있던 오빠는 의외로 신이 난 상태였다. 현관문과 근접하지 않은 장소를 뒤적이며 빵을 열심히 찾고 있었다. 그때 현관문 쪽으로 지나치는 오빠. 형광등 불이 켜지더니 사진 뒤편에서 빵을 꺼냈다.

"에이씌"

하며 낄낄 웃는 오빠. 둘 다 한바탕 웃으며 안방으로 향했다.

"00야. 나는 장난기 많은 여자랑 결혼하고 싶었는데 딱 그런 사람을 만났어."

"나? 장난이 너무 심한가"

"아니? 좋은데? 더 좋아."


오빠와 연애한 지 4년. 우린 4년을 만나는 동안 서로에게 존중했다. 가끔은 존댓말을 사용하며 스스럼없이 친구처럼 대하지 않았던, 나름 선을 지키는 연애를 했다. 내 친구마저 둘이 했던 카톡을 힐끔 보고는 너희 오빠는 공주님 대접이라도 하는 거냐며 묻곤 했다. 그런 사람한테 나는 항상 사랑스러운 여자로 보이고 싶었다.

하지만 결혼하고 난 뒤로 2년이 지난 우리 둘 사이는 조금은 달라진 관계다. 이젠 의리로 다져진 사이처럼. 서로 부모님이 아는 사이라 유년 시절 벌거벗으며 놀던 남자친구와 다시 만나 결혼한 것처럼. 우리의 짓궂은 장난이 시작되었다.


나는 설거지할 때 팬티 내리고 도망간다거나. 방에서 다급하게 오빠를 부르면 재빠르게 보이지 않는 시야 모서리로 들어가 숨는다.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워! 하고 놀라게 했다. 근데 이것도 몇 번 하다 보니 되려 내가 놀라곤 하길래 이불속에 있는 것처럼 도톰하데 베개 쌓아놓고 놀라게 했다.

오빠도 역시나 지지 않는다. 침대에 누워 서로 베개 싸움을 한다거나 먼저 오빠가 장난치는 말투로 열받은 내가 한 대를 때렸을 경우 손목 스냅으로 두 대를 더 때렸다. 그러다 둘 다 지치면 화해의 손길을 내밀곤 한다.


오히려 연애 때보다 편안해진 관계가 서로 더 좋다며 대화를 나눴다. 아직은 아이가 없지만, 둘이서 누릴 수 있는 이 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해졌다. 모든 신혼부부들 영상을 보면 서로의 편안함이 이제 하나의 가정으로 내 사람이 생겼다는 사실에 안정감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만 같다. 나 역시 오빠가 그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이자, 나와 가장 쿵작이 맞는 최고의 친구가 되어서 참 기쁘다. 앞으로도 계속 나와 붙어보자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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