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준공승인. 선분양 진행했던 것에 대한 후속조치로 입주 진행
: 주택법, 공동주택관리법, 집합건물법, 건축법의 규정 차이 확인 필요. 준공승인 늦어지면 여러 사람 힘들어짐…
공사관리를 착실하게 하고 건물 완성하면, 이제 들어가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본드 페인트 기타등등 화학물질이 건물 안에 가득 들어차 독한 냄새를 뿜어내지만 어쨌든 ‘새 건물’이니 나름 깔끔해 보입니다. 바로 들어가 살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 단계 더 거칠 게 있습니다. ‘준공승인’이라는 절차가 남아 있죠.
그리고, 준공승인 이전에도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건물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사람들의 애환이 담긴 이름 [아파트]입니다.
제목에 잠깐 언급했는데, 주택법 / 공동주택관리법 / 집합건물법 / 건축법 각각의 규정을 살펴보고 비교해 보면 좋습니다. 건설회사 법무담당자라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구요.
법령 이름에서 드러나듯이, 건축법이 기본 법령입니다. 아파트, 상가, 오피스텔, 공장, 창고, 단독주택 등 모든 건축물에 기본으로 적용되는 게 건축법이고, 각종 건축기준 및 준공승인에 대한 조항도 있습니다.
집합건물법은 건축법 적용 대상 건물 중 ‘집합건물’에 특별히 따로 적용되는 법령입니다. 각 층과 호실 별로 별도의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구분소유등기 가능한 건물이 집합건물이죠. 상가, 오피스텔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그리고, (아파트공화국 대한민국의 현실에 맞게) ‘주택법’과 ‘공동주택관리법’이 있습니다. 국민들 대부분이 아파트 1채 갖는 걸 인생의 목표로 삼는 만큼, 집합건물 중에서도 아파트만 따로 특별법을 만들어 준 거죠.
원래는 주택법 하나만 있었는데, (제가 잠시 건설업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2017년 초반에 ‘공동주택관리법’이 시행되었습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아파트에 대해 해당 구청 건축과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 입주자대표회의 구성 및 그 운영상 감독 절차를 명확히 했으며 / 공사 중간중간 입주예정자들의 사전점검을 의무화했죠.
공동주택관리법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가 많습니다. 예전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비리가 횡행했던 입주자대표회의 및 관리사무소(관리회사)에 대한 감독이 강화되었고, 사전점검이 의무화되면서 입주예정자 스스로 하자를 지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건설사들도 그만큼 신경쓰게 되었구요.
장기적으로는 공동주택관리법의 조항들이 집합건물법/주택법 등으로 퍼져 나갈 겁니다. 입주예정자 사전점검 같은 경우에는 이미 집합건물법에 반영되기도 했죠. 이제는 오피스텔 입주예정자도 아파트처럼 사전점검 가서 자기가 산 호실에 하자가 있는지 미리 살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뭐, 개론 수준에서 이 법령들을 다 설명할 수는 없겠죠. 이 글 쓰는 저 자신도 법제처에서 법령 펼쳐놓지 않으면 무슨 내용 있는지 잘 모릅니다. 소속 회사가 아파트 짓지 않으면 개정사항 확인도 거의 안 하게 되더군요…
각 법령을 비교해 보시는 건 독자님들의 역량에 맡기기로 하고. ‘준공승인이 안 됐을 때의 문제점’에 대해 사례를 들어 살짝 언급해 보겠습니다.
[준공승인이 안 났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헬오브지옥 열리는 소리입니다. 끔찍하죠. 여러 사람들이 ‘내가 이럴려고 건설사 다녔나 자괴감이 든다’라고 중얼거릴 겁니다.
특히, 아파트에 목숨 거는 이 나라에서 ‘아파트 준공승인이 안 났다’고 하면 뭐… 민원대폭발은 기본이고, ‘대출’이 중단되면서 대혼란이 벌어집니다. 입주 지연으로 인해 각 수분양자들이 큰 손해를 입고, 장기적으로 분양계약 해제 주장까지 나오게 됩니다.
극단적인 가정이지만, 준공승인이 2~3개월 지연되어 대규모 해약 사태가 발생하게 되면 해약반환금만 몇백억 단위로 올라가고 결국 해당 건설사가 망할 수도 있습니다.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저는 이 시나리오를 신입사원 때 겪었습니다. 물론 문제 해결은 제가 안 했고 당시 팀장님이 하셨지만, 신입사원 입장에서 봐도 상당히 무서웠습니다.
무섭다고 해서 일 안 할 건 아니죠. 일단 원인분석부터 해 봐야 합니다.
당시 준공승인이 안 난 건 건축하자와 무관했고, 건물(아파트) 자체는 나름 잘 지었습니다. 문제는 ‘최조 착공허가 시 부관(조건)’이었는데요. 대규모 아파트를 지을 때 인근에 교육시설을 갖춰야 하는데, 학교를 지어 주는 조건으로 착공허가가 났었습니다.
이 학교를 지으려면 당연히 땅을 확보해야겠죠. 이미 교육시설로 활용되는 땅을 사서 학교 짓는 게 최선이고, 그 근처에 ‘유치원’이 있긴 했습니다.
그런데… 유치원 주인께서 가격을 높게 부르네요? 대략 100억원 정도? 뭐 이정도면 ‘알박기’라고 해도 되겠죠.
저 학교 기부채납은 관련법령 찾아보면 ‘일정 금액 납부로 대체’하는 조항이 있는데, 2000년대 초반 경 납부금액은 20억원이었습니다. 그 돈 납부 안하고 학교 하나 지으려고 했는데 ‘유치원 알박기’로 땅 안 팔아버리는 상황. 이 상황이 아파트 다 지을 때까지 이어진 겁니다.
중간에 대금납부하는 걸로 조건 바꿨어야 하는데 그게 제대로 안 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미 ‘준공승인 거부’라는 사태가 벌어졌고, 수분양자들은 난리치고 있으며, 담당공무원은 배째라 모드. 이 상황을 해결해야 했습니다.
여기서 해결책은?
일단 시행시공사 측이 착공허가 당시 부관(조건)을 미이행한 것은 명백하므로, 곧바로 준공승인을 얻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럼 준공승인 말고 딴 걸 받아야겠죠.
[임시사용승인]이 있었습니다.
임시사용승인은 말 그대로 임시조치이기 때문에, 건물 자체의 성능에 문제 없으면 임시사용승인은 받아낼 수 있습니다. 아파트 전체를 완전한 건물자산으로 활용하는 것은 최종 준공승인이 있어야 하지만, 일단 임시사용승인만 받아도 ‘입주’는 가능합니다.
물론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불만 많겠죠. 특히, 2010년 이후 ‘갭투자’가 활성화되면서 아파트 산 사람이 직접 입주하지 않고 전세로 내 주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불만 많겠죠.
준공승인이 안 되면 ‘등기’가 안 되고 등기가 안 되면 세입자 우선변제권이 확보 안 되고 우선변제권 확보 안 되면 세입자가 안 들어오려 할 것이고 전세계약 깨지면 은행대출이 꼬이고 그럼 집주인은 버티기 어렵습니다. 갭투자 한 집주인이라면 ‘임시사용승인으로 입주’하는 것 따위는 아무 의미 없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에는 갭투자가 그리 많지 않았고 / 실거주 입주가 대세였습니다. 일단 임시사용승인이라도 들어가 살기만 하면 큰 불만은 없었습니다.
다만… 임시사용승인도 쉽지 않았죠. 준공승인 거부한 공무원을 직접 설득해 임시사용승인 받아내야 하는데 그게 쉬울 리 없습니다.
당시 법무팀장님은 ‘매우 강력한 카드’를 썼습니다. 임시사용승인 요건이 되는데 그걸 안 해주는 건 재량권 일탈남용이라는 주장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해당 행정소송에서 담당공무원들을 증인신청해 버렸습니다.
공무원의 갑질파워가 매우 짱짱하던 시절, 민간사업자가 공무원을 증인으로 세운다는 작전. 선서하고 증언하는데 증언 내용이 이상하면 위증죄로 고소해 버리겠다고 암암리에 협박하는 작전.
통하더군요. 임시사용승인 받아냈습니다.
그 다음에는 ‘후속조치’를 해야죠. 일단 아파트는 다 지어졌으니, 학교 없는 건 다시 기부금 내는 걸로 재협의하고 해당 지역 교육청이 그 기부금 받아 다른 땅에 학교 짓는 계획 수립해야 합니다. 입주 늦어진 수분양자들에게는 그 기간 동안의 숙박비, 은행대출이자 등을 지원해야 하구요.
최종적으로는 준공승인 받아냈습니다. 그 때 위기는 넘겼죠. 몇 년 후 다른 위기는 넘기지 못했지만…
저 앞 챕터에서 잠깐 언급했는데, 저는 기본적으로 ‘공무원과 싸우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부득이하게 소송해야 하는 경우에도 국가/지자체 측이 먼저 조정이나 화해권고를 요청하면 선선히 받아들이는 것으로 경영진에 보고합니다. ‘규제권한을 가진 쪽’과 싸우면 득보다 실이 많고, 돈 버는 게 목적인 ‘회사(會社)’는 리스크를 피해야 합니다.
하지만, 가끔은 공무원 상대로 크게 싸워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제대로 밀어붙여야겠죠. 세상 일이 다 그렇듯이.
준공승인도 가볍게 살펴봤고. 다음 ‘하자보수’는 더 가볍게 살펴보겠습니다.
(8) 하자보수
: 대한민국은 하자보수 분쟁에서 세계 최상급. 건산법시행령 상 하자보수기간 중심으로 각 공동주택관리법/집합건물법의 미묘한 차이 확인 필요
하자보수. 그리고, 그에 갈음한 손해배상.
아파트 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아파트의 하자에 대한 분쟁은 정말 어마무시하게 많습니다. 개별 국민이 자기 인생을 걸고 매입하는 최대 자산인 만큼 다들 아파트에 대해 집착(?)을 갖고 있는데, 그런 아파트에서 물 질질 새면 분노대폭발 할 수 밖에 없죠.
당연히, 건설법무 담당자는 ‘하자분쟁’을 많이 경험하게 됩니다. 법무팀을 쪼개 하자소송만 전담하는 별도 팀을 신설하는 회사도 있을 정도입니다.
나라 전체로 봐도 하자분쟁 관련 법리가 꽤 상세하게 연구되어 있고, 중앙지법에서 하자소송 관련 가이드북을 내고 전국 판사들을 교육하는 단계까지 왔습니다. 가히 대한민국을 ‘하자분쟁 관련 최고의 법리를 갖춘 국가’로 봐도 손색 없습니다.
물론, 오늘날까지 오기에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습니다. 이러한 하자분쟁의 역사(!)에 대해서는 본 개론을 끝낸 후 별도로 서술하도록 하고, 일단 개론에서는 2020년대에 확립된 법제도만 아주 가볍게 살펴보겠습니다.
민법상 ‘물건의 하자에 대한 담보책임 기간’은 6개월입니다만, 개별 국민이 자기 인생을 꼬라박는 아파트가 6개월 만에 하자 생긴다면 안 되겠죠. 아파트 아닌 건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상대적으로 사소한 항목 – 페인트칠, 문짝 장식, 초인종 등등 – 까지 모두 장기간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사소한 항목은 짧게 보장해야죠.
결국, 건축물 관련 하자담보기간은 각 공종별로 세분화되었습니다. 1년/2년/3년/5년/10년으로 나누고, 건축물 자체의 구조와 안전에 관한 사항은 10년 / 문짝 장식 정도의 사소한 항목은 1년만 보장하는 것으로 되었습니다.
그런데,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대한민국에서는 공동주택관리법 / 집합건물법 / 건축법과 건설산업기본법 등 여러 법령을 두고 있고, 각 공종 별 하자담보기간이 법령마다 약간씩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일반 건물에는 2년짜리였던 게 공동주택관리법 적용 대상으로는 3년인 공종들이 꽤 많이 발견됩니다.
당연히 다 외울 수는 없습니다. 법제처 법령정보센터에서 각 시행령 별표 찾아서 띄워 놓고 비교해야 합니다. 번거로운 작업이죠.
그리고 하나 더! 이게 핵심인데, ‘하자담보기간이 끝났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다!’라는 겁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무슨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 시작되는 것처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니, 무슨 소리일까요?
하자담보기간이 1/2/3/5/10년으로 정해져 있다고 해도, 그 기간이 끝나는 순간 모든 책임이 소멸되는 건 아닙니다. ‘~하자기간이 끝났더라도 그 하자의 원인이 기간 내에 발생한 것으로 보이거나 그렇게 판단할 수 있는 정황이 있다면, 기간이 경과한 후에도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판례가 있거든요.
즉, 진짜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is not over till it’s over)’ 상황입니다. 내려갈 팀은 내려가듯이 (DTD) 하자분쟁 걸린 회사는 하자기간 끝났다는 것만으로 면책되지 않습니다. ‘하자 원인이 기간 내에 있었다’는 정황만 있다면 기간 끝나도 계속 걸립니다.
하자분쟁에 대한 더 자세한 얘기는 개론 끝낸 후 다시 정리하겠습니다. `90년대의 혼란스러운 상황, 이후 역사, 현재의 법리, 공동주택관리법 상 확인절차 등을 상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