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테서스 Nov 13. 2023

[건설법무] M&A에서의 법무 역할 개관 (4)


(5) 실사단계 : 진술보장사항 중심으로 피인수기업의 모든 서류를 훑어보는 작업. 회사 내 법무담당자의 역할 중요


인수기업 법률실사. 앞에 잠깐 말한 대로, 이게 가장 오래 걸리는 일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며칠 파견 나가야 하기도 하구요.


사전에 가치평가 하고 / 진술보장 걸어서 M&A계약 체결했지만, 이 가치평가 및 진술보장은 대부분 큰 전제 하나를 깔고 갑니다. “해당 기업이 실제 가치평가 및 진술보장에 맞게 운영되고 있다’는 대전제. 이 대전제도 진술보장에 들어가죠.


정말로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다 살펴봐야 합니다. 법무, 재무, 인사, 기획 등이 총출동하여 인수 대상 회사의 자료를 탈탈 털어보면서 뭔가 잘못된 거 없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탈탈 털어본다’는 얘기가 나왔죠?

이게 인수하는 입장(매수자 입장)에서는 그냥 듣고 넘어가는 얘기입니다만, 인수되는 입장(매각 대상 회사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편한 얘기입니다. 팔고 나가는 입장(매도자 입장)에서도 불편하겠지만, 제일 괴로운 건 ‘팔려가는 당사자들’입니다.

(팔려간다고 하니 살짝 어감이 이상하긴 합니다만… 실제로 겪어보면 꽤 괴롭습니다.)


앞에서 쓴 대로, 저는 6건의 인수 / 1건의 피인수를 경험해 봤습니다. 피인수 건은 결국 최종 매각실패로 끝났고, 다니던 회사는 대혼란에 빠졌었습니다. 매각실패 전에도 인수요청자료 준비하느라 꽤 고생했었구요.



고생하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진술보장과 현실의 괴리’ 때문일 겁니다. 제가 경험한 피인수 건에서는 ‘가입자 수’가 핵심이었죠. 대외적으로는 가입자 300만이라고 하는데 막상 확인해 보면 복수가입자 / 저가 가입자 / 심지어 0원 가입자 등등이 있었으니까요. 가치평가의 핵심지표였던 ‘가입자 수’에서 괴리가 있다면 뭐… 대략난감합니다.


그 외에, 작은 기업들을 실사하다 보면 ‘자금 집행의 불투명성’이 드러날 때가 있습니다. 그냥 말 돌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쓰면, ‘오너 및 임원들이 법인카드를 개인 용도로 사용한다’는 문제입니다. 이 문제 의외로 많이 생기죠.


또한, 오너 및 임원들이 법카 자유롭게(?) 쓰면 그 아래 간부급 직원들도 따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대외적인 연봉은 높여 줄 수 없지만 법카 줄 테니 이걸로 몇백 써.’ 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게 현실이었죠.


그 외에 인사관리 문제도 있습니다. 분명 계약직으로 채용했는데 2년이 훌쩍 넘어 이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경우도 있고, 인사평가 과정이 불투명한데 알고 보면 임원 친인척인 경우도 있으며, 기타등등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 나옵니다.


물론, 이 모든 걸 다 지적하고 감액할 수는 없습니다. 통상적으로 “~% 이하 사유는 감액하지 않는다.”라는 문구를 두기도 하고, 이를 인수하는 모회사 입장에서도 모든 걸 깨끗하게맑게자신있게 운영하는 건 아니거든요. 대충 한국적 정서에서 수용할 수 있는 건 수용해야죠.



보통 실사는 1달~2달 진행됩니다. 재무 쪽에서 회계사들 대거 투입하여 재무제표의 적정성 여부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법무 쪽에서는 ① 기존 소송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 ② M&A에 영향 받을 만한 계약이 없었는지 살펴보는 동시에, ③ 적정하지 않은 업무집행이 있을 시 이게 M&A본계약 진술보장 위반사항인지 판단해야 합니다. 인사/기획도 각자의 관점에서 실사를 하구요.


이 중에서, ‘M&A에 영향 받는 계약 선별’도 상당히 신경써야 합니다. 쉽게 말해서, 기존 거래 건 중에 [회사의 운영 주체가 바뀌면 해지사유가 된다]는 조항이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인수 대상 회사가 기존에 타 회사와 공동출자하여 조인트벤처 자회사를 설립했다고 합시다. 그러면 그 조인트벤처 자회사 지분이 인수대상회사의 자산으로 잡혀 있을 것이고, 지분평가 자체는 유효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조인트벤처 회사 설립은 통상 ‘투자자 간 인적 신뢰’를 기반으로 합니다. 투자 자체는 법인 이름으로 진행되지만 실제로는 그 법인의 오너/임원 등 사람을 믿고 진행하는 거죠. 기술력 있는 업체 간에 제휴가 일어날 때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인적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합작투자계약이라면, 통상 당사자 중 일방이 파산하거나 / 그 경영지배권이 제3자에게 넘어갔을 경우 계약해지사유가 됩니다. 물론 상대방이 동의했다면 상관없겠지만, 동의 거절했다면 조인트벤처를 청산하고 해당 청산가치를 재산정하여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합니다.


계산은 재무에서 하겠지만, 조인트벤처 계약은 법무에서 봐야겠죠? ‘영어’로 되어 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일어/중국어 등등이면 좀… 최소한 영문번역본은 있을 겁니다.


며칠 숙박하면서 한 회사의 계약서, 사업구조 등을 다 살펴보는 작업. 힘들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입니다. 진급 및 포상을 기대하면서 열심히 하도록 합시다.



(6) 기업결합신고 : ‘시장 획정’이 핵심. 변호사 있더라도 법무담당자가 내용 알아야 함.


인수계약, 실사 외에 또 하나 중요한 게 있습니다. 공정위에 기업결합신고 하는 것. 이거 참 중요합니다.


공정위 기업결합신고는 사전신고 / 사후신고 2가지 경우가 있는데, 사후신고 대상이라고 해도 사전신고를 해서 미리 공정위 인허가는 문제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특히, ‘시장에 사업자가 적어서 독과점 이슈가 있는 경우’라면 더더욱 사전에 확인할 필요가 있겠죠.


(사전신고 / 사후신고 요건은 생략합니다. 이는 공정거래법 및 시행령을 기계적으로 확인하면 되는 문제이고, 실제 기업결합신고를 직접 진행하실 정도 경험을 쌓으셨다면 이 요건 구분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대부분 자문로펌 끼고 일하니 로펌에 시키시면 더 편합니다^^.

물론 위에서 말한 대로 ‘사후신고 요건이라도 사전신고하는 정도 센스’는 발휘해 주시는 게 좋구요.)


기업결합신고를 할 때 핵심은 ‘시장점유율 변화’입니다. 애당초 공정위에서 기업결합신고 받고 이를 통제하는 게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한 것이니까, 시장점유율 변화에 신경 쓸 수 밖에 없죠.


우선, 가장 전형적인 ‘같은 시장 내 경쟁사업자 간 M&A’를 살펴봅시다. 이 때에는 HHI(허쉬만-하핀달 지수)에 따른 시장집중도 변화 계산이 핵심입니다.


뭐 어려운 건 아니구요. 시장점유율을 %로 환산한 뒤 그 %로 나온 수치를 제곱하여 비교해 보면 됩니다. 간단히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 A 30%, B 20%, C 10%, 기타등등 미만잡 듣보르자브 합계 10%인 시장이 있음. 이 시장에서의 HHI 시장집중도는 1400~1500 (30제곱 + 20제곱 + 10제곱 + 기타미만 각 수의 제곱 총합)

- 이 시장에서, A가 C를 인수하려 함. 인수가 이루어졌다고 가정하면, A는 40%를 차지하게 됨.

- 인수를 전제로 한 HHI 시장집중도는 2000~2100 (40제곱 + 20제곱 + 기타미만 각 수의 제곱 총합)

- 시장집중도가 600이상 올라가게 됨.


시장집중도가 2500 이상이면 독과점 시장으로 보고, M&A에서 시장집중도가 900 이상 올라가도 경쟁제한성이 대폭 강화되는 것으로 봅니다. 600 정도면 ‘일단 위험성이 있다’라고 보겠죠.



단일경쟁시장 내의 M&A는 이렇게 HHI 지수라는 간단한 틀이 있어서 계산하기 쉽습니다. 문제는 ‘이종결합’인데요.


전방기업-후방기업 결합, 즉 부품생산업체와 완제품 업체 간 결합은 ‘각각의 시장점유율에는 영향이 없지만’ 일괄생산 과정에서의 지배 강화 가능성을 고려합니다. 그리고, [시장이 조금 다른 경우]도 문제되죠.


가장 대표적으로 문제되는 게 ‘대체재 시장 간 융합’입니다. 아파트-오피스텔, 유선방송-IPTV-위성방송, 기존 이동통신3사-알뜰폰, 오프라인매장-온라인구매 등, 종래에는 다른 시장이었으나 관련 시장 발달에 따라 융합되는 경우가 문제됩니다.


이렇게 시장이 융합-확대될 수 있으므로, 기업결합심사에서는 [시장 획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관련 시장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보느냐에 따라 시장 전체의 시장집중도 평가가 달라지고, 그에 따라 HHI 지수도 달라집니다.



참고로, (M&A 건은 아닙니다만) 최근 이 시장획정 문제로 ‘기존에는 이종(異種)으로 여겨지던 기업 간 분쟁’이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 쿠팡 vs CJ올리브영 분쟁입니다.


쿠팡은 온라인 구매 업체. CJ올리브영은 오프라인 매장 운영 업체. 기존에는 서로 무관해 보였습니다. 쿠팡이 ‘진격의 쿠팡’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서로 그닥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진격의 쿠팡 이후 여러 유통업체와 마찰이 생겼죠. 그 중 CJ올리브영 같은 경우 물건 공급하는 업체 측에 ‘야 니들 대충 눈치 챙겨. 쿠팡에 물건 싸게 넘기면 알지? 거래 끊길래 그냥 나랑 같이 갈래? 잘 선택해.’라고 했다고 합니다. 물론 쿠팡이 그렇게 주장하는 것이니 실제로는 어떠한지 아직 판단 나온 게 없습니다.


공정위가 어떻게 심사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쿠팡의 주장은 ‘온라인 판매 시장과 오프라인 매장 유통시장이 하나로 연결되어 융합시장이 되었다’라는 전제 하에서 출발합니다.


물론 이 사안에서는 꼭 융합시장이 아니더라도 ‘일반불공정행위’의 관점에서 상호 연계성이 있는지만 보면 됩니다만, 추후 쿠팡이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인수하거나 한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죠. 온-오프라인 구별 없이 유통시장 전체를 통합해서 볼 것이냐 / 기존대로 분리된 개별시장으로 볼 것이냐에 따라 HHI 지수 산정이 달라질 것이고, 전후방 기업결합 효과 따지는 방식도 달라질 것입니다.



이 ‘융합시장 확장’에서 또 하나 문제된 게 IPTV-유선방송-위성방송 통합시장이었고, 기존 통신3사 기간통신-알뜰폰 또한 통합시장으로 판단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건으로 1호 심사할 때 공정위가 (기존 유선방송의 선례를 뒤집어) HHI 지수가 그렇게 많이 올라가지 않았는데도 전면 불허 결정 때려버렸었죠….


계속 강조한 바와 같이, 저 IPTV-유선방송 통합시장 판단 및 전면불허 결정은 다른 글에서 따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당시 저를 포함한 피인수 회사 직원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겨 줬고, 심지어 경쟁회사들까지 깜놀하게 만든 결정. 이것도 썰 풀면 꽤 많이 나올 것 같네요;;



물론, 이렇게 시장획정 같은 거 고민할 필요 없이 후다닥 끝낼 수 있는 M&A도 많습니다. 앞서 얘기한 ‘레저숙박 사업 하는 회사 부동산만 보고 인수’하는 경우, 인수하는 회사가 건설사였고 레저숙박 쪽과 전혀 겹치는 게 없었습니다. 인수 후에 건물 새로 지으면 내부공사로 사업효율화 효과는 있겠지만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 요소 전혀 없었죠.


같은 시장 안에서의 M&A라 하더라도, 시장 자체의 경쟁수준이 워낙 높으면 어지간한 인수합병으로는 HHI에 별 영향 없습니다. 건설업 기준으로 본다면 도급순위 1ᆞ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합병한다 해도 시장집중도가 수인한도 범위 내에 있을 겁니다. 그만큼 경쟁사업자가 많고, 최상급 사업자도 개별적인 시장점유율이 낮은 시장입니다.


다만, 대한민국에는 이 정도로 유효경쟁 보장되는 시장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자동차는 이미 과점을 넘어 독점에 가깝고, 항공 쪽도 독점 M&A 될까말까 하고 있죠. 반도체, 조선, 이동통신, 침대, 제과제빵, 기존 오프라인 유통망 등등 다 비슷비슷합니다.


M&A 각 건마다 시장획정 및 HHI 지수 신경쓰는 수 밖에 없습니다. 별 문제 없는 건이기를 기도해야죠^^



(7) 후속조치 : 진술보장 위반 등이 발견되면 별도 쟁송 필요.


당연하다면 당연한 건데, 진술보장 위반 있다고 해서 바로 승복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계약서를 아무리 상세하게 써도 결국은 ‘다른 해석’이 나옵니다. 일단 그 다른 해석이 명백하게 틀렸다 해도, 당장 돈 뺏기지 않으려고 싸우게 됩니다.


법무의 본질은 ‘쟁송’입니다. 아무리 컴플라이언스가 강조되고 사전 리스크 헷징 계약검토 준법지원 어화둥둥 둥기둥가 얘기한다 해도, 법무의 본질은 ‘싸움’입니다.


싸움이 시작되면 전력으로 맞부딪쳐야겠죠. 그리고, 위대한 전략가 손무는 말했습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절대 ‘백전백승’ 아닙니다. 축구경기에서 적을 알고 보니 브라질-아르헨티나 연합 대표팀이고 아군은 그냥 동네 조기축구회 아재 모임 수준인데 정보분석 열심히 한다고 백 번 싸워 백 번 다 이긴다? 손무가 어떤 사람인데 그런 구라를 치겠습니까.

‘백전불태’, 즉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가 정확한 표현입니다. 어설프게 백전백승 정신승리 하지 맙시다.)



M&A 계약에 더 많이 몰입한 법무담당자는 최종 쟁송 단계에서 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합니다. 변호사에게 더 많은 정보를 주고, 상대의 주장을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근거해 반박할 수 있게 합니다. 아는 만큼 더 유리해집니다.


싸워서 승리하는 법무… 까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싸우기 전에 위태롭지 않은 법무’가 됩시다.


오늘 글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