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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 레드오션 투쟁기 (16)

12. 레드오션 제4계명 조직관리전략 – 솔선수범, 젊은 조직문화

by 테서스


1) 솔선수범의 가치


솔선수범. 남들보다 먼저 나서서 모범이 되도록 올바른 말과 행동을 하는 것.


말은 참 쉽다. 한 조직을 이끄는 리더(leader)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또 당연히 할 것 같다. 그러려고 연봉 많이 받고 권한도 많은 것이니 당연히 리더들이 솔선수범 할 것 같다.


뭐, 굳이 내가 지적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현실은 시궁창]이라는 사실을.


사람이 높은 자리로 올라가서 소위 ‘권력(權力)’이라는 걸 쥐게 되면, ‘뇌 구조’가 변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공명정대했던 사람도 권력을 갖게 되면 폭군 성향을 보인다고 한다.

이거 통제하는 게 절대 쉽지 않다. 권력 가진 사람이 갑질하고 싶어하는 마음, 정말로 억제하기 어렵다.


그나마 대기업들은 인사프로세스 및 내부적인 통제수단으로 이걸 제어할 수 있다. 대외적 관심 수준도 높아서, 대기업 임원들이 갑질했다고 하면 언론 등에서 여론몰이로 옭아맬 수도 있다.


하지만, 핏물의 레드오션에 꿈틀거리는 중견~중소기업은 그런 통제수단도 마땅치 않다. 그나마 일 잘 하던 임원 한두명을 ‘갑질’만으로 내쫓는 것도 부담스럽고, 회사 외부에서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레드오션의 중견~중소기업에서 ‘솔선수범의 가치’를 발휘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이게 가장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선수범을 생각하고 논의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가치를 가진 리더들을 발탁하고 성장시켜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오너’일 것이다. 오너가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그 바로 아래 임원들에게 솔선수범 강조해 봐야 말짱 도루묵이다. 임원들은 알게모르게 오너를 닮아 가고, 오너가 하는 행동에 대해 ‘나도 저 정도는 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레드오션 시장 중견~중소기업에서 솔선수범의 가치를 드높이는 것. 결국 이걸 해내려면 방법은 하나 뿐이다. [오너 본인의 솔선수범]. 그것뿐이다.


오너(Owner)가 중심을 잡고 잘 해야 한다. 일단 회사에 나오면 회사 있는 동안만큼은 오너가 가장 유능한 회사원이 되어야 하고, 일 외에는 다른 걸 문제삼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부하 임직원들을 ‘오로지 능력과 성과’만으로 평가해야 하고, 오너 스스로 공명정대해야 한다.


그러기 싫다고? 박터지게 경쟁하는 핏물의 레드오션에서, 나름 창업주 오너로서 단물만 쪽쪽 빨고 부하직원들만 빡세게 굴리고 싶다고?

오너는 법인차량으로 포르쉐 람보르기니 굴리고 멀티연애 하는 동안 부하직원들만 뺑이쳐서 저임금으로 일하길 바란다고?


단언컨대, 그런 회사는 오래 못 간다. 또한, 그런 회사에 다니면 안 된다. 각 회사원 개인의 자존심과 최소한의 양심은 본인 스스로 지킬 뿐.



(* 여기서 잠시 2023년 기준으로 ‘동부그룹’의 사례를 들겠습니다.

제가 2005년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동부그룹. 그 회사에 은근 사내 성희롱이 많았습니다. 은근 수준을 넘어 대놓고 성희롱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회사 사내커플로 결혼식 날짜까지 잡은 여직원에게 ‘회사 전화’로 음란통화 시도하는 ㄸㄹㅇ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대략 2010년대 중후반 경. 동부그룹 창업 오너의 성추문이 터졌죠. 여비서 + 가정부 크리티컬.

자세한 얘기는 생략하겠습니다. 당시 기사는 충분히 검색 가능합니다. 동부그룹 홍보팀에서 언론사 로비한다고 해서 지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에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습니다. 기업의 조직문화라는 건 눈에 보이지 않게 스며들 듯 퍼져나가지만, 그 효과는 매우 강력합니다. 오너가 보여 주는 행동은 각 임원들에게 ‘나도 여기까지는 괜찮겠지.’라는 심리적 완화 효과를 주고, 임원들의 행동이 팀장과 중간관리자에게 또 영향을 미칩니다. 결국 오너가 ‘썩은사과’면 그 아래 다 썩습니다.


뭐, 2010년대 후반의 PC주의 내지 청교도 수준의 윤리관을 그 이전 시대에 들이댈 생각은 없습니다. 오너도 사생활이 있고 그 사생활이 꼭 엄격근엄진지한 일부일처제일 필요는 없죠. 임원들도 마찬가지구요.


하지만, 그 사생활을 ‘회사’로 가져와서는 안 됩니다. 그 순간 조직 분위기는 헬오브지옥 가는 겁니다. 정확한 인과관계 입증은 어렵지만 경험적으로 그러했습니다.


제가 본 글에서 언급하는 B건설 오너의 리더쉽. 그것도 곧 이어질 글에서 쓰겠습니다. “아무리 갈 데가 없어도 이 회사는 가지 마라”고 불리던 회사가 살아남아 더 크게 성장한 원동력이 뭔지, 제가 직접 보고 들은 걸로 정리하겠습니다.)



2) 젊은 조직 : 성장하려는 기업의 필연적인 결론


앞서 임금전략이나 인사관리전략에서 말한 것처럼, 레드오션 시장에서 살아남고 성장하려는 기업은 당연히 “저임금으로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쓰려고 하고 또 이런 사람들을 써야 한다. 또한, 모든 직원을 다 ‘승진추구형 야심가’로 채워넣을 수는 없지만 몇몇 야심가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성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


당장의 저임금에 만족하면서 일을 잘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아무래도 ‘젊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연공서열을 중시하던 유교문화와 호봉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던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더 그럴 것이다.


저임금으로 젊은 사람을 데려와 쓴다고 해서 끝나는 건 아니다. 이 사람들에게 “미래의 보상”을 계속 안겨 줘야 한다. 모든 직원에게 다 이런 미래보상을 줄 수는 없지만, 최소한 본인 능력을 증명하고 성과를 내는 ‘승진추구형 야심가’에게는 보상을 줘야 한다.


결국 성과를 내고 탁월한 역량을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단기간의 특진”이라는 보상을 줄 수 밖에 없고, 이것이 7~10년 정도 쌓이면 거의 직급파괴 수준의 진급을 한 사람들이 나타나게 된다. 40대 임원들이 속출하고, 이 임원들을 보고 “나도 한 번 해보자!”라고 덤비는 젊은 사람들이 생겨난다. 주요 요직에 앉은 핵심인물과 그들의 지시에 따라 열성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 대부분이 직급에 비해 경력이 짧고 나이가 어린 사람들로 채워지게 된다.


이렇게 ‘젊은 임원’들이 많아지면 자연히 조직 전체가 젊어진다. 젊은 임원들은 부하직원을 뽑을 때 자기보다 나이 어린 직원을 선호하고, 자신과 비슷한 ‘승진추구형’을 발탁하게 된다. 젊고 역동적인 조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젊은 사람만으로 끝나는가? 당연히 그건 아니다.

앞에 인사관리에서도 얘기했듯이, 승진추구형 사람들로만 회사를 꾸릴 수는 없다. 그건 회사 전체에 엄청난 인건비 압박으로 다가오게 되고, 사람들 간의 견제로 인해 회사의 역량을 깎아먹는 결과를 초래하며, 결국 배를 산으로 끌고 가게 된다.

소극적으로 자리를 지켜 주는 생계유지형, 적당히 어려운 일을 맡아 주는 이직준비형 사람들을 다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중 생계유지형인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경력이 길고 나이가 많게 된다.


결국 문제는, ‘젊고 의욕에 넘치는 사람들과 나이많고 소극적인 사람들을 어떻게 잘 조화시켜 갈 것인가’로 귀결된다. 이 중 하나에 중점을 두라고 하면 당연히 “젊고 의욕있는 사람들”이고, 어느 정도 이 사람들에 맞추어 분위기를 끌어 가야 하기 때문에 “젊은 조직”이 되는 것이다.

즉, “젊은 조직”이란 조직구성원의 평균연령이 낮은 조직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젊고 의욕있는 사람들에게 발언권을 주고 기회를 만들어 주는 기업문화가 형성되어 있는 조직”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또다시 모호한 기업문화 얘기가 되는데, 기업문화라는 것은 결국 각 구성원들의 반복된 활동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고, 의식적으로 반복되는 활동을 통해 바꾸어 갈 수 있는 것이다. 기업 구성원들의 평균연령이 높다고 해도, 이들이 의식적으로 “젊은 조직을 만들겠다”고 하며 반복적인 활동을 한다면 결국 그것이 기업문화의 방향을 바꾸어 가게 된다.


물론, 이 의식적인 반복활동은 윗선에서 먼저 나서서 솔선수범해야 그 파급효과가 크다. 그리고, 단기간의 퍼포먼스보다는 평소 행동 하나하나에서 드러날 수 있도록 하는 게 당연히 더 중요하다.



“젊은 조직”을 만들려면, 우선 젊은 조직이 가져야 할 특성이 무엇인지 분석해 봐야 할 것이다. 아무래도 젊다는 것의 특성을 좀 더 긍정적으로 보고 정리해야 할 것이고.


일반적으로 젊은이에 대한 사회의 긍정적인 인식은,

- 기존의 틀이나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다

-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도전한다

- 사회의 통상적인 가치관과 달리 독자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 예의나 연공서열 등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자기 의견을 논리적으로 펼칠 수 있다

- 건강하며, 기회가 주어지면 열정적으로 일한다

는 정도일 것이다.


이에 맞추어서 젊은 조직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반복활동을 구상해 보자. 대충 다음과 같은 활동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①직급, 나이에 기반한 고압적 지시 금지

②새로운 아이디어, 업무개선안 상시 취합

③상호간 존칭 사용. 하급자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

(이건 우리나라의 유교문화를 고려해서 유연하게 대응)

④각 부서별 회의시, Brain Storming 등 자유로운 의사표명기회 부여

⑤”어렵습니다”보다는 ”해 보겠습니다”라는 말이 먼저 나올 수 있도록 유도


우선 생각나는 것만 정리하면 이 정도다.


뭐, 늘 그렇듯이 구체적인 상황은 각 회사와 개인별로 다 다르고, 거기에 맞게 자기 나름의 전략과 전술을 다시 세워야 한다. 중요한 것은 젊고 의욕에 넘치는 사람들이 회사의 미래에 자기 인생을 맡길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기존의 성실한 사람들과 잘 융화시켜야 한다는 것이고, 이 핵심 포인트만 잘 기억하고 실행하려 노력한다면 실행방법은 저절로 나오게 되어 있다. 진심으로 생각하면 행동에 자연스레 묻어 나오고, 그 행동 하나하나가 기업문화를 바꾸는 것이니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재차 강조하듯이) “오너의 솔선수범”이다. 대부분의 경우 창업주 오너는 나이가 많은데, 이 나이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모범이 되도록 행동해야 한다.


물론 쉽지 않다. 오너 본인이 이미 일정 수준의 성공을 이루었고 젊은 날의 체력과 열정도 줄어드는 시점에서, 젊은이에게 모범이 될 만큼 올바르게 행동한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B건설의 오너 분은 그걸 해냈었다. 그 때는 그랬었다.


(2023년 시점에서 추가하면)

B건설의 실제 사례. 이건 다음 챕터에서 좀 더 길게 쓰겠습니다. 글쓴이 본인이 B건설에서 수행했던 일과 함께.

잠시 추억 속으로 돌아가겠네요. 진짜 쥐뿔 없던 시절, 그리고 세상 무서운 줄 모르던 시절. 한국식 세는 나이로 35살 ~ 37살 무렵, B건설에 재직하고 있던 저 자신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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