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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노르망 Mar 28. 2024

다섯 번째.  단톡방이라는 공간


다섯 번째.   단톡방이라는 공간



서로의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는 생각만으로도 즐겁다. 


나 이외엔 아무도 좋아하지 않으리라 여겼던 무언가를 나만큼이나 탐닉하는 또 다른 개체가 있음을 알게 되었을 때의 환희란, 한 순간에 그 개체와의 관계를 반전시킬 계기가 되어준다.  


대화는 수 시간 이어지고, 몇 잔의 커피와 몇 병의 술, 몇 그릇의 음식도 예사로 사라진다. 서로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이 서서히 부풀어가고, 함께 하는 시간은 늘 충만하다. 


그러나 그 관심사가 필요나 이해관계에 따른 것일 때 이런 관계는 대부분이 일시적이다.

일시적인 관계보다 지속적인 관계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빨리 모이고 흩어지는 이런 류의 모임에서 불안감을 느낀다.


단톡방이라는 공간은 왠지 순간의 필요, 순간의 공지, 순간의 대화를 위해 조성된 듯한 느낌이다. ‘동아리’라는 이름에 비해 ‘단톡방’이라는 어감은 동그랗게 묶이기보다 짧게(단) 터지는(톡) 이미지다. 언젠가는 곧 터져 없어져 버릴 것만 같다.


지속성을 결여한 이 단어의 어감도 어감이지만, 실제로 단톡방의 용도 자체가 그런 것이 아닐까? 효율적인 알림이나 공지를 위해서는 이만한 게 없다. 물론 친한 친구, 친지, 선후배, 동아리 등을 위한 지속적인 단톡방도 존재한다. 


때로 여기저기 노출된 단톡방의 대화들을 읽고 있노라면, 서로 만나지 않고도 여러 명이 동시 다발적으로 대화할 수 있다는 데에 놀랍다가도, 막상 내가 그 일원이 되었을 때 제대로 카톡을 이어 나갈 수 있을지 지레 겁이 난다. 


일단 자판 치는 것이 느린 편이고, 친 문자를 다시 읽고 보내는 나의 습관으로 인해 긴 문자를 순식간에 보내기는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다. 글을 고심할 시간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연신 형식적인 문자의 추임새를 넣는 일도 공허하다.

어색함을 감추기 위해 현란한 이모티콘을 신속하게 선택해 보내는 일 역시 나는 자신이 없다. 

아마 어느 것이 이 상황에 적절한 이모티콘이 될지 고심하다가, 다른 이들의 대화 뒤에 어울리지 않게 들러붙은 껌딱지가 되어버릴 것이다. 


그럼 단톡방의 회원들은 


“이게 뭥미?” 

“누구임?” 

“그렇지 바로 너였구나!”

 “ㅋㅋㅋㅋㅋ”


등의 답변으로 나의 민망함을 부추길지 모른다. 이 때문에 대화의 흐름이 방향을 잃고, 나는 또 늦게 문자를 치다가 당황한 마음에 오타를 치고, 또 그 오타를 수정하다가 늦어지고, 또 다른 문장의 껌딱지 같은 걸 만들어 대고, 회원들은 급기야 혀를 끌끌 차며 이런 문자를 보내겠지. 


“ㅉㅉㅉ...”   

“ㅠㅠㅠㅠㅠ”


이것이 내가 카톡을 하지 않는 다섯 번째 이유이자, 여섯 번째 이유의 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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