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MD의 일 12화

귀를 기울이면

MD Job에 대한 이해

by 머큐리

이번 편은 마켓 플레이스에 참여하는 셀러들을 위한 이야기이다. 특히 적극적인 영업을 통해 성장하기를 원하는 셀러들을 위해 작성한 포괄적인 이야기이다.

이른바 롱테일 방식(채집형, 초식동물형)의 커머스가 아닌, 숏헤드 방식(수렵형, 육식동물형)의 커머스를 통해 큰 규모의 성장을 만들어내기를 희망한다면, 커머스 생태계의 조정자이며 촉진자이기도 한 MD와의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그 방법에 대한 개괄적인 접근이라고 이해하면 좋다.

MD의 Job을 이해하고, MD의 언어로 대화를 시도해보자


1) 기 -Job의 본질은 거래

상거래의 기획자이며, 중재자이고, 조율(분배와 통합)의 업무를 맡은 MD들은 플랫폼 이용자들의 이야기에 항상 귀를 기울여야 한다. 업무의 내용이 일견 다종다양한 것처럼 보이지만, 가장 중요하며 거의 유일한 목적은 '원활한 거래'에 있기 때문이다. 거래란 모름지기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2) 승 - 커머스 플랫폼 생태계 : 셀러와 바이어, 그리고 MD

MD가 참여하고 있는 업무 현장은 매월 평균 10만 셀러가 500만 개의 상품을 거래하며, 600만 명 이상의 구매자가 방문하는 (온라인)소매업 현장이다. 시장, 할인점, 백화점 등 소매업 매장은 대개 비슷한 형태의 거래가 이루어지는데, 온라인화되면서 이용자의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졌다. '충분함'을 넘어서 '많다'가 되고, 최근엔 '방대하다' 로 꾸준히 Bulk up되는 추세이다.

방대한 규모로 확장하고 있는 플랫폼은 다원화되어 있지만, 이용자의 형태는 크게 둘로 나뉘어진다. 셀러(공급자, 판매자)와 바이어(소비자)이다. 온라인 쇼핑몰(커머스 플랫폼)의 성과를 측정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인 트래픽은 소비자(바이어)의 활동성에 달려있지만, 활짝 핀 꽃과 달콤한 열매만으로 플랫폼을 평가할 수는 없다. 트래픽을 꽃과 열매로 비유한다면, 셀러의 활동성은 뿌리이며 펀더멘털 측면에서 MD에게 보다 중요한 관리 대상이 된다.

굳이 비교하자면, 마케터가 소비자向의 View에 무게 중심을 둔다면 MD는 상대적으로 공급자(판매자)向의 View도 중요하게 다룬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비교는 업무의 상대적 비교일 뿐이며, 상품 단위에서 MD의 시선은 대부분 소비자를 향한다. 일례로 소비자의 리뷰와 QnA를 가장 많이 읽는 사람들은 MD이다. 거래를 원활하게 만들어 내기 위한 상품, 프로모션 기획에서 소비자(바이어)의 리뷰와 QnA는 매우 소중한 재료(Data)이기 때문이다.


셀러와 바이어들이 전하는 이야기들은 모두 중요하지만 가장 즉각적이며, 가시적인 방법으로 표현되는 목소리는 소비자의 질문과 후기이다. (셀러들의 목소리는 플랫폼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소통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이 부분은 따로 얘기해야 한다)

MD는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리뷰와 QnA를 면밀하게 살피며, 거래 실적을 종합하여 분석한 뒤 그 결과를 놓고 셀러와 깊이 있는 토의를 진행한다.


3) 전 - 셀러가 생태계에서 살아남는 방법 : MD의 Job을 이해하자

MD는 가장 많은 상품을 탐색하고, 가장 많은 채널에서 동일한 상품을 비교하며, 탐미적 관점이 아닌 오직 판매목적으로 먹어보거나 사용해보는 사람들이다. MD는 소비자의 니즈를 이해하고, 해석한 뒤 상거래의 언어로 번역하여 판매자에게 전달하는 사람들이다. MD_Merchandiser라는 단어가 주피터(제우스)의 전령이자 상인의 신인 Mercury(그리스 신화의 Hermes)에 어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그저 이야기에 불과한 신화를 대지 않더라도, 현장에 있는 이들을 믿지 않는다면 누구를 믿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실패하는 셀러들의 대부분은 바로 자신이 제시한 가격을, 자사 상품의 품질을 믿으라고 고집한다. 안타깝지만 MD는 셀러들의 조언을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다. 그들의 고집이 현실성 혹은 가능성을 갖지 않는다고 판단된다면 즉시 눈을 돌린다.

안타깝게도 플랫폼에 성공적으로 올라타는 셀러는 10퍼센트 미만이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고전적 이론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소수라는 사실은 실패보다 성공이 귀한 이유를 설명해준다.

방대한 플랫폼 데이터를 토대로 선험적 판단능력을 갖춘 MD들의 판단은 거의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 1시간만에 수십 만 명의 고객이 방문하는 플랫폼의 운영자들에게 시간만큼 소중한 자원은 없기 때문이다. 방대한 규모의 플랫폼에서 셀러와 MD 사이에 이루어지는 접촉은 찰나에 불과하다. 협상 지점이 발견되지 않으면 즉시 단절되는 것이다. 다만, 협상 지점에서의 접촉이 성공적이라면 이후의 논의는 매우 깊이 있게 이루어진다.


물론 나는 동료와 후배들에게 융통성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어깨에 힘을 빼고 일단 들어본 뒤 판단하되 한걸음 너머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짐작해보라고 조언한다. 경험적 판단은 기계(AI)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대감을 갖지 못하면 신뢰감을 줄 수 없으며, 믿지 못하면 협상도 깨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충실한 현장 경험을 위한 성실함과 더불어 유연성, 융통성은 좋은 MD의 중요한 자질이다. 더하여 창조성을 알아채는 안목을 갖춘다면 성공에 가까울 것이다.

상품의 기획과 판매에서 성공을 거둔 MD들은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모두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실무형이며, 유연한 사고를 바탕으로 토론을 즐기며, 목표가 뚜렷하다면 과감한 설득에도 능한 사람들이다. 만약 당신이 만난 MD가 바로 그러한 사람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일단 믿고 가보길 권한다.


4) 결 - MD의 언어는 문서

그런데, MD를 어떻게 만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수 차례 연락을 시도했는데 답변이 없다는 컴플레인도 매우 많다.

단편적으로는 숫자를 이해하면 그 이유를 파악할 수 있다. 이야기의 서두에서 10만 셀러가 500만 개의 상품을 판매한다고 기재했다. 10만 셀러가 활동하는 생태계에서 MD의 숫자는 대략 200여 명. 단순 비교하면 500:1이다. 물론 MD와의 접촉을 시도하는 셀러가 10만 셀러 전체인 것은 아니다. 대개의 경우 이커머스의 상품들은 200여 개의 대 카테고리로 구분하여 관리하는데, 1개의 대카테고리를 1명의 MD가 맡고 있다고 볼 때, 약 50여 개의 유력 셀러가 경쟁하는 구조로 이해하면 된다(물론 평균이다. 실제는 카테고리별로 상이하다). 50개 정도면 매우 좁혀진 것이지만 논의라는 내용의 깊이와 디테일을 고려하면 작은 규모가 아니다.

그런데 사실 MD와의 접점을 찾지 못하는 원인이 단순하게 숫자에 있는 것은 아니다. 진짜 원인은 언어, 즉 소통 방식에 있다.


소비자의 목소리에 이목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MD들은 Needs를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노력하며, 적합한 상품을 Matching하기 위해 숲을 뒤진다. 이때 건너편 시장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바이어(소비자)들의 움직임은 언제나 불규칙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MD들에게 다가서려면, MD들의 언어를 이해해야 한다. MD의 언어는 오직 문서로만 표현된다. 컴퓨터의 언어가 이진법인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런데, 대다수의 셀러가 셀러 본인의 언어로 MD들을 설득하기 위해 애쓴다. 이는 일본인에게 중국어로 말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문서는 반드시 형식을 갖춘 뒤, 내용을 채우도록 구성되어 있다. 구조를 갖춘 문서야 말로 MD와의 대화를 위한 유일한 언어이다. 일정한 형식을 갖춘 후 채워지는 내용은 모두 상품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정보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정보없이 행사를 하고 싶다고 희망사항만 쓰면 안된다.)


그런데, MD가 검토하는 문서는 상품의 정보만 있는 것은 아니다. MD는 각 상품들이 소비자의 접점에서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확인한다. 그것은 이른 바 썸네일, 상세페이지이며 혹은 동영상 등이다. 대개의 매장에서, 손님이 들어서면 직원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며 가벼운 말을 건넨다.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MD는 셀러가 소비자에게 말을 건네고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살핀다. 이것 역시 일정한 형식을 갖추어야 하며, 내용도 빠짐없이 들어있어야 한다.


5) 에필로그 - 커머스 플랫폼 작동의 원리는 '대화' (다만 언어와 방식이 다를 뿐)

사실 위의 이야기에는 꽤 많은 과장이 들어갔다. 10만 셀러에 500만 상품, 600만 소비자가 활동하는 플랫폼이라니... 실제로 MD가 직접 개입하여 운영하는 플랫폼 내의 거래는 약 30% 규모이다. 즉 대다수인 70%는 플랫폼 생태계에서 발생하는 자체적 거래라는 사실은 셀러의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정보이다.

큰 규모의 성장을 목표로 조정자인 MD와 접촉을 시도하는 것은 수렵형(육식동물형)의 셀러에게 권하는 방식이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 단점이지만 보다 장기적이며, 지속가능한 방식은 채집형, 초식동물형이다.

MD의 Job을 이해한다는 것은 커머스 생태계의 큰 흐름을 이해한다는 것과 동일한 내용이므로 공부해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또한 MD의 언어를 이해한다는 것은 소비자의 언어를 이해한다는 것과 동일한 내용이기도 하다. 결국 목적은 대화이며, 거래를 위한 협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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