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그게 취향이야?

판단은 천천히 해도 돼

by 이영

‘난 휴가 때 해외여행 가는 건 별로야. 집이 최고지’라는 지인의 말에 최근 여행이 만족스럽지 못 했나 싶어 물었다.

“최근에 어디를 갔었는데요?”

“해외는 한 번도 안 가봤는데?”

순간 내 얼굴에 스친 당혹감을 그가 알아채지 않기를 바란다. 경험해 보지도 않은 것을 싫어한다고 단언하는 것이 얼마나 모순된 일인지, 그는 아직 모르는 것 같았다.


우리는 종종 경험해 보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도 확고한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취향일까, 아니면 단순히 안전지대에 머물고 싶은 마음일까? 새로운 시도 자체가 두려워서, 혹은 단지 귀찮아서, 아니면 도전에 실패하여 시간적, 금전적 손실을 입을까봐 미리 방어벽을 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A보다 B가 좋다’고 주장하려면, 최소한 두 가지 모두를 제대로 경험해 봐야 한다. 우리가 취향이라 믿는 것들은 사실은 그저 본인이 믿고 싶은 모습이거나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 편견일 수도 있다.


진정한 취향은 다양한 경험 속에서 천천히 형성된다. 때로는 싫을 거라 확신했던 것들이 새로운 즐거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아직 제대로 체험해 보지 못한 것을 싫어한다고 말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의 가능성을 가두는 일이 될 것이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지금보다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낯선 것을 마주할 용기, 기존의 생각을 바꿀 용기, 그리고 새로운 경험을 통해 진정한 나의 취향을 발견할 용기.


그래서 그것은 사실 당신의 취향이 아닐 수도 있다. 단지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선택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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